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민원만 300차례…어렵게 붙은 공무원 그만두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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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청 종합민원실에서 악성 민원인을 제압하는 모의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강원도] 주민 B씨는 최근 1년 동안 A씨가 일하는 주민센터 등에 동일한 민원을 300여 차례 제기했다. 또 주민센터를 20여 차례 방문해 “민원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며 항의했다. B씨는 “아파트 입주자대표자회의가 자체 추진한 사업 관련 견적서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며 “주민센터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민센터가 나설만한 법적 근거가 약했다는게 구청측 설명이다. B씨는 ‘A씨가 소극행정을 했다’며 자치구에 감사를 청구하자 A주무관은 공황장애까지 겪었다고 한다. 자치구 관계자는 “A 주무관처럼 과도한 민원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휴직을 신청하는 공무원이 한둘이 아니다”라며 “민원 처리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공무원을 괴롭히는 건 정말 곤란하다”고 하소연했다. 악성 민원인에 시달리는 공무원 연도별 9급 공무원 공개채용 경쟁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18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최근 접수한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 채용시험에는 4749명 모집에 10만3597명이 지원, 2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992년19.3대 1 이후 32년 만에 가장 낮은 경쟁률이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18년 5166명이던 3년차 미만 퇴직 공무원 수는 2022년 1만2076명으로 2배가 됐다. 갈수록 증가하는 초임 공무원 퇴직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실제로 충북 청주시에선 지난 1월 공무원을 폭행한 민원인이 법정구속 됐다. 그는 기초생활수급비가 적게 나왔다는 이유로 난동을 부리고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에게 욕설·협박을 했다. 청주지법은 공무집행방해와 폭행 혐의로 해당 민원인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경기도 파주에서도 지난달 민원인이 파주시청 공무원 머리를 둔기로 때린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남성은 동일한 민원을 1000회에 걸쳐 제기하고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면서 담당 공무원을 살해한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에는 경기도에서 세무공무원이 악성 민원인을 응대하다가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서류 발급을 위해 방문한 민원인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자 실신한 공무원은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수나 조직문화는 공직 입문 전부터 대략적인 수준을 알지만, 악성 민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는 걸 뒤늦게 체감하고 이직을 결정하는 공무원이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악성 민원인에 공무원 “그냥 참아” 이직 의향 있는 공무원 비율. 그래픽=김주원 기자 이처럼 소극적인 대처는 공무원 스트레스를 키우고 자존감을 낮춰 업무 효율을 저해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결국 퇴직을 선택한다. 이런 현상은 지자체 중에서 공직 지망생에게 상대적으로 인기가 있는 서울도 마찬가지다. 옥재은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국민의힘·중구2에 따르면, 2019년 4.7%였던 서울시 저년차5년이하 공무원 의원면직률은 2022년 8.6%로 증가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하위직 공무원이 현장에서 모든 민원을 도맡아 처리하는데, 책임까지 오롯이 질 때가 많다. 이와 같은 조직문화도 최근 공무원 퇴사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교사들이 악성민원인 강경 대응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행정연구원의 ‘공직생활실태조사’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엿보인다. 공무원 6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45.2%가 ‘기회가 되면 이직할 의향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들 중 재직 기간 5년 이하인 20~30대6~9급 공무원 가운데 65.3%가 이직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낮은 처우는 줄곧 지적된 문제다. 실제로 2022년 민간 대비 공무원 보수 수준은 역대 최저 수준83.1%을 기록했다. 100인 이상 사업체 사무관리직이 100만원을 받는다면, 공무원은 83만100원 정도를 받는다는 뜻이다. 경직된 조직문화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시 공무원은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일부에선 여전히 보고서 양식을 깐깐하게 따지고 장시간 회의도 잦은 편”이라며 “지나치게 형식적인 문구 따지는 일이나 회의 시간만 줄여도 삶의 질이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공직사회 구조를 바꾸고 악성 민원에 단호히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J-Hot] ▶ 뜯지 않은 쌀포대만 4개…냉골방 죽음 CEO 정체 ▶ 유재석 아들 이름 지은 男 "이 한자 올해 절대 금지" ▶ 유방암 수술 중 상체 세웠다…그 의사 기행 속내 ▶ 70억 챙긴 클린스만, 경질 소식 듣자마자 한 일 ▶ 이강인 굴욕…PSG 복귀전, 중계사 메인서 사라졌다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희철 reporter@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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