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를 찌르는 악취 3년째 쉬쉬 폐기물 방치된 광양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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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항 일대 곳곳 불법 폐기물
무단 투기 후 잠적, 3업체 당해 처리 비용 수십억 감당 못해 방치 검경 수사, 최대 1만톤 추정 "국가항 부실 관리" 지적 지난 18일 국제 해운·물류 중심기지 국가항인 전남 광양시 광양항의 한 물류창고. 정체 모를 폐기물 더미가 약 2.5m 높이로 쌓여 쓰레기 산을 이뤘다. 폐기물 더미를 덮은 파란 가림막은 해지고 낡아 포대자루 안에 담긴 정체 모를 거무튀튀한 광석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보이지 않는 유독가스 탓에 눈에선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고, 독한 암모니아 냄새로 기침이 쉴 새 없이 나와 숨 쉬는 것도 고역이었다. 불과 몇 분 만에 두통과 메스꺼움 증상이 나타나더니 하루 종일 지속됐다. 해당 부지를 광양항 소유주인 여수광양항만공사로부터 임대해 물류창고업을 하고 있는 대표 A씨는 "폐기물 더미에서 간혹 불꽃이 튀는 것도 봐 걱정된다"며 "부지 일부에서 악취를 내뿜는 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어느 회사가 우리를 믿고 계약해 물건을 맡기거나 공장을 사용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나처럼 이런 폐기물 더미를 떠맡은 업체가 광양항에 두 곳 더 있다"며 "폐기물만 생각하면 분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광양항에 불법 폐기물 수천 톤이 2년 이상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검찰이 1년가량 수사했지만, 소유주를 명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국가항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 11월 A씨의 고소장을 접수한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광양항 폐기물 수사에 착수했다. A씨 창고에 폐기물이 쌓이게 된 것은 지난 2022년 1월. 평소 알고 지내던 중개업자인 오모씨를 통해 수출업자 이모씨가 "수출해야 할 시멘트 원료 2,500여 톤이 있는데 3개월만 잠시 보관하겠다"고 부탁하면서다. A씨는 어차피 땅을 놀리고 있던 터라 이씨에게서 세 달 치 임대료 200만여 원을 받고, "6,611㎡ 부지에 최장 6개월까지 보관하겠다"는 물품보관계약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이씨는 계약 기간이 만료됐는데도 물품을 수출하지 않고 이런저런 핑계로 그 자리에 놔뒀다. 이후 장마철에 비를 맞은 적재물에서 불꽃이 튀며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그제야 상황이 심상찮음을 인지한 A씨가 7월 전문가에게 성분 검사를 의뢰했고, 2,639톤 규모의 알루미늄 폐기물이란 결과를 받은 뒤 고소장을 접수시켰다는 게 A씨 설명이다. 그러나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씨는 연락을 끊었다. 해경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23년 1월 "이씨에게 지시해 폐기물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하모씨가 A씨 사무실을 찾아왔다. 하씨는 "경북 경주시에 30억 원을 주고 폐기물 재처리 공장을 인수했는데, 이씨가 광양항에 방치한 폐기물을 전부 가져가 폐기하겠다"며 고소 취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A씨가 확인해보니 해당 공장은 버려진 상태였고, 하씨에게 "고소를 취하할 테니 폐기물을 책임지고 처리하겠다는 보증보험증권을 작성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씨와 하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A씨가 당한 똑같은 방법으로 이씨의 폐기물을 떠안은 업체가 광양항에 두 곳 더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세 업체가 떠맡은 폐기물이 최대 1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지난해 3월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송치했다. 광주지검은 보완 수사를 통해 지난해 12월 이씨와 하씨를 기소했다. 재판은 시작됐지만, 방치된 폐기물들은 고스란히 피해자들이 떠안게 될 처지에 놓였다. 그사이 이씨와 하씨가 잠적해서다.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폐기물 분진과 악취로 직원들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지난해엔 해외 수출 계약까지 물거품이 됐다. A씨는 "수년간의 노력 끝에 식품 수출 협약을 맺고 계약이 임박했던 덴마크 업체가 본사를 방문해 폐기물을 보고는 곧바로 등을 돌렸다"고 했다. A씨는 피해자인 다른 두 업체와 폐기물 처리 방법을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막대한 비용이 들어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매립도 생각했지만, 성분 검사 결과 구리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해 중화 작업을 거쳐 재처리해야 한다. 그는 "재처리시설이 있는 경북 경주시나 전남 담양군으로 폐기물을 옮겨야 하는데 20톤 화물차 130여 대를 동원해야 해 이송에만 수억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폐기물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재처리 비용이 수십억 원 들 수 있고, 법적으로 폐기물 소유권이 이씨 등으로 돼 있어 함부로 손댈 경우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의 영업 손실로 벼랑 끝까지 몰린 A씨는 "회사를 부도내는 것 외에 뚜렷한 방도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업체들이 줄도산할 경우 알루미늄 폐기물들은 고스란히 광양항을 관리하는 여수광양항만공사가 떠안게 될 전망이다. 공사는 폐기물이 3년째 방치되고 있는데도, 관련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 경찰 관계자는 "여수광양항만공사도 이미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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