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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가족도 안 믿은 합격…53세에 공무원 된 시각장애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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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0회 작성일 24-10-0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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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쉰셋 나이, 고3 자녀를 둔 시각장애인이 9급 공무원이 됐습니다. 중증 장애인들을 따로 뽑는 채용 전형이 마련됐고 기회를 잡았습니다.

가족들도 안 믿던 도전에 성공한 이 가장을 신진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남기석/사회복지사 : {해볼게요.} 해본다고요. 이거 어렵지 않으니까. 누르고…]


스마트폰 조작법을 가르쳐주는 이 남성은 시각 장애인입니다.

시신경 근육이 모두 마비됐고 흐릿한 대상만 보일 뿐입니다.

[남기석/사회복지사 : 오케이? 이 정도 하면 되지.]

그래도 남을 돕고 싶고, 돕는 게 직업이 됐습니다.

사회복지사 남기석 씨입니다.

[남기석/사회복지사 : 엄마한테 이쁜 말 하기. {알았어요. 약속해요!} 약속. 내가 볼 거야.]

남씨는 장애인복지관에서 12년 일했습니다.

같은 어려움을 겪어 온 장애인들은 남씨를 의지하고 믿었습니다.

이런 남씨, 곧 이곳을 떠나 서울로 갑니다.

53세, 어쩌면 은퇴 뒤를 생각할 나이에 9급 공무원이 됐습니다.

[남기석/사회복지사 : 사실은 안 될 줄 알았습니다. 집사람은 안 믿었죠. 에이 설마, 거짓말하지 말라고.]

생각지 못한 기회.

인사혁신처가 도입한 장애인 공무원 경력 채용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합격자 39명 평균연령은 37세. 큰형님뻘입니다.

[남기석/사회복지사 : 왠지 모르게 좀 작아지는 듯한 느낌들이 여전히 있어요.]

상대 얼굴이 보이지 않는 면접은 떨리고 힘들었습니다.

[남기석/사회복지사 : 긴장하고 있으니 제가 가진 생각들이 막 엉키는 거예요.]

그래도 도전 자체도 감사했습니다.

젊은 시절 막막했던 기억 때문입니다.

[남기석/사회복지사 : 한 번은 이력서를 받지도 않고 그냥 돌려주더라고요. 이력서 놓고 가도 우리하고 같이 일을 못 할 것 같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현실, 어렵게 공부해 찾은 천직이 복지사였습니다.

이제 공무원으로 전문성을 발휘해 보고 싶습니다.

[남기석/사회복지사 : 겁이 나긴 하지만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남씨는 이달부터 보건복지부로 출근합니다.

떠나보내는 이들은 아쉬웠고,

[현정자/강원 횡성군 횡성읍 : 신뢰하고 존경하는 분이에요. 아쉽다 못해서, 횡성군 장애인 사무실 한쪽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새 직장엔 든든한 신참일 겁니다.

[영상취재 구본준 영상편집 홍여울]

신진 기자 ji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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