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이 누굴 기억하라고" 위패 없는 분향소에 분통[제주항공 여객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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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합동분향소, 희생자 147명 위패뿐
신원 확인 됐는데도 추가 설치 등 늦어져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 ‘항공사고’ 표기에
“제주항공 책임 드러내지 않는 방식” 지적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인 31일 전국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그러나 합동분향소에 위패가 놓이지 않거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추모 문구에서 ‘참사’ 표현 등이 빠지면서 온전한 추모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오전 11시30분 전남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설치된 정부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 147명의 위패만 놓여있었다. 지난 29일 제주항공 7C 2216편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폭발해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희생자 중 170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합동분향소에선 이를 파악하지 못해 위패가 없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 분향소 관계자는 “신원이 확인된 분들의 위패만 올리고 있다”며 “추가로 신원 확인된 분들이 있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문객 중에도 지인의 위패를 찾지 못해 헌화만 하고 떠나는 이들이 있었다. 이번 참사로 지인 5명을 잃었다는 김복현씨68는 “지인 중에 아직 위패가 안 모셔진 분들이 있었다. 이름을 못 찾겠더라”라며 눈물을 훔쳤다. 함께 조문을 온 박모씨는 “분향소에 위패가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서울시가 이날 서울시청 정문 앞에 설치한 분향소에도 위패나 희생자 사진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이번 참사를 부르는 명칭도 제각각이었다. 지난 30일 서울시 홈페이지에는 ‘항공사고로 고인이 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배너가 게시됐다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라고 표현이 바뀌었다. 경상북도와 경기도는 홈페이지에 여전히 ‘항공사고’라고 표기한 배너를 걸어뒀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9일 보도자료를 내며 제목을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 대응’으로 붙여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주항공 역시 이번 참사를 ‘무안공항 사고’라고 칭해 자사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항공사고’라는 단순한 표현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난 이번 참사 성격을 지워버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사고는 탑승객의 인명 피해뿐 아니라 항공기 손상 등을 모두 포괄하는 용어인 만큼 탑승자 대부분이 숨진 이번 참사의 중대함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항공사고’라는 표기는 제주항공의 책임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일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며 “참사 대신 사고라고 부르는 방식도 사안을 축소해서 보려는 관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위패를 모시지 않은 합동분향소나 부정확한 참사 명기에 대한 문제 지적은 과거 참사 때도 반복됐다.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행정안전부는 합동분향소를 설치하며 영정사진이나 위패를 생략하라는 지침을 내려 유가족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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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확인 됐는데도 추가 설치 등 늦어져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 ‘항공사고’ 표기에
“제주항공 책임 드러내지 않는 방식” 지적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분향소가 31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앞에 설치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인 31일 전국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그러나 합동분향소에 위패가 놓이지 않거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추모 문구에서 ‘참사’ 표현 등이 빠지면서 온전한 추모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오전 11시30분 전남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설치된 정부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 147명의 위패만 놓여있었다. 지난 29일 제주항공 7C 2216편은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폭발해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사망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희생자 중 170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합동분향소에선 이를 파악하지 못해 위패가 없는 상황이 나오고 있다. 분향소 관계자는 “신원이 확인된 분들의 위패만 올리고 있다”며 “추가로 신원 확인된 분들이 있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문객 중에도 지인의 위패를 찾지 못해 헌화만 하고 떠나는 이들이 있었다. 이번 참사로 지인 5명을 잃었다는 김복현씨68는 “지인 중에 아직 위패가 안 모셔진 분들이 있었다. 이름을 못 찾겠더라”라며 눈물을 훔쳤다. 함께 조문을 온 박모씨는 “분향소에 위패가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서울시가 이날 서울시청 정문 앞에 설치한 분향소에도 위패나 희생자 사진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상북도는 31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추모 문구에서 ‘항공사고’라고 표기했다. 경상북도 홈페이지 갈무리
지방자치단체마다 이번 참사를 부르는 명칭도 제각각이었다. 지난 30일 서울시 홈페이지에는 ‘항공사고로 고인이 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배너가 게시됐다가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라고 표현이 바뀌었다. 경상북도와 경기도는 홈페이지에 여전히 ‘항공사고’라고 표기한 배너를 걸어뒀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9일 보도자료를 내며 제목을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 대응’으로 붙여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주항공 역시 이번 참사를 ‘무안공항 사고’라고 칭해 자사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항공사고’라는 단순한 표현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난 이번 참사 성격을 지워버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사고는 탑승객의 인명 피해뿐 아니라 항공기 손상 등을 모두 포괄하는 용어인 만큼 탑승자 대부분이 숨진 이번 참사의 중대함을 잘 드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항공사고’라는 표기는 제주항공의 책임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일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며 “참사 대신 사고라고 부르는 방식도 사안을 축소해서 보려는 관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위패를 모시지 않은 합동분향소나 부정확한 참사 명기에 대한 문제 지적은 과거 참사 때도 반복됐다.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행정안전부는 합동분향소를 설치하며 영정사진이나 위패를 생략하라는 지침을 내려 유가족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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