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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모인 여의도 "거짓말 폭정은 끝났다"…가결에 부둥켜 안고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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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회 작성일 24-12-1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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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안 표결을 앞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윤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안 표결을 앞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윤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민주주의가 이겼다.”


국민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멈춰세우려던 윤석열 대통령을 심판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시민들이 대거 집결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는 함성과 박수로 진동했다. 시민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펄쩍펄쩍 뛰었고, 어떤 이들은 두 손을 모아쥐고 눈물을 흘렸다. ‘윤석열 퇴진’ 깃발이 크게 휘날렸고,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들어 국회의사당 위로 펼쳐진 ‘역사의 하늘’을 찍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가 전해진 이날 오후 5시, 여의도는 환호성에 휩싸였다. 집회 주최 측이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을 전하자 시민들은 양손을 들어올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집회 무대에서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크게 울렸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측이 추산한 국회 앞 집회 참석 인원은 200만명경찰 신고 집회 인원 20만명이었다.

시민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무도한 국가 권력을 끌어내릴 힘이 주권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이날 집회에서 확인했다. 이지훈씨71는 “역사의 현장에서 민주주의의 저력을 확인했다. 모든 시민들이 같은 마음으로 나온 것”이라며 “거짓말을 반복하는 폭정은 이제 끝났다”라고 했다. 유형석씨31는 “헌법재판소도 법관으로서 양심과 소신에 따라 좌고우면하지 않고 심판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남모씨60는 “집회에 모인 젊은이들을 보며 희망을 느꼈다”며 “세상이 바로 설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스스로 ‘마음의 빚’을 진 이들이 이날 집회에 자리했다. 울산에서 상경한 50대 이모씨는 “일주일 전 KTX를 예매해 어제 저녁 퇴근하자마자 상경했다”며 “지난주 표결에 실패한 것을 보고 속상해서 오늘 보탬이 되고자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온 조영래씨45는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때는 출장 전날이어서, 국회로 가야한다는 마음은 컸지만 못 가서 미안했다”며 “불법적인 계엄을 선포하는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온정과 지지, 응원의 손길은 국회의사당에 모여든 인파를 ‘동료 시민’으로 묶었다. 사비를 털어 마련한 김밥과 핫팩, 주먹밥과 어묵이 도심 곳곳에서 온기를 퍼뜨렸다. 손에서 손으로 건네진 따뜻한 커피는 매서운 추위만 녹인 게 아니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드러난 국가권력의 폭력성과 치밀함에 다치고 얼어붙은 마음들이 거리에서 곁을 지킨 동료 시민들의 존재로 아물고 녹았다. 경기 수원에서 올라온 김양미씨49는 이날 새벽 6시부터 직접 지은 주먹밥을 ‘탄핵을 부르는 밥’이라 이름 지었는데, 이는 1980년 광주에서 시민군을 먹이던 주먹밥에서 착안한 것이라 했다.

윤 대통령 탄핵을 바라는 간절한 바람만큼이나 이날 집회를 가득 채운 것은 ‘민주주의는 이길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었다. 그 확신을 엿볼 수 있는 풍자와 해학이 ‘투쟁의 현장’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었다. ‘광란의 칼춤 댄스 동호회’ ‘은평 버뮤다 삼각지대 생존자 모임’ ‘전국 디스크 통증 호소 연합’ ‘한국마법소녀협동조합’ ‘회사 가기 싫은 직장인협회’ 등 각양각색 깃발이 여의도 곳곳에서 나부꼈다. ‘중생대 공룡협회’ 깃발을 들고 공룡 옷을 입은 한소현씨28는 “평범한 국민을 ‘반국가 세력’이라며 국민이 아니라고 한다면, 차라리 공룡 행세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국민에게 총구를 겨눌 수 있다면 우리는 ‘운석 충돌’을 앞둔 공룡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열하루 만에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승리의 경험은 미래 세대의 역사에도 고스란히 남게됐다. 교복을 입은, 또는 수능을 마친 10대 청소년들은 지난 4일부터 집회를 찾아 주권자의 뜻이 국가 권력을 이겨내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오전 7시 버스를 타고 전북 전주에서 동생과 함께 상경한 박시현양15은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무책임한 대통령이 아닌, 국민을 생각하고 책임감이 더 큰 이가 국가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심선우군15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마음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게 신기하고 따뜻하다”라고 말했다. 심군은 수능 시험지를 빗대 만든 ‘2025년 탄핵 영역’ 문제지를 들고 있었는데, ‘필적확인란’의 문구는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였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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