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틀막 현장에 있던 카이스트 졸업생 엄마…"미쳤군"
페이지 정보
본문
“대통령 온다고 가족 못 들어가…울며불며 항의도”
강제퇴장당한 졸업생, 기자회견서 직접 입장 밝혀 “위해 가할 생각 없었다…취업 불이익 있을까 걱정”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졸업생이 졸업식에서 대통령 축사 도중 강제 퇴장당한 가운데, 한 학부모가 “아수라장이었다”며 당시 현장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카이스트 학사 졸업생의 어머니라고 밝힌 김모씨는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졸업식장 앞은 아수라장이었다”며 대통령이 온다는 이유로 가족이 못 들어가는 일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대통령이 졸업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어젯밤에 학생들에게 공지한 모양이었다”며 “졸업식장 앞에 도착했을 때 대기 줄은 몇 겹으로 꼬이고 꼬인 채 늘어져 있었다”고 운을 뗐다. 계속 대기하던 김씨는 입장 시간인 오후 1시30분이 되기도 전 입장을 차단당했다고 설명했다. 졸업식장이 만석이라 더 이상 들여보내 줄 수 없으니 옆 강당에서 스크린으로 관람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졸업생 1인 2매의 입장권을 교부받아 학부모들은 입장권만 있으면 당연히 입장 가능하리라 생각했다”며 “졸업식장의 주요 인사는 바로 내 자녀의 졸업식을 보기 위해 오는 가족이 아니냐”고 토로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대통령 때문에 가족이 들어갈 수 없다는 게 가당키나 하냐”며 사람들의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졸업식장 안은 만석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중간중간 빈자리가 많았고, 보안 명목으로 무대에서 가까운 곳 좌석을 아예 통제해 버려서 그만큼 수용인원도 줄어든 것”이라며 “어떤 이는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 분개하며 소리치고, 또 다른 이는 ‘언니 졸업식인데 언니도 못 보게 한다’며 울며불며 항의했다. 그제야 순차적으로 입장시켜 주었는데 200명은 더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통령 축사 도중 졸업생이 경호원에 끌려 나간 당시의 상황도 전했다. 그는 “축사 도중 1층 석사생들이 자리한 블록에서 일순간 어수선한 동향이 포착됐는데,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조용해졌다”며 “몇 마디의 남자 목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며 그 일대에서 움직임이 일었다. 그리곤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 눈이 의심스러워 옆 사람에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방금 학생이 끌려 나갔다’고 했다”며 “순간 ‘미쳤군’이라면서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는 사이 대통령은 한순간 주춤하거나, 망설이지도 않고 축사를 읽어나갔다. 마치 예상했던 시나리오대로 이야기를 전개하듯 자연스럽기 그지없었다”며 “한 나라의 수장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국민, 그것도 빛나는 졸업식의 주인공을 개처럼 끌고 가는 장면을 그대로 두었다. 최소한 과격하게 입을 틀어막으면서 제지하는 경호원의 태도에 한마디 유감이라도 표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김씨는 “평생 한 번 있는 아이의 대학교 졸업식은 씁쓸함으로 남았다”며 “다른 생각을 인정하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지금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사라지는 군사정권 때와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나라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개최된 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축사 도중 한 졸업생이 정부의 Ramp;D연구개발 예산 삭감과 관련해 고성을 지르며 항의에 나섰다. 이 졸업생은 경호원들로부터 입이 틀어막히고 사지가 들린 채 강제 퇴장 조치를 당했다. 이 졸업생은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신민기 대변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이 오늘 오후 참석한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서 소란이 있었다”며 “대통령경호처는 경호 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 이는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19일 대전 서구 전교조 대전지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저는 대통령에 어떠한 위해도 가할 의도가 없었다”며 “경찰 조사의 부당함에 대응하고 강제적인 수단마저도 서슴지 않는 윤 정권을 심판하는 데 힘을 모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한 행동이 어떤 것·누구에 대한 업무방해인지, 그것이 도저히 표현의 자유로 용납되지 않는 수준의 범법행위였는지 궁금하다”며 경찰 조사 배경으로 제기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취업을 이어 나갈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경호원에게 제압당한 사건 때문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신 대변인은 2022년 대선 직후 녹색정의당에 입당, 지난해말부터 대전시당 대변인으로 활동해 왔다. 녹색정의당 대전시당에 따르면 신 대변인에 대한 경찰 조사는 이르면 2주 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 탁구 3인방, 요르단전 직전 물병 놀이 ▶ 연두색 번호판 안 보인다 했더니…제도 시행 앞두고 꼼수 ▶ 본가에서 받아온 ‘OO’ 때문에 이혼 고민…결혼 3년차 남편의 사연 ▶ "장모 반찬 버린 게 그렇게 큰 죄인가요" ▶ 강남아파트 女사우나 다이슨 놨더니 7개 도난…“있는 것들이 더해” ▶ “면접서 여친과 성관계 했는지 물어보네요” ▶ “돈 안 갚아? 몸으로 때워” 女후배 수년간 성폭행한 20대男 구속기소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관련링크
- 이전글"의사 없으면 환자도 없다"니…버려진 히포크라테스 선서 24.02.19
- 다음글세브란스병원 전공의 약 600명 병원 떠났다 24.02.1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