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원석 검찰총장ⓒ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임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존재감이 상한가다. 김건희 여사 비공개 소환조사를 보고 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며 이른바 패싱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이 총장이 비공개 소환조사에 대해 원칙에 어긋난다며 사과하자 대통령실에서는 정치를 하려 한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법조계에서는 이 총장이 마주한 상황이 5년 전 문재인 정부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과 닮은 꼴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당시 윤 총장 역시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 이후 패싱과 감찰을 받았다.
◇밀월로 시작한 두 검찰총장…정권 수사서 갈등 시작
윤 총장은 적폐 청산을 내건 문 정부의 신임을 받으며 취임했다. 당시 청와대는 파격 인사라는 평이 무색하게 "부정부패를 뿌리 뽑음과 동시에 시대적 사명인 검찰개혁과 조직쇄신 과제를 훌륭하게 완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밀월관계는 취임 2달도 안 돼 끝났다. 검찰은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인사청문을 받던 2019년 9월 6일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기소는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에게 칼을 겨눈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문-윤 관계가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전망으로 이어졌다.
검경수사권 조정 갈등,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등으로 깊어진 문-윤 관계의 골은 주윤 갈등을 겪으며 파국으로 치달았다. 조 장관의 뒤를 이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문 정부 인사 관련 의혹을 수사한 검사들을 모두 지방으로 보내고 윤 총장을 감사·징계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민생침해범죄 대응 강화방안 모색을 위한 세미나를 마치고 승강기를 통해 이동하고 있다. 2024.7.2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원석 총장과 윤 정부의 관계는 지난 5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신속 수사 지시를 계기로 인사 패싱, 김 여사 조사 보고 패싱으로 이어졌다.
법무부는 신속 수사 지시 11일 만에 이 총장의 의견을 묵살하고 서울중앙지검장과 1~4차장을 대거 물갈이했다. 인사 패싱 논란을 두고 윤-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서울중앙지검이 이 총장 모르게 지난 20일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한 사실은 양측 갈등에 쐐기를 박았다. 일각에선 조사 보고 패싱이 이 총장을 배제한 채 대통령실과 서울중앙지검 간 사전 교감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평소 김 여사 검찰 소환 조사를 강조한 이 총장의 의중과 반대로 한 것은 결국 대통령실의 뜻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총장이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수사지휘권 회복을 요청했다 거부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감설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 총장은 김 여사 비공개 조사를 두고 "특혜와 성역이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사과하며 "앞으로 남은 수사와 사건 처분에 있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원칙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제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4.7.2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9월 퇴임·명품백 수사 막바지…이원석 시간이 없다
윤-이 갈등은 문-윤 갈등처럼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 총장의 임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데다 김 여사 수사는 막바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취임 직후 문 정부 인사 수사에 박차를 가해 2021년 사임 전까지 수사를 지휘했다. 반면 이 총장의 김 여사 명품백 의혹 수사 지시는 퇴임 4달을 앞두고 이뤄졌다.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다고는 하지만 수사에 힘이 실리기엔 다소 늦은 시점이었다.
이 총장의 임기는 오는 9월 15일 끝난다. 이번 비공개 소환조사로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는 사실상 막바지다. 이 총장이 취할 조치가 마땅치 않다.
이 총장이 대검찰청 감찰부에 김 여사 비공개 조사의 진상조사를 지시한 만큼 향후 검찰이 김 여사 재소환을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이미 한 차례 조사했고, 이를 이유로 김 여사 측도 불응할 가능성이 높아 실제 재소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이 오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청문회에 출석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이 총장이 증인으로 나와 김 여사 수사를 다시 언급할 경우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다만 이 총장이 "대통령 탄핵 청문이라는 유례없는 정치적 사안에 사법을 담당하는 검찰총장을 끌어들이는 것은 정치가 사법을 정쟁으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비판한 만큼 불출석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패싱을 겪으면서 이 총장 심경에 변화가 생겼는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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