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무안공항 둘러본 조류 전문가 "입지 자체가 앞으로도 조류 충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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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저수지·습지 많은 철새 이동 길목
참사 날 저녁에도 ‘20만마리’ 가창오리 떼
“새 이동과 착륙 경로 맞닿았을 가능성 커”
“공항 위치 선정부터 제대로 시행해야”
30일 오전 8시30분쯤 가창오리 수백마리가 무안국제공항의 활주로 위를 가로질러 날아갔다. 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장57은 가창오리 떼를 가리키며 “이곳무안공항 인근에는 저수지와 바다, 습지가 많아 오리 등 철새가 이동하는 길목”이라며 “무안공항의 입지 자체가 앞으로도 조류충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철새 서식지 등을 연구하는 주 소장은 지난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소식을 듣고 직접 무안국제공항을 찾았다. 사고 현장 인근의 조류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주 소장은 전북지역 새 전문가로, 매년 겨울 무안공항 주변도 방문해왔다.
그는 “사고 당일은 아니지만 하루 뒤에도 새들의 쉼터와 먹이터가 크게 바뀌지 않았을 수 있다”며 “사고의 주원인으로 조류 충돌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적어도 이 지역에 실제 어떤 새들이 얼마나 있고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확인해야만 또 다른 조류충돌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주 소장과 동행하며 비행기 이동 경로를 따라 현장 탐문과 새의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
“창포호 부근에서도 가창오리 떼가 날고 있네요.” 오전 8시50분쯤 무안국제공항이 있는 전남 무안군 망운면 창포호 인근에서 오리떼가 날아가자 주 소장이 말했다. 전날 오전 9시쯤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이 무안공항으로 들어온 시간과 비슷한 시간이다. 그는 “가창오리 같은 경우 원래 야행성이라 해 질 무렵이 되면 공항 남동쪽에서 북동쪽으로 이동해 먹이활동을 한 뒤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다시 휴식처로 돌아온다”고 했다.
그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일어난 29일 오후 6시쯤에도 무안공항 인근에서 20만 마리의 가창오리떼를 발견했다. 무안공항 동쪽의 한 농경지에 서 있는데 가창오리 5만 마리가 한 차례 지나간 뒤 15만 마리가 남쪽으로부터 날아와 북동쪽으로 군무를 펼치며 이동했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대로면 밤새 먹이활동을 한 가창오리는 아침이 되면 다시 경로를 거슬러 간다. 이 경로는 비행기의 경로와 맞닿는다.
이날 가창오리의 정확한 휴식 장소는 발견하지 못했다. 주 소장은 “새의 이동 경로와 비행기의 착륙경로가 맞닿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새의 이동 시간을 살펴 비행기 이착륙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 새의 이동 시간조차 제대로 연구된 것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창오리뿐만 아니라 무안공항 인근에는 약 40여 종의 조류가 서식한다. 망운면 인근 바닷가에서도 쉽게 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 소장은 탐조 망원경을 바라보며 “청머리오리, 혹부리오리가 400마리 정도, 가마우지도 30마리 정도, 청둥오리랑 흰뺨검둥오리도 150마리 정도 있다”며 “바닷물 수위 변화에 따라 먹이를 찾으러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새들이 수초와 수중생물을 먹으러 썰물이 드는 오전 시간 펄을 찾아온 것이다.
이곳 또한 비행기 경로와 일치한다. 이곳에서 산책을 하고 있던 주민 구창호씨70는 “당일 새가 비행기와 충돌하는 것은 못 봤다”면서도 “이미 머리 위로 사고 비행기가 높이 날아가면서 ‘펑‘하고 엔진에서 불을 내며 날다가 다시 ‘펑‘했다”고 말했다.
공항에서 직선거리로 6~7㎞정도 떨어 운남면도 비행기가 착륙하는 경로에 걸쳐져 있다. 청둥오리, 홍머리오리, 알락오리, 중대백로, 흰뺨검둥오리 100여마리는 바다의 얕은 곳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마을주민 정무상씨72는 동네 앞 한 섬을 가리키며 “저기 서서 대나무로 찌르면 닿을 듯이 낮이 날던 비행기가 무슨 일로 바퀴도 안 내리고 높이 날았다”며 “쇠가 튀는 소리가 두 차례 정도 들려 ‘무슨 일이 나겠다’ 싶어 집에 들어가자 뉴스에서 비행기 사고가 났다고 했다”고 말했다.
