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에 미안" 복지장관 첫 사과, 대통령실과도 상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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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전공의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전공의 이탈 이후 이들을 향한 공식적인 사과는 약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어 의료인력 수급 추계 논의 기구인 ‘인력수급 추계위원회’를 올해 안에 출범하기로 했다. 의사·간호사 등 직종별로 전문위원회가 설치돼 적정 의료인력 규모를 산출하는 기구다.
조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의료 현장의 어려움이 7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다. 환자와 가족에게 의료 이용에 많은 불편을 끼치고 있어 보건의료정책 책임자인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추진 상황 브리핑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브리핑은 원래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1급이 하기로 돼 있었지만 조 장관이 나섰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미안’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장관이 이런 말을 하기 위해 브리퍼브리핑을 하는 사람로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만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사과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아니다. 전공의들이 장기간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과 전공의들이 이탈해서 경력을 쌓는 데 차질이 생긴 점, 지금의 상황에 처하게 된 점에 대해 사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의 이날 사과 발언은 용산 대통령실과 사전에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의료개혁 과제를 하나하나 속도감 있게 실행해 나가고 있다. 인력수급 추계위원회가 그중 하나며 의료계도 참여해 고견을 보태주신다면 우리 의료가 한층 더 도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브리핑에서 과학적·전문적 의료인력 추계가 가능한 ‘인력수급 추계위원회’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논의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장치를 함께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의료인력 정책의 전문성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인력수급 추계위원회는 중장기 의료수요 등을 고려한 적정 의료인력 규모를 산출하기 위한 기구다. 의사·간호사·한의사·치과의사·약사 등 직종별로 각각 설치한다. 올해 1차 연도에는 의사와 간호사 인력 규모만 계산할 예정이다.
직종별 인력수급 추계위원회 위원은 총 13인이다. 해당 직종 공급자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가 7인으로 과반수가 되도록 한다. 나머지 6인은 환자단체?소비자단체 등 수요자 추천 전문가 3인과 관련 연구기관 추천 전문가 3인으로 구성한다.
수요자·연구기관 추천 위원은 모든 직종별 인력수급 추계위원회 위원으로 공통 참여한다. 추계 모형의 안정성과 논의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위원장은 특정 직역에 속하지 않은 연구기관 추천 위원 중 위촉해 운영의 중립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30일부터 10월 18일까지 3주 간 위원 추천을 받는다. 위원 위촉 절차를 거쳐 올해 안에 인력수급 추계위원회를 출범할 계획이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단체들에서 위원을 추천하지 않을 경우 “충분히 의료계와 협의를 해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추계작업 실무 지원 기관도 만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내에 ‘의료인력수급추계센터’를 설치하고, 직종별 대표 과반수와 추천 전문가로 구성된 ‘직종별 자문위원회’도 별도 구성?운영한다. 아울러 최종적인 정책 의사결정은 보건의료정책 법정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결정된다.
위원회에서 추계한 결과가 언제부터 적용될지를 두고 김 정책관은 “일단 수급 추계 결과가 나와야 한다”며 “다만 2026년도 의대 정원에 대해서는 의료계가 수급추계기구에 참여해 합리적인 안을 내어주신다면 충분히 논의를 해서 2026년도 증원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 철회·사과 없이는 의사인력 추계기구 참여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의협은 입장문에서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등 잘못된 의료정책을 강행해 현재의 의료대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 먼저 사과하라”고 말했다. 의협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중단해야 의사 수 추계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조 장관의 사과에 대해서는 “긍정적 변화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지난 7개월간 의사 악마화에 몰두해 온 정부가 미안한 마음을 처음 표현해 긍정적 변화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에서 의제제한 없이 논의하자며 2025학년도 증원은 철회할 수 없다는데, 의제 제한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명확히 해달라”고 지적했다. 그는 “2026학년도부터는 의대 정원 감원도 가능하다는 것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성식·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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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혁.왕준열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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