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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갈비사자 아니에요"…바람이 사는 청주동물원 어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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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2회 작성일 23-07-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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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은 갈비사자로 불렸던 바람이 현재 모습. 청주동물원으로 간 뒤 건강해져 이제는 갈비뼈가 잘 보이지 않는다. 사진 왼쪽=이지현 기자. 사진 오른쪽은 제대로 먹지 못해 갈비뼈가 드러나 갈비사자로 불리던 예전 바람이 모습. 사진 오른쪽=연합뉴스.
사진 왼쪽은 갈비사자로 불렸던 바람이 현재 모습. 청주동물원으로 간 뒤 건강해져 이제는 갈비뼈가 잘 보이지 않는다. 사진 왼쪽=이지현 기자. 사진 오른쪽은 제대로 먹지 못해 갈비뼈가 드러나 갈비사자로 불리던 예전 바람이 모습. 사진 오른쪽=연합뉴스.

"이제는 사자 바람이의 갈비뼈가 안 보여요. 하루에 닭고기랑 소고기 4kg을 먹는데, 원래 동물원에 있던 사자들보다도 더 많이 먹는 거예요. 잘 적응하고 있다는 뜻이죠." 권혁범 청주동물원 동물 복지사

좁은 실내동물원에서 7년 동안 갇혀 지냈던 사자 바람이. 제대로 먹지 못해 갈비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앙상했던 탓에 갈비사자라고 불리기도 했는데요.

바람이는 2주 전쯤 충청북도 청주시에 있는 청주동물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처음엔 어두운 내실에서 나오지 않더니, 요즘은 밖으로 나와 햇볕도 쬐고 흙도 밟으면서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동물복지사가 던져준 먹이를 먹고 있는 사자 바람이. 〈영상=이지현 기자〉
동물복지사가 던져준 먹이를 먹고 있는 사자 바람이. 〈영상=이지현 기자〉

아직 다른 사자들과 분리되어 있지만, 망을 통해 서로 얼굴을 익히고 체취도 맡으며 합사를 준비하고 있죠. 바람이가 환경에 완전히 적응하기 전까지는 동물원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모습도 공개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은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며 “바람이가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곳으로 온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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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고 구조된 동물들이 모여있는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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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가 지내고 있는 청주동물원은 신기한 동물들을 데려다가 전시해놓는 동물원은 아닙니다.

코끼리, 하마, 기린, 코뿔소처럼 동물원에 가면 대체로 볼 수 있는 동물들이 이곳에는 없죠.

대신 곰 농장에서 웅담 채취용 사육 곰으로 길러지다가 구조된 반달가슴곰들이 살고 있습니다.

웅담 채취용 사육 곰으로 길러지다가 농장에서 구조된 반달가슴곰. 풀을 뜯으며 놀고 있다. 〈영상=청주동물원 제공〉
웅담 채취용 사육 곰으로 길러지다가 농장에서 구조된 반달가슴곰. 풀을 뜯으며 놀고 있다. 〈영상=청주동물원 제공〉

부리가 휘어져 기아·탈진 상태로 발견됐던 독수리 하나도 있습니다. 야생동물 구조센터가 구조해 치료했지만, 야생으로 돌려보내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작아 이곳에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도심에 출몰했다가 돌아갈 곳이 없어 안락사 위기에 놓였던 북미 출신 붉은여우 김서방도 이곳에서 지내고 있죠.

도심에 출몰했다가 안락사 위기에 놓였던 붉은여우 김서방. 〈사진=이지현 기자〉
도심에 출몰했다가 안락사 위기에 놓였던 붉은여우 김서방. 〈사진=이지현 기자〉

새끼 때 귀여운 모습으로 인기를 누린 맹수들은 성체가 되면 인기가 시들해집니다. 결국 아무도 보지 않는 동물원 뒷공간으로 밀려나게 되고 열악한 환경에 놓이게 되는데요. 그런 동물들이 이곳 청주동물원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야생에서 구조된 동물들은 완전히 치료되면 방사 훈련을 시킨 뒤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이곳은 늙고 다치고, 병든 상태에서 구조된 동물들이 잠시 머무는 곳인 거죠.

