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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 제출합니다"…건보 판결 이후 동성커플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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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21회 작성일 24-07-2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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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까지 전국 지자체에 접수된 동성 혼인신고 총 33건
신고서 내도 수리 안되지만…"정체성 알리고 통계에 남길 것"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 사랑해도 한국에서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사실에 늘 마음이 불편했어요. 투명인간 취급만 당하다가 대법원 판결 생중계를 보는데 조금이나마 인정받는다는 생각이 들며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

2013년부터 11년 동안 동성 연인과 교제 중인 남성 삼식가명·34씨는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최근 대법원 판결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 역시 지난해 퇴사하며 건강보험료를 지역가입자 자격으로 내던 터라 이번 소송 당사자들의 처지에 더 공감했다고 한다.

지난 18일 동성 커플의 상대방을 사실상 부부처럼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성소수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비록 법원이 동성혼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에 견고했던 차별의 벽을 조금은 허물고 궁극적으로는 동성혼이 인정되는 주춧돌이 되리라는 것이 이들의 희망이다.

삼식 씨는 다음달 구청에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이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지만 이번 판결이 결정타가 됐다는 것이 삼식 씨의 설명이다.

그는 이미 지난해 4월 미국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까지 마쳤으나 한국에서는 혼인 신고서를 제출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2022년 3월 지자체의 가족관계 등록 전산시스템이 정비되면서 적어도 행정 절차상으로는 성별에 상관없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됐지만, 동성 부부가 신고서를 내면 법원은 현행법상 수리할 수 없는 동성 간의 혼인이라며 받아들이지 않는다.

23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2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이처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됐으나 수리되지 않은 동성 간 혼인신고는 모두 33건이다.

삼식 씨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자기 성적 정체성을 알리고 이를 통계에 남기려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려 한다.

삼식 씨는 "떳떳하게 결혼할 권리를 얻어내기 위해 머릿수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이라며 "결혼을 원하는 성소수자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보여줘 동성혼 법제화의 입법 근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레즈비언 부부로 잘 알려진 김규진33씨의 사례도 비슷하다.

그는 2019년 미국 뉴욕에서 동성 파트너와 언약을 맺은 뒤 지난해에는 기증받은 정자로 시험관 시술을 받아 국내 레즈비언 부부 중 처음으로 아이를 낳았다.

김씨는 2020년 결혼 1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하려 했으나 4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씨는 "이번 판결을 통해 언젠가 우리 부부 모두 딸 라니의 법적 어머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며 "누군가 벽을 뚫고 나가지 않으면 우리의 존재는 기록에도 잡히지 못한다. 주변의 성소수자 부부들을 모아 함께 다시 구청에 가서 혼인 신고서를 제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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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인권센터인 신나는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영화감독 김조광수59씨의 경우 2014년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은 서울 서대문구청을 상대로 불복 소송을 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헌법과 민법 등 관련법이 구체적으로 성구별적 용어를 사용해 혼인은 남녀 간의 결합이라는 점을 기본 전제로 놓고 있다"며 각하했다. 항고 역시 기각됐다.

김조 이사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 사회가 좀처럼 변화의 움직임이 없는 것 같아 답답했는데 그래도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성소수자 당사자들이 이 벌어진 틈을 더 열어보고자 계속 움직인다면 동성혼 법제화로 가는 길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삼식 씨도 언젠가 여느 부부처럼 혼인관계증명서를 건네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거부당하는 경험이 계속 쌓이다 보니 성소수자들은 어차피 아무것도 안 될 것이라고 자포자기해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이번 판결로 그런 생각에 금이 간 게 느껴집니다. 생전에 우리 존재를 인정받는 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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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ay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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