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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노인, 침대에 휠체어에 강박…목숨 잃는 사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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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6회 작성일 24-10-02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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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3일 새벽 4시40분께 충남 계룡시 ㄱ요양원에서 85살 김아무개씨가 침대난간에 끈으로 묶인 휠체어를 밀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시시티브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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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일은 노인의 날이다. 우리나라 65살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올해 기준 약 19%로 내년이면 초고령화 사회20% 이상로 진입한다. 노화가 진행되면 돌봄이 필요하다. 가족의 직접 돌봄이 한계에 다다를 때 노인들은 요양원으로 간다. 여생의 끝자락, 마지막으로 머무는 요양원에서 노인들은 인간답게 생활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자해·타해 위험 등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노인들의 몸을 휠체어에 묶는 과도한 신체억제가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목숨을 잃는 사고까지 벌어졌다.




올해 7월 기준 우리나라 65살 이상 인구의 9.8%97만8865명는 요양원에 입소할 수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험 1~4급 판정을 받았다. 노인 10명 중 1명꼴로 요양원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겨레는 노인의 날을 맞이해, 요양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침해 사례를 조명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노인들의 존엄한 삶을 위해서다.





하루 11시간 휠체어에 묶여





새벽 불 꺼진 방에서 휠체어에 앉은 노인이 안간힘을 쓴다. 쉼 없이 몸을 흔들어보지만 휠체어는 요지부동이다. 노인의 몸은 휠체어에 묶였고, 휠체어는 침대 난간에 묶였다.



충남 계룡시 ㄱ요양원 6인실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이 전하는 지난 1월13일 새벽 4시40분대의 풍경이다. 한겨레가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 영상을 보면, 치매를 앓는 85살 여성 김아무개씨는 침대에서 나와 밖으로 기어가려다 요양보호사에게 제지당한 뒤 50분 동안 휠체어에 묶였다. ‘휠체어 강박’은 휠체어에 앉힌 뒤 몸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와이Y 자형 끈으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어둠 속에서 김씨가 250회 이상 몸을 들썩거리는 동안, 불을 켜고 들어온 요양보호사는 무심히 옆을 지나쳐 갔다. 같은 방 노인이 다가와 신체억제대와 침대에 연결된 끈을 풀어준 뒤에야 몸을 누일 수 있었다.



요양원 쪽에서 제출한 폐회로텔레비전 녹화 기간1월5~14일 동안 김씨는 하루에 짧게는 1시간40분, 길게는 11시간까지 모두 47시간10분 동안 휠체어에 묶여 있었다. 김씨는 2021년부터 3년 동안 이곳에서 머물렀다. 요양원이 제출한 10일치의 녹화 기록은 그가 요양원에 있었던 시간 중 극히 일부인 셈이다. 12일에는 요양보호사가 아닌 같은 방 노인이 김씨의 휠체어를 침대에 묶는다. ‘휠체어 강박’이 요양원 내에 만연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풍경이다.



계룡시 ㄱ요양원에서 침대에 사지가 강박된 89살 노인. 김예지 의원실 제공


요양원 내 강박은 노인복지법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근거 규정이 없다. 보건복지부 행정규칙의 일종인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에 △노인 또는 기관 종사자들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현저히 높은 때 △노인 자신이나 가족에게 이 사실을 통지하여 동의를 받을 때 △노인의 심신 상태, 신체적 제한을 가한 시간, 신체적 제한을 가할 수밖에 없는 사유 등을 급여 제공 기록지에 자세히 기재·관리할 때 등의 예외 기준이 있을 뿐이다.



