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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나갔지만…출근길 딸, 아파트 복도에서 전 남친에 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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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61회 작성일 24-07-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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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나갔지만…출근길 딸, 아파트 복도에서 전 남친에 피살

지난해 스토킹하던 전 남자 친구의 흉기에 찔려 숨진 30대 여성 이 모 씨.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오늘은 전 남자 친구의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그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30대 여성 이 모 씨가 사망한 지 꼭 1년째 되는 날이다. 재판부는 이 씨의 1주기인 오늘 오후 가해자의 항소심 선고를 진행한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한 가운데 2심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 피해자 모친이 말리는 데도 잔혹하게 살해


이 씨는 1년 전 오늘 오전 6시께 출근을 위해 인천 아파트 자택을 나섰다. 잠시 후 이 씨의 모친은 아파트 복도에서 작게 들려오는 "살려주세요"란 목소리에 놀라 속옷 바람으로 달려 나갔다.

딸의 전 남자 친구인 30대 설 모 씨가 딸을 눕혀놓고 흉기로 공격하고 있었다. 모친은 설 씨를 말렸으나 집 밖으로 나오려는 여섯 살 손녀를 보호하는 사이, 설 씨는 이 씨를 잔혹하게 찔렀다. 모친의 신고로 이 씨는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설 씨는 회사에 나가지 않았는데, 설 씨의 부친은 SBS 궁금한 이야기 Y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출근한다고 계속 나갔다. 평소에 불량스러웠으면 이해가 가는데 사고 한번 친 적 없는 성실한 애"라며 아들이 이 씨에게 스토킹으로 신고당해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던 것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가해자 설 씨와 피해자 이 씨가 메신저로 주고받은 대화.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 스토킹 신고당한 후 메신저 프로필에 연애 때 사진 걸었다

이 씨는 2022년 우연히 테니스 동호회에서 설 씨와 처음 만나 6개월이 채 되지 않는 기간 짧게 교제했다. 설 씨는 이 씨를 따라 또 다른 동호회에도 가입했고, 이 씨가 일하는 회사로 직장까지 옮겼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연애 초기부터 위태로웠다. 설 씨는 이 씨의 집 앞에 일방적으로 찾아와 몇 시간이고 기다렸고, 전화를 걸어 "같이 있고 싶다고 했잖아! 같이 있고 싶다고!"라며 소리를 질렀다.

설 씨는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있던 이 씨에게 계속해서 원치 않는 결혼을 종용했고, 지난해 2월에는 폭력을 휘둘러 결국 이 씨가 경찰에 신고했다. 집착과 다툼에 지친 이 씨는 이별을 고했으나 5월에도 팔에 새까만 멍이 들 때까지 설 씨에게 폭행당해 스토킹으로 그를 신고했다.

그런데 이후 설 씨가 황당한 짓을 벌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뽀뽀하는 모습 등 연애 때 찍었던 사진을 메신저 프로필에 올린 것이었다. 소름이 끼친 이 씨는 제발 사진을 내려달라고 부탁했으나 설 씨는 말을 듣지 않았고, 개인 SNS에까지 똑같은 사진을 올렸다.

설 씨는 또 이 씨의 차 뒤를 위협적으로 따라붙는 등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다. 지친 이 씨는 "사진을 내려주고 부서를 옮기면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제안했고, 설 씨에게 각서를 받은 후 고소를 취하했다.


이 씨가 스토킹범 설 씨의 흉기에 찔린 장소.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뉴스1




◇ "스마트워치 반납해 주세요"…허술한 피해자 보호에 유족 울분

며칠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6월 9일 설 씨는 또 이 씨를 찾아왔다. 집 앞에 나타난 설 씨가 두려웠던 이 씨는 경찰에 신고했으나, 설 씨는 접근금지명령만 받고 4시간 만에 풀려났다.

설 씨의 계속된 스토킹 위협에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었던 이 씨는 6월 말 "가해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면 스마트워치를 반납해달라"는 안내를 받고 7월 13일 스마트워치를 반납했다. 이후 나흘 만에 이 씨는 설 씨의 흉기에 찔려 숨을 거뒀다.

이와 관련해 이 씨의 친언니 A 씨는 스토킹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온라인에 글을 올려 누리꾼들에게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A 씨는 "접근금지명령은 형식에 불과했다. 연락이나 SNS를 안 한다고 끝날 문제인 거냐. 스마트워치는 재고가 부족하고 심지어 사고가 일어나야만 쓸모가 있다. 모든 상황이 끝나고 경찰이 출동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라며 동생이 끝내 보호받지 못한 현실을 씁쓸해했다.

A 씨는 "죽은 동생의 폰에는 스토킹과 관련된 검색 기록이 가득했다. 얼마나 불안했을지 되돌아보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 엄마는 가해자를 말리며 생겼던 상처 자국을 보며 동생 생각에 매일 슬픔에 허덕이고, 동생의 여섯 살 딸은 엄마 없이 세상을 살아가게 됐다"며 고인 사망 이후의 불행한 일상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부디 스토킹 범죄를 겪는 많은 피해자분들이 안전해질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옛 연인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30대 스토킹범 설 씨가 인천 논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7.28/뉴스1 ⓒ News1




◇ 가해자 살인 고의성 부인…1심서 25년형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보복살인, 살인,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설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설 씨에 대해 "피해자로부터 사망 직전 사과를 받은 것에 대해 후련함을 느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피해자와 그 자녀에게 미안한 태도를 보이지 않아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행 후 죄증을 인멸하거나 도주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설 씨는 범행의 동기가 피해자의 스토킹 신고가 아닌 피해자가 자신을 스토킹범으로 내몰아 직장 생활을 망친 탓이라고 주장, 살인의 고의성과 보복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설 씨가 피해자를 흉기로 한 차례 찌르고도 재차 찔러 범행에 나아간 점 등을 근거로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설 씨의 보복살인죄를 인정했다.

이후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설 씨는 너무 무겁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냈다.

지난 3일 검찰은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판사 이예슬·정재오·최은정 심리로 열린 설 씨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1심과 같이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 씨 사망 1주기인 오늘 오후 설 씨의 항소심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syk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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