김정호 진료사육팀장은 “청주동물원에는 동물 구입비가 따로 없다”며 “구조해야 할 동물들도 충분히 많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순히 동물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생태계와 계속 교류하는 동물원을 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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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낙후된 동물원에서 탈바꿈…“동물복지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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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달 기상 예상 시간, 오후 2시

청주동물원 수달사 앞에 적힌 안내문. 〈사진=이지현 기자〉
청주동물원 수달사 앞에 적힌 안내문. 〈사진=이지현 기자〉

수달 가족이 지내는 수달사 앞에 적혀있는 안내문입니다. 야행성인 수달이 늦게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참고 기다려달라는 의미로 쓴 안내문이죠.

이곳에서는 동물을 보려면 사람이 오히려 동물의 생활 패턴에 맞춰야 합니다. 당연히 동물을 앞세운 공연이나, 먹이 주기 체험 같은 것도 없습니다.

김 팀장은 “먹이 주기 체험이 잘 되려면 동물을 굶겨야 한다”며 “동물원을 찾는 분들은 그게 동물과의 교감이라고 알고 계시지만, 사실 앞뒤가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요즘은 동물원을 찾는 분들도 동물복지에 대한 의식이 높아져, 동물들이 편안한 상태에 있어야 좋아하신다”면서 “그런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저희도 동물복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동물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동물원 안 동물 종류와 개체 수를 자연감소 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지난 2018년 9월 기준 청주동물원에는 88종 528마리가 있었지만, 올해 6월엔 70종 376마리로 종과 개체 수가 줄었습니다.

김 팀장은 “동물원의 가장 큰 문제는 종이 많은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한 종의 동물이 지내는 곳의 면적이 좁아지고 환경이 열악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청주동물원도 처음부터 이런 방식으로 운영됐던 건 아닙니다. 지난 1997년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여느 동물원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오히려 가장 낙후된 동물원 중 하나였습니다. 동물원이 산에 있어 동물들이 지내는 공간은 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작은 호랑이 우리를 갖고 있는 곳이기도 했죠.

이곳에서 20년 넘게 일한 김정호 팀장은 “수의사로서 아픈 동물들을 치료하면서 보니 환경 문제가 크더라”며 “열악한 환경에 있다가 다치고 병에 걸리고,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생기는 걸 보고 환경을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018년 곰 농장에서 반달가슴곰을 구조해 이곳으로 옮기면서부터 동물사 개선을 위한 국비 지원이 시작됐고, 동물원 환경이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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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와 재미를 같이 추구하는 동물원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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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한 야생동물들을 위한 청주동물원의 보호시설. 현재는 사자 먹보와 도도가 지내고 있다. 곧 바람이도 이곳에서 같이 지낼 예정이다. 〈사진=이지현 기자〉
구조한 야생동물들을 위한 청주동물원의 보호시설. 현재는 사자 먹보와 도도가 지내고 있다. 곧 바람이도 이곳에서 같이 지낼 예정이다. 〈사진=이지현 기자〉

지금은 야생동물, 특히 토종 동물들을 보호하고 치료하며 종을 보전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는 청주동물원.

지난 2014년 환경부로부터 서식지 외 보전기관으로 지정된 데 이어 최근에는 천연기념물 동물 보존관 지원사업에도 선정됐습니다.

청주동물원은 앞으로는 연구 기능도 확대할 예정입니다. 내년 5월까지 야생동물 보전센터를 지어 토종 동물이나 멸종위기 동물들의 생식세포를 냉동 보관하는 프로즌 주를 만들 계획입니다. 냉동 생식세포는 종을 보전하고 질병 해결 등을 위한 연구에 쓰일 예정이죠. 또 센터 안에 외과 동물병원을 만들어 구조된 동물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을 만들 계획입니다.

그러면서도 청주동물원은 재미있는 동물원을 만들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 팀장은 “사람들은 동물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보고 싶어한다. 동물원에도 분명 교육의 기능이 있다”면서 “그런데 사람들에게 동물복지 같은 도덕적인 이야기만 하면 반발이 있을 수도 있고, 쉽게 지루해하면서 관심을 끊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관심이 끊기면 보호받아야 할 동물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며 “재미 요소를 더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동물 복지에 대해서도 생각하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동물원은 동물들을 굶기면서 하는 먹이 체험 대신 동물들이 가지고 놀 장난감을 직접 만들거나, 건강검진을 받는 동물들의 모습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 등을 검토하고 있죠.

김 팀장은 “저희는 동물원이자 치료소이자 교육기관”이라며 “어차피 올 수밖에 없는 동물원이라면 동물복지와 재미를 같이 추구하는 방법을 계속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현 기자 lee.jihyun4@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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