ㄱ요양원 쪽은 자·타해 위험을 들어 김씨에 대한 강박을 정당화했다. 김아무개56 원장은 한겨레에 “김씨 그분은 수면장애와 이상행동이 심했다. 요양원 안에서 남의 것을 다 당신 물건이라고 가져가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노인들끼리 서로 밀치면서 낙상할 위험도 있었다”며 “보호자 동의도 받았다. 노인학대나 인권침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의 아들은 한겨레에 “사전에 동의해준 적 없고, 학대 신고 이후 나중에 식사할 때나 주무실 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억제를 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충남남부노인보호전문기관충남노보은 지난 5월 이 사건이 ‘신체적 학대 및 방임 학대’라고 판정하고 ㄱ요양원 원장과 요양보호사 2명을 노인복지법 위반과 업무상 중과실 치상죄, 학대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충남노보는 충남도가 지정한 전문기관으로 노인학대 대응 서비스를 제공하며, 보건복지부와 시·도지사가 지정한 39곳이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충남노보는 고발장에서 “다른 사람의 옷을 가져간다면 세심한 보살핌과 돌봄으로 해결할 것이지 휠체어에 신체를 결박하고, 나아가 그 휠체어를 침상에 결박해야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바, 도저히 정당화할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ㄱ요양원의 경우 ‘휠체어 강박’과 ‘사지 강박’을 포함한 노인 10명의 학대 피해가 신고됐다. 김씨 휠체어 강박 건은 충남노보가 우선 고발한 사건이지만 9개월이 지나도록 경찰은 아직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그동안 요양원 학대 사건에서 원장이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강박 상태에서 폭행당하고 피 묻은 거즈 문 채…





강박은 심각한 경우 사망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 충남 공주시의 ㄴ요양원에선 민아무개89씨가 침대에 손을 묶인 상태에서 같은 방의 노인 김아무개82씨에게 폭행당해 숨졌다. 폐회로텔레비전을 보면, 지난 3월25일 오후 3시17분께 입소한 민씨의 침상에는 즉시 안전바와 식탁이 설치됐다. 민씨는 침상에서 내려오려다가 안전바와 식탁에 막혀 내려오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다가 포기하는 모습도 보인다. 비극은 26일 저녁 7시30분, 침대 옆 협탁에 있던 과자 봉지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시작됐다. 과자를 봉지에 담기 위해 민씨가 침대에서 어렵사리 내려가자, 요양보호사 2명이 들어와 민씨를 침상으로 옮긴 뒤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이때 양쪽 손도 침대에 묶는다. ‘강박’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민씨가 계속 침대에서 뒤척이자 잠을 자려던 옆 침상의 김아무개씨가 다가가 민씨의 얼굴을 14차례 가격한다. 밤 9시18분께였다.



공주시 ㄴ요양원에서 입소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89살 민아무개씨가 두 손이 묶여 있는 동안 같은 방 노인 김아무개82씨에게 폭행을 당하자 뒤늦게 요양보호사가 황급히 다가가고 있다. 시시티브이 갈무리


민씨는 심근경색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고 항혈전제를 복용 중이었다. 입술에서 터진 피가 멈출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요양보호사는 손목 끈을 풀어주지 않고 피가 나는 입술 위에 거즈를 올린 채 나갔고, 민씨가 손으로 거즈를 치우자 다시 손목을 더 단단히 묶었다. 민씨는 피에 젖은 거즈를 입에 물고 헛구역질을 하다가 11시29분, 자정이 되기 전 숨을 거뒀다. 민씨의 딸은 한겨레에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셨지만 인지능력은 있었다. 함께 사는 어머니가 남편 대소변을 감당하기 힘들어 요양원에 모셨는데 단 하루 만에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공주경찰서는 지난 6월2일 가해 노인 김씨를 폭행치상, ㄴ요양원 원장과 요양보호사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가해 노인이 폭행으로 상해를 입혔지만 요양원 쪽에서 이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사건을 송치받은 대전지검은 한겨레에 “아직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공주시는 지난 7월 이 요양원에 대해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내렸으나 요양원 쪽이 불복해 충청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3월26일 밤 9시46분경 공주의 ㄴ요양원에서 두 손이 묶인 89살 노인 민아무개씨가 같은 방에 있던 노인에게 폭행을 당한 뒤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 입에 올린 거즈를 손으로 치웠다는 이유로 요양보호사가 손을 더 단단히 묶고 있다. 시시티브이 갈무리


3월27일 새벽 1시23분 공주시 ㄴ요양원에서 89살 민아무개씨가 두 손이 묶인 채 같은 방 노인에게 폭행당한 뒤 숨지자 구조대원들이 응급조처를 하고 있다. 시시티브이 갈무리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1일 한겨레에 “요양원에서의 노인에 대한 강박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관행적으로 격리·강박이 이뤄지고 있다”며 “누구나 나이가 들면 요양원에 가게 되는 사회에서 요양원 내 인권침해 문제는 모두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요양원의 격리·강박 금지를 명시화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과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이번주 발의한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월29일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글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영상 조성욱 피디 kds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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