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속초 가성비 여행 코스는?" 챗GPT에 물었다
페이지 정보
본문
[아무튼, 주말]
‘챗GPT’ 켜고 떠난 팩트 체크 속초 여행 챗GPT가 추천한 속초 가성비 여름휴가 코스 중 하나인 영금정. 전망대 구름다리 아래로 해녀가 뭍으로 나오고 있다. 챗GPT에 속초 해녀에 대해 물었더니 제주 해녀와 혼동한 답변을 들려줬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마음에 드는 음성을 선택하고 가성비 여름 휴가지부터 물었다. 제주도·속초·부산·경주…. 질문을 조금 달리해도 제주도와 속초가 상위를 차지했다. 비서와 함께라면 조금 색다를 수 있겠단 기대에 속초로 정하고 질문을 이어간다. “속초 여름휴가 가성비 코스를 추천해 줘.” AI 비서는 몇 초 만에 장장 4박 5일 일정의 여름휴가 코스를 쏟아냈다. AI가 추천한 코스 중 뻔한 곳은 피하고, 코스를 따라가 보며 팩트 체크해 봤다. 손품, 발품 팔아 AI 비서도 몰랐던 속초의 숨은 명소들도 소개한다. ◇”’영금정’과 가까운 주차장을 알려줘!” 비대면 방식의 AI 비서여도 자기소개는 필요한 법. 정중히 부탁하니 AI 비서는 “안녕하세요! 저는 ChatGPT, ‘OpenAI’에서 개발한 AI 언어 모델입니다. 다양한 질문에 답하고, 정보 제공, 대화 및 여러 주제에 대한 논의가 가능합니다….” 곧바로 ‘여름휴가 지원 특별 업무’에 투입시켰다. 속초는 연간 2500만명이 찾는 인기 여행지이기에 이미 알려진 곳이 많지만, 그중 가성비 여행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속초에서 한적하게 바다를 전망하기에 좋은 장소를 추천해줘!” AI 비서가 1초 만에 외옹치해수욕장·영금정·동명항 방파제 등을 제시했다. 추천 사유에 “바다를 바라보며 산책하기 좋다”는 영금정으로 향했다. 영금정은 ‘속초의 인증 샷 명소’를 물어봤을 때도 AI 비서가 3순위 안에 꼽았던 곳. 뙤약볕에 걷기가 부담스러워 ‘영금정 근처 주차장’을 묻자 비서는 ‘속초항 공영주차장’으로 안내했다. 주소대로라면 영금정까지는 도보 15분 거리나 됐다. 다시 “영금정과 가장 가까운 주차장을 안내해달라”고 했다. 이번엔 골목 안쪽 ‘영금정길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도보 3분으로 훨씬 가까운 거리였지만, 영금정과 가장 가까운 주차장은 ‘속초시 수협 동명활어센터 주차장’이나 ‘영랑해안길 주차장’이다. 동명활어센터 주차장은 유료최초 30분 1000원 이후 10분당 300원다. 그보다 속초 빠꼼이들에게 많이 알려진 영랑해안길 주차장은 규모가 크진 않으나 무료다. 영금정까지는 도보 2~3분 거리. 해외 출신인 비서가 국내 현지 사정엔 어두울 수 있어 해당 사항에 대해 정보를 정정해주니 “네, 맞습니다. 영금정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장은 영랑해안길주차장입니다” 하고 열린 마음?으로 수긍, 답변을 정정해 다시 알려준다. 상사의 지적에 평정심을 잃지 않는 음성이 마음에 든다. 속초바다를 감상하기에 좋은 영금정정자전망대. 전망대 앞으로는 영금정해돋이정자가 보인다. 해돋이정자는 일출과 일몰 감상 전망대로 유명하다. 전망을 보며 챗GPT에 "문화관광해설사가 되어 영금정에 대해 알려달라" 했더니 청산유수처럼 영금정 정보를 쏟아냈다. 구체적이기보단 두루뭉술한 정보들이 많았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AI 비서는 “영금정은 ‘영원한 금’”이라며 아는 척도 했다. “이 지역에서 영원히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곤 한다”면서. 뜻은 그럴싸하나 동명항과 가까이 있는 영금정靈琴亭은 파도가 석벽에 부딪칠 때마다 신비한 소리가 들리는데 그 소리가 거문고[琴]를 타는 것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대 넓게 펼쳐져 있는 암반을 아우르는 지점을 모두 포함한다. 원래 돌산처럼 자리했다가 일제강점기 말 속초항 개발로 파괴돼 암반 형태를 띠게 됐다고. 아담한 정자에서 가만히 귀 기울이니 거문고 소리보단 시원한 파도 소리가 속세의 소음에 찌든 귀를 씻어주는 듯했다. ◇해녀’ ‘안전지킴이’… 현지 ‘지식in’ 등장 망망대해를 보며 감상에 젖을 무렵 영금정 가까이에서 물질하고 올라오던 해녀를 ‘목격’했다. 