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가득메운 시민들…들기름전선 등 이색깃발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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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아이돌 응원봉에…‘못 가서 미안’ 선결제 진풍경도
‘시험은 망쳤지만, 나라는 망칠 수 없다’ 10대들도 눈에 띄어
‘시험은 망쳤지만, 나라는 망칠 수 없다’ 10대들도 눈에 띄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재표결을 앞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만난 이모17군은 ‘시험은 망쳤지만, 나라는 망칠 수 없다’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군은 “탄핵이 가결될 것 같아 역사의 한 순간을 보려고 집회에 왔다”며 “뜻이 맞는 친구가 있어서 경기도 화성에서 함께 왔다”고 말했다.
10대 청소년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탄핵안 가결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현장에서 지켜보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을 찾았다. 이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손팻말을 흔들며 윤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지난 7일 집회 당시 등장했던 아이돌 응원봉과 이색 깃발도 다시 등장했다. 집회 참가자를 위해 국회 앞 상점에 커피나 음식을 선결제하고, 줄서서 음식을 받아가는 진풍경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3시 국회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이에 앞서 시민들은 오전 10시쯤부터 여의도에 모여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했다.
여의도에 자리를 잡은 참가자들 사이에선 이색 깃발이 눈에 띄었다. ‘덜 볶은 들기름 해방 전선’이라는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석한 김모30씨는 “지난주 부모님이 들기름을 보내주신 게 생각나 이름을 지었다”며 “현재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한 보편적인 분노를 나타내려고 일부러 아무 의미를 담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간 정권에 대항하는 시위는 딱딱했는데, 이젠 시위도 재미있는 일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OTT 뭐 볼지 못 고르는 사람들 연합회’라는 깃발을 들고 참가한 김유미24씨는 “지난 박근혜 탄핵 집회 때도 참여한 경험이 있는데, 당시 정치적 구호가 적힌 깃발로 경찰의 제재를 받았었다”며 “이런 깃발도 잡아가 보라는 취지에서 재치 있는 깃발들이 등장한 것 같다”고 말했다.
‘MZ세대에 감동받은 X세대 연합’ ‘순댓국에 순대 빼고 먹기 연합’ ‘전국 디스크 통증 호소 연합’ 등 이색 깃발이 국회 앞에 속속 등장했다. ‘전국텅장인 연합, 우리 집 곳간도, 나라 곳간도 비었다’와 같은 깃발도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집회 도중 블랙핑크, 데이식스 등 K팝이 흘러나오자 깃발을 더 힘차게 흔들었다. 부모님과 함께 집회에 나온 아이들은 노래를 따라부르며 춤을 추기도 했다. 아이돌 응원봉을 든 참가자들도 많았다. 홍준기55씨는 “민주주의가 바닥으로 무너졌는데, 젊은 친구들이 많이 동참해 줘서 민주주의가 금방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국회 앞에는 가수 아이유,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유리 등 연예인과 일반 시민들이 주도한 선결제 행렬도 눈길을 끌었다. 집회 참가자를 위해 커피나 음식을 미리 주문해 놓은 카페나 식당 등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공유됐다. 아이유가 선결제한 카페 점주 이연주43씨는 “아이유씨가 음료 100잔, 빵 100개를 선결제했는데 오전 8시 카페를 열자마자 손님들이 많이 와 줄을 서기 시작했다”며 “1시간만에 음식이 모두 소진됐다”고 말했다.
오후 1시쯤 국회대로 인근에 있는 한 카페에는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가 선결제한 커피를 받기 위해 9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카페 유리창에는 조국 전 대표를 응원하는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여의도에는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는 푸드트럭과 포장마차도 등장했다. 한 부스에선 주먹밥을 나눠주며 “민주화 운동 때도 엄마들이 만든 주먹밥을 먹고 힘을 냈다. 이 주먹밥 먹고 힘내서 탄핵을 이뤄내자”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비상행동 측은 이번 집회에 200만명 넘는 인파가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일 집회 참가 인원의 배가 넘는 규모다.
경찰은 집회 장소 일대에 교통 혼잡·정체 등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교통경찰 180여명을 배치했다. 서울시와 경찰, 소방 등은 지하철을 추가 운행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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