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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러 나온 가장, 이웃이 휘두른 일본도에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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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23회 작성일 24-07-31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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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서 ‘묻지마 살인’ 두 아들 둔 40대 아빠 숨져

일러스트=백형선·Midjourney

일러스트=백형선·Midjourney

일면식이 거의 없는 아파트 이웃을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 29일 오후 11시 24분쯤 은평구의 한 아파트 정문에서 김모43씨를 100cm 길이 일본도日本刀로 수차례 베거나 찔러 살해한 백모37·무직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신림역·서현역 살인 사건처럼 치정·원한·보복 등 뚜렷한 범죄 동기가 없이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해치는 ‘이상異常 동기 범죄’일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유족·목격자들 말을 들어보면, 김씨는 이날 담배를 피우러 잠시 아파트 정문 인근으로 나왔다가 일본도를 든 백씨에게 공격당했다. 두 사람은 같은 108동 주민이었지만 다른 라인에 살았다. 유족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했고, 백씨는 “얼굴 정도는 안다”고 진술했다. 별다른 교분은 없는 사이였다고 한다. 백씨 칼에 이마, 복부, 팔 등을 다친 김씨는 피를 흘리며 5m가량 이동, 관리 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하려 했으나 백씨가 따라와 재차 공격했다. 119 구급대가 인근 병원으로 옮기던 도중 과다 출혈로 숨졌다.

서울의 한 기업에 재직 중이던 김씨는 9·4세 두 아들을 둔 가장이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족들은 “평소 직장과 집밖에 몰랐던 사람”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우리 아들 너무 착했어요. 열심히 살았는데, 정말 억울합니다”라며 영정 앞에서 오열하다가 주저앉았다.


아파트 주민들은 피의자 백씨가 착실한 대기업 직원이었는데 지난달 상사와 문제가 생겨 불미스럽게 퇴사하면서 성격이 이상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혼자 단지를 돌아다니며 고성을 지르거나 욕설을 했고, 일본도를 들고 아이들을 따라다니거나 ‘칼싸움을 하자’고 말을 걸기도 했다고도 했다. 지난 17일엔 아파트 헬스장에서 소란을 피워 경찰이 출동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주민들은 “평소에도 이상한 행동을 많이 해 불안한 인물이었다”고 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백씨는 “산책을 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마주친 적은 있으나 개인적 친분은 없으며,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자신을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하여 범행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백씨의 약 처방 이력 등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정신 감정 또한 의뢰하겠다”고 했다. 백씨가 마약 검사를 거부해 경찰은 그의 모발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영장도 신청할 방침이다.

지난해 7월 서울 관악구에서 조선34이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30대 남성 3명이 다쳤다. 그다음 달 분당 서현역에서 최원종23이 차량과 흉기로 여성 2명을 숨지게 하고 12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두 사람 모두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며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후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 한 해 발생한 이상 동기 범죄는 살인 5건, 살인미수 3건, 상해 25건, 폭행 11건이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살인·테러 예고 등 112 신고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일본도 살인 사건을 포함, 27~29일 사흘간 서울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은 4건이다. 27일엔 서울 성동구의 한 할인 마트 정육점에서 부하 직원에게 흉기를 휘두른 50대 남성이 구속됐고, 같은 날 서울 구로구에서는 술자리를 함께하던 지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목 부위를 다치게 한 50대 중국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8일에는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에서 남편을 흉기로 찌른 30대 여성이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됐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상 동기 범죄는 언제 어디서 누가 일으킬지 모른다는 점에서 경찰에서 예방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회 안전망 확충 등 여러 주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한편 백씨는 지난 1월 서부서에서 도검刀劍 소지 허가를 받았다. 당시 백씨는 범행에 쓴 일본도를 ‘장식용’으로 신고했다. 총포화약법을 보면, 알코올·마약중독자나 정신 질환자, 강력범죄 전과자 등은 총포·도검 소지 허가를 받을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백씨는 당시 정신 병력과 범죄 경력상 별 이상이 없어 허가가 났다”고 했다. 경찰은 백씨의 일본도 입수 경위를 비롯, 이후 백씨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이상 동기 범죄

뚜렷한 동기 없이 불특정 대상을 향해 벌이는 폭력적 범죄를 이르는 말. 흔히 ‘묻지 마 범죄’로 불렸으나 경찰은 2022년부터 이를 이상 동기 범죄로 처음 분류해 통계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벌어진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등이 이상 동기 범죄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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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찬 기자 originality@chosun.com 구동완 기자 visual@chosun.com 김도연 기자 heres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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