속초 해녀가 직접 물질하는 광경을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기에 AI 비서에 “속초 해녀에 대해 알려줘”라고 했다. 비서는 ‘해녀’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만 늘어놓았다. 심지어 ‘속초에 있는 해녀촌, 해녀박물관’에 가보란다. 속초 해녀박물관은 금시초문인데 그사이 생긴 곳인가 싶어서 “어디에 있냐”고 물으니 “외옹치항에 있다”고 답했다. 뭍으로 나오던 제주 출신 속초 해녀 김영숙씨는 “속초 해녀박물관은 없다”며 “속초엔 현재 열댓 명의 해녀가 활동 중이며 그중 아흔을 넘긴 해녀도 있다”고 했다. 영금정 부근에서 물질하고 있던 해녀 김영숙씨. "한여름에 바다 상황이 괜찮을 때만 소일거리 삼아, 건강 관리를 위해 바다에 들어간다"고 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속초8경 중 하나인 속초등대전망대로 올라가는 길 중 등대옛길을 따라가면 벽화골목을 지난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속초등대라고 써 있는 입구의 계단길 옆으로 대숲이 이어진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이마의 땀을 닦아준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속초등대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활짝 핀 무궁화 군락 아래로 해안도로의 자동차들이 장난감처럼 보인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해발 60여 m에 있는 속초등대. 1957년 점등해 항로표지의 산 교육장 역할을 해오고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내려올 땐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계단길을 이용했다. 갑자기 동요 ‘등대지기’가 생각나 AI 비서에 “동요 ‘등대지기’를 불러줘”라고 했더니 비서는 “저는 노래를 직접 부를 수는 없다”며 일부 가사를 소개하거나 그와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줄 수 있다고 했다. 에리크 사티의 ‘Gymnopedie’, 클로드 드뷔시의 ‘Clair de Lune’ 등을 선곡해주었다. ◇그늘 찾아 ‘미시령계곡’으로 바다 실컷 보고 나니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숲속 계곡이 그리워졌다. “속초에서 자동차 타고 갈 수 있는 제일 가까운 계곡을 알려줘” 하니 비서는 ‘미시령계곡’ 등을 추천했다. AI 비서의 안내에 따라 “속초에서 약 30분 거리로 입장료가 있지만, 비교적 저렴하며 주변에 그늘도 있다”는 미시령계곡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맛집 추천을 받아 물회를 먹기로 했다. AI가 추천한 곳은 이미 유명한 ‘청초수물회’. 가는 도중 현수막에 ‘성게 제철’이라고 쓴 ‘바람꽃해녀마을 본점’으로 갔다. AI 비서에 해당 식당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니, “활전복을 사용한 싱싱한 전복물회, 전복뚝배기 등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 성게비빔밥에 전복물회가 깔끔하게 나왔다. 간장새우장과 명태회무침을 추가 금액 없이 무한 맛볼 수 있었다. AI 비서는 물어봐야 얘기해주는 친구였다. 미시령폭포민박 안쪽에 있는 비밀의 계곡은 최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젊은 층 사이에서 나만 알고 싶은 계곡 리스트에 올랐던 곳이다. 챗GPT AI비서의 추천 사유처럼 미시령폭포는 자동차로 가기에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계곡 근처 주차장은 시설 예약자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옥빛을 자랑하는 미시령계곡. 