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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퇴근 여성, 8개월 뒤 백골로…태워 간 택시 기사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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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7회 작성일 24-08-0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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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퇴근 여성, 8개월 뒤 백골로…태워 간 택시 기사 어디에

2010년 8월 울산에서 실종된 후 8개월 만에 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50대 여성과 범인의 몽타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14년 전 오늘 새벽 울산 남구 번화가의 한 소주방 조리원으로 일하던 전휘복 씨당시 52세·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오전 4시 20분께 동료 부부와 함께 퇴근하던 전 씨는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에 올랐고 이것이 전 씨의 마지막 모습이 됐다.

이후 8개월이 지난 2011년 4월 17일 울산 부곡동 철거촌 인근 풀숲에서 한 양봉업자가 백골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시신 근처에는 전 씨의 옷가지와 빈 지갑이 흩뿌려져 있었고, 국과수의 DNA 감정 결과 시신은 전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 실종 당일 딸 폰으로 온 4통의 현금서비스 이용 문자

2010년 8월 2일 평소처럼 야간근무를 마치고 돌아와야 할 엄마가 돌아오지 않자, 이날 오후 전 씨의 자녀들은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성인에 대한 실종 신고는 가출 가능성 등으로 인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였고, 전 씨가 사라진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은 접수를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전 씨의 자녀들은 일단 어머니가 일하던 가게로 돌아갔고 어디서부터 수소문을 해야 하나 고심하던 차에 딸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가 왔다. 전 씨가 쓰던 딸 명의의 신용카드로 누군가가 방금 현금 서비스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오후 8시 42분부터 46분 사이 네 차례에 걸쳐 현금 총 100만 원이 인출됐다는 문자메시지 알림이 연달아 울렸고, 카드가 사용된 곳은 놀랍게도 전 씨가 일하던 소주방에서 30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편의점 두 곳이었다. 전 씨의 자녀는 즉시 이를 경찰에 알리고 편의점으로 달려갔지만 현금을 인출한 이는 이미 편의점을 떠난 뒤였다.

CCTV 속 현금을 인출한 사람은 특징적인 파란색 옷을 입고 있었고, 이를 확인한 경찰과 전 씨의 가족은 함께 인근 수색에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란 옷의 사내가 붙잡혔는데, 근처 안마방에서 삐끼호객꾼로 일하던 17세 박 모 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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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마방 10대 삐끼, 호객하다 수고비 3만 원 받고 심부름

하지만 박 군은 전 씨 딸의 신용카드도, 현금 100만 원도 들고 있지 않았다. 알고 보니 박 군은 호객하던 중 누군가의 심부름으로 돈을 인출했던 것이었다.

박 군은 40대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호객하던 중 그 남성으로부터 "현금이 없다, 수고비를 줄 테니 네가 돈을 찾아다 주면 너희 가게에서 마사지를 받겠다"는 말을 듣고 돈을 인출했다고 진술했다.

안마방 주인도 이 남성을 기억했다. 남성이 술에 취해있었으므로 서비스를 해줄 수 없다고 했고, 이 과정에서 얼마간 실랑이를 벌였기 때문이다.

가게에서 쫓겨난 남성은 택시를 타러 갔고, 이 남성이 탄 택시의 블랙박스에 그의 인상착의가 흐릿하게 담겼다. 이후 남성은 승차지에서 멀지 않은 야음체육관시장 입구에서 내린 뒤 사라졌는데, 그와 대화까지 나눈 목격자가 박 군, 안마방 주인, 야음동에 내려준 택시 기사까지 3명이나 있음에도 경찰은 아직 이 남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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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 기사 전수조사 후 유력한 용의자 발견했으나…

전 씨 실종 직후 경찰은 전 씨를 마지막으로 태운 택시 기사를 찾는 데 힘을 쏟았고, 택시 기사 1명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술 취한 손님의 카드를 훔쳐 절도죄로 구속돼 1년 정도 수감생활을 한 기사였다. 해당 기사의 운행 기록에는 공교롭게도 전 씨 실종 당일의 비슷한 시각인 새벽 4시 18분에 손님을 태워 4시 47분에 내려준 기록이 있었다.

운행 거리는 2.5㎞로 약 3200원 정도 나오는 거리인데 희한하게 미터기에 찍힌 요금은 7200원이었다. 4000원이나 더 나온 것이었다. 정차한 차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지만 전 씨의 집 앞에서 시체 유기 장소까지의 거리를 이동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고, 더 이상의 물증도 발견되지 않았다.

전 씨의 시신이 버려졌던 철거촌 풀숲 인근 주민은 종종 택시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기억했다. 그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의 인터뷰에서 "여기가 으슥하니까 데이트하러 오는 사람들은 종종 있는데 개인택시가 자꾸 오는 게 좀 수상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백골화된 시신에서는 아무런 증거를 찾을 수가 없었으며 결정적으로 경찰은 전 씨를 마지막으로 태운 택시 기사를 찾아내지 못했다. 박 군에게 현금 인출 심부름을 시킨 남성을 직접 상대한 목격자 3명의 진술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목격자들은 용의자로 지목된 택시 기사가 사건 당일 만났던 남성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안마방 삐끼에게 피해자 딸의 카드를 건네 현금 인출을 부탁한 남성이 택시를 잡는 모습. 블랙박스 영상이 흐릿해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상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그 사람이 버린 꽁초 확보해야"…목격자 진술 무시한 경찰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장기 미제로 남은 것에 대해 경찰의 미흡했던 초동수사를 지적했다. 경찰은 사건 초기 박 군을 범인으로 단정해 증거물 확보를 소홀히 했다. 박 군은 자신에게 현금 인출 심부름을 시킨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렸으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경찰은 박 군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 꽁초는 유실됐고 경찰이 용의자의 DNA를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서 이 사건은 장기 미제 사건이 돼버렸다.

베테랑 형사 출신 한국범죄학연구소 김복준 연구위원은 "DNA만 확보했어도 범인은 언제 잡혀도 잡히는데"라고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시체 유기 장소로 보아 범인은 그 지역에 살면서 지리감이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술을 마시고 피해자의 실종 장소 인근에 또 나타났다는 것도 범인의 거주지가 그곳에서 가깝다는 뜻"이라며 사건의 해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경찰이 재수사에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주문했다.

syk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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