주 소장은 “현재 인근에서 발견되는 조류의 숫자를 보면 다시 조류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단순히 새를 쫓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공항 수를 줄이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항을 늘리면서 소음공해 탓에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을 선정하고 있는데, 새의 서식지와 겹치며 충돌 위험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제주도와 가덕도, 새만금까지 새롭게 공항을 늘리려 하는데 모두 새의 서식지와 겹치는 지역”이라며 “위치선정부터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안 |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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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날 저녁에도 ‘20만마리’ 가창오리 떼
“새 이동과 착륙 경로 맞닿았을 가능성 커”
“공항 위치 선정부터 제대로 시행해야”

30일 오전 8시30분 ‘제주공항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 전남 무안군 망운면에 있는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위로 가창오리 떼가 날아가고 있다. 오동욱 기자
30일 오전 8시30분쯤 가창오리 수백마리가 무안국제공항의 활주로 위를 가로질러 날아갔다. 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장57은 가창오리 떼를 가리키며 “이곳무안공항 인근에는 저수지와 바다, 습지가 많아 오리 등 철새가 이동하는 길목”이라며 “무안공항의 입지 자체가 앞으로도 조류충돌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철새 서식지 등을 연구하는 주 소장은 지난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소식을 듣고 직접 무안국제공항을 찾았다. 사고 현장 인근의 조류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주 소장은 전북지역 새 전문가로, 매년 겨울 무안공항 주변도 방문해왔다.
그는 “사고 당일은 아니지만 하루 뒤에도 새들의 쉼터와 먹이터가 크게 바뀌지 않았을 수 있다”며 “사고의 주원인으로 조류 충돌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적어도 이 지역에 실제 어떤 새들이 얼마나 있고 어디로 이동하는지를 확인해야만 또 다른 조류충돌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주 소장과 동행하며 비행기 이동 경로를 따라 현장 탐문과 새의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

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 소장이 전남 무안군 망운면 인근 창포호에서 탐조활동을 하고 있다. 오동욱 기자
“창포호 부근에서도 가창오리 떼가 날고 있네요.” 오전 8시50분쯤 무안국제공항이 있는 전남 무안군 망운면 창포호 인근에서 오리떼가 날아가자 주 소장이 말했다. 전날 오전 9시쯤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이 무안공항으로 들어온 시간과 비슷한 시간이다. 그는 “가창오리 같은 경우 원래 야행성이라 해 질 무렵이 되면 공항 남동쪽에서 북동쪽으로 이동해 먹이활동을 한 뒤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다시 휴식처로 돌아온다”고 했다.
그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일어난 29일 오후 6시쯤에도 무안공항 인근에서 20만 마리의 가창오리떼를 발견했다. 무안공항 동쪽의 한 농경지에 서 있는데 가창오리 5만 마리가 한 차례 지나간 뒤 15만 마리가 남쪽으로부터 날아와 북동쪽으로 군무를 펼치며 이동했다는 것이다. 그의 설명대로면 밤새 먹이활동을 한 가창오리는 아침이 되면 다시 경로를 거슬러 간다. 이 경로는 비행기의 경로와 맞닿는다.
이날 가창오리의 정확한 휴식 장소는 발견하지 못했다. 주 소장은 “새의 이동 경로와 비행기의 착륙경로가 맞닿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새의 이동 시간을 살펴 비행기 이착륙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 새의 이동 시간조차 제대로 연구된 것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가창오리뿐만 아니라 무안공항 인근에는 약 40여 종의 조류가 서식한다. 망운면 인근 바닷가에서도 쉽게 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 소장은 탐조 망원경을 바라보며 “청머리오리, 혹부리오리가 400마리 정도, 가마우지도 30마리 정도, 청둥오리랑 흰뺨검둥오리도 150마리 정도 있다”며 “바닷물 수위 변화에 따라 먹이를 찾으러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새들이 수초와 수중생물을 먹으러 썰물이 드는 오전 시간 펄을 찾아온 것이다.
이곳 또한 비행기 경로와 일치한다. 이곳에서 산책을 하고 있던 주민 구창호씨70는 “당일 새가 비행기와 충돌하는 것은 못 봤다”면서도 “이미 머리 위로 사고 비행기가 높이 날아가면서 ‘펑‘하고 엔진에서 불을 내며 날다가 다시 ‘펑‘했다”고 말했다.
공항에서 직선거리로 6~7㎞정도 떨어 운남면도 비행기가 착륙하는 경로에 걸쳐져 있다. 청둥오리, 홍머리오리, 알락오리, 중대백로, 흰뺨검둥오리 100여마리는 바다의 얕은 곳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마을주민 정무상씨72는 동네 앞 한 섬을 가리키며 “저기 서서 대나무로 찌르면 닿을 듯이 낮이 날던 비행기가 무슨 일로 바퀴도 안 내리고 높이 날았다”며 “쇠가 튀는 소리가 두 차례 정도 들려 ‘무슨 일이 나겠다’ 싶어 집에 들어가자 뉴스에서 비행기 사고가 났다고 했다”고 말했다.
주 소장은 “현재 인근에서 발견되는 조류의 숫자를 보면 다시 조류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단순히 새를 쫓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공항 수를 줄이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항을 늘리면서 소음공해 탓에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을 선정하고 있는데, 새의 서식지와 겹치며 충돌 위험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제주도와 가덕도, 새만금까지 새롭게 공항을 늘리려 하는데 모두 새의 서식지와 겹치는 지역”이라며 “위치선정부터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장이 지난 29일 무안국제공항 남쪽 창포호 인근에서 발견한 가창오리떼. 이날 주 소장은 무안공항 동쪽 농경지에서도 20만마리의 가창오리떼를 발견했다. 주용기 소장 제공
무안 |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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