수심이 3~4m인 지점도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촌캉스는 ‘상도문돌담마을’에서 AI 비서에 촌캉스 숙소를 브리핑해달라고 했다. 생뚱맞게 양양에 있는 일반 펜션, 부근에 있던 리조트도 리스트에 올렸다. 맨 위에 추천한 ‘설악 한옥마을’에 대해 비서는 “설악산과 가까워 자연 경관이 아름답고 한옥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고 했다. 설악산 가까이 한옥 민박들이 모여 있다. 그중 도문동 ‘상도문돌담마을’은 500년 전통의 유서 깊은 마을이다. 몇 년 전부터 촌캉스 유행으로 젊은 층과 어린 자녀를 둔 가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상도문돌담마을을 기반으로 한 로컬 여행사 ‘지구인투어’ 대표이자 마을 내 ‘문화 공간 돌담’을 지키고 있던 박화권씨는 “실제로 챗GPT를 활용해 이곳을 찾는 60대 여행객들이 있다”며 “1960~80년대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다녀갔던 세대에겐 추억이 있는 민박촌”이라고 설명했다. 시골 감성의 숙소에서 휴가를 즐기는 촌캉스 인기로 알음알음 주목받고 있는 상도문돌담마을. 강돌을 쌓아만든 낮은 담장이 골목마다 이어진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상도문돌담마을의 여행자센터 역할을 하는 문화공간 돌담. 박화권 지구인투어 대표가 직접 동네 해설에 나서기도 한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 속초에서 홍어회를? 우문현답은 없다! ] 호수 너머 설악산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영랑호. AI비서는 속초 가성비 코스 중 영랑호에서 자전거 타기도 추천했다. 호수 둘레길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대여유료해준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AI 비서와의 여행은 외롭지 않았다. 모르는 건 없는 친구인데, 그렇다고 자세히 아는 것도 없는 친구와 동행하는 기분이랄까. 어떤 질문에 대해선 스마트폰 화면으로 자세한 정보도 연결해주었다. 하지만 페이지는 연결 불가 화면이 뜨는 일도 빈번했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폰과 대화하며 여행하니 호기심에 쳐다보는 이들도 있었다. 대화가 되니 운전할 때 두 손은 자유로운 편이었다. 여행 앱인 마인드트립Mindtrip에 비해 신선한 코스도 있었다. 총평은 이렇다. 우문현답은 바라지 말 것. 질문이 뻔하면 답도 뻔하다. 반대로 질문이 정확하면 대체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물론 검증은 필수였다. ‘미시령폭포민박’처럼 변수가 있는 민간 운영 시설은 특히 별도 문의가 필요하다. 해외파다 보니 가끔 엉뚱한 답변이나 궤변을 늘어놓기도 한다. 이를테면 “속초 홍어회를 추천한다”고도 했다. 속초에서 즐겨 먹는 ‘가자미식해’ ‘명태식해’를 오역한 듯한 답변이었다. 집요하게 물으면 피곤하다는 듯 ‘한도 초과’를 알린다. 무료체험판에는 한계가 있었다. 일주일간 쓰고 AI 비서를 해고구독 취소하면 더 이상의 요금은 부과되지 않는다. 분명 여름휴가 일주일간만 쓰고 구독 취소하겠다고 했건만 업그레이드됐다는 기능에 홀려 유료 구독 버튼을 눌러버렸다. 이번엔 더 똑똑한 AI 비서가 등장했다. 신입 비서는 “제 데이터베이스는 2023년 9월까지 정보로 업데이트되어 있습니다”라면서 무료체험판의 비서보다 더 구체적인 코스와 정보를 쏟아냈다. ‘속초에서의 여름 휴가에 대한 기사를 작성해달라’고 했더니 돌아온 제목은 이랬다. ‘자연과 문화의 완벽한 조화’.
조선닷컴 핫 뉴스 Best
[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속초/박근희 여행기자 |
관련링크
- 이전글반지하 주민들 "장마철만 되면, 하…" 장판 말릴 틈도 없이 또 24.07.19
- 다음글"김포행 끊었는데 인천 갈 수도" MS 사태에 제주공항 항공 지연 24.07.1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