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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가입 무당만 30만명" 불안한 한국, 무속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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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0회 작성일 24-12-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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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 위치한 노 전 사령관이 함께 운영했던 곳으로 지목된 점집의 모습. 뉴스1

지난 20일 오후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 위치한 노 전 사령관이 함께 운영했던 곳으로 지목된 점집의 모습. 뉴스1

2024년 한국사회에 하나의 망령이 떠돌고 있다. 무속이라는 망령이다. 12·3 비상계엄사태 이후 연일 드러나는 배후와 실체에서도 무속과의 관련성이 끊임없기 제기되고 있다. 계엄령의 막후 기획자로 지목되는 노상원육사 41기·예비역 소장 전 정보사령관은 직접 점집을 운영하기까지 했다. 대선후보 토론회 때 손바닥 ‘왕王’자가 드러내듯,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무속 논란은 취임 전부터 거셌다. 정치 리더십을 비롯해 국가 권력이 작동하는 곳곳에 무속이 파고들 정도로 우리 사회의 병리적 징후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전엔 쉬쉬하던 무속이 우리 사회에 보편화·양지화했다는 사실은 통계로 확인된다. 지난 4월 발간된 2022년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 사업체 수는 9391개, 종사자 수 1만194명이다. 이는 2020년 8942개, 9692명에서 각각 5% 증가한 숫자다. 그러나 정식 사업체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국내 최대 무속인 단체인 대한경신연합회경천신명회 측은 회원 가입 무당이 30만명이라고 밝히면서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숫자도 많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2000년대 초반 20만명에서 현재 80만명으로 늘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지난 23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운영해 온 점집 앞에 제사용품들이 쌓여 있다. 부적풀이경을 통해 부정을 풀 수 있다는 안내문도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 23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운영해 온 점집 앞에 제사용품들이 쌓여 있다.


특히 유튜브에서 확장세가 거침 없다. 사주?역술?명리학 등으로 포장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내놓는 대권·국운 예언이 웬만한 정치평론보다 조회수가 높다. 팔로어 수가 30만~50만에 이르는 역술인 유튜브가 여럿이다. 지난 9월 게재된 ‘2025년에 한반도는 통일되겠지만…’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운영자 영성과 지혜은 116만회 이상 재생되고 댓글도 1200여개 달렸다. 불가리아 예언가 바바 반가의 예언을 정리한 ‘전설적 예언가의 2024년 예언’ 영상은 1000만 뷰도 넘는다.


최근 들어 무속 확장이 가파른 건 사회 불안 증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역사적으로 급격한 사회변화 때마다 무속이나 초자연적 존재에 의지하는 경향이 되풀이됐다. 최근 디지털 발달과 4차 산업혁명 도래, 인공지능AI 도입, 플랫폼 노동자 증가 등 급변하는 사회에서 경쟁에 밀려나는 이들의 패배감을 무속이 위로한다는 관점이다. 『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를 쓴 문화심리학자 한민 박사는 “미래는 누구나 궁금한데, 명리학에 따라 ‘대운’이 이렇다는 식으로 짚어주면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일수록 더욱 끌린다”면서 “저출산·통일·기후위기 등 국가적 난제에 대해서도 기성 언론·학계보다 시원시원한 풀이를 하니 솔깃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오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차린 점집 앞에 말린 생선 등 제사 용품들이 쌓여 있다.연합뉴스

지난 23일 오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차린 점집 앞에 말린 생선 등 제사 용품들이 쌓여 있다.연합뉴스

젠더 갈등이 증폭하고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 전반에서 신뢰·애착관계에 공백이 커지면서 대안의 심리상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인하대 이은희 교수소비자학는 “취업·결혼이 힘든 젊은 층일수록 희망의 말을 듣고 싶은데, 사실상 무속이 카운슬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샤머니즘을 오래 연구한 리오라 사파티 텔아비브대 교수『현대 한국 샤머니즘』 저자는 “무당을 찾는 것은 ‘신’을 믿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하는 사람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싶은 행위에 가깝다”고 했다.

주목할 것은 한국인의 종교적 성향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점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입소스의 종교 인구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53%이 주요 26개국 중 1위다. 신의 존재를 믿는 한국인의 비율은 33%에 불과해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낮았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2023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 조사’에 따르면 종교를 갖는 이유도 윤회·구원·영생 같은 특정 교리보다 ‘마음의 평안을 위해’라는 응답이 3대 종교 모두 가장 높았다. 특히 개신교에서 1998년 조사 이래 신앙 이유 1위를 지켜온 구원과 영생36%을 제치고 마음의 평안42%이 처음 올라섰다. 무속 신앙이 파고들 정서적 토대가 조성돼있는 셈이다.


이렇듯 사회 모순과 불안이 심화하고 있지만 이를 앞장서 해소해야 할 정치권은 비상계엄 사태에서 보이듯 오히려 갈등을 가중시키고 있다. 1987년 이후 승자가 모두를 독식하는 양당제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양극화한 진영논리가 상호 증오를 증폭시켜온 탓이 크다. 합리적 토론에 기반한 정치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사이 ‘정치 무당 김어준’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의 표현 같은 진영 스피커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부정선거 의혹 등 음모론이 활개친다. 윤리·철학의 빈곤이 샤머니즘 회귀로 나타나는 것이다.

정치사회학자들은 개인의 종교 자유를 인정하는 한국사회에서 무속으로 사적 위로를 얻는 것을 비난할 수 없지만 공적 리더십까지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과거에도 주술정치가 없던 게 아니고 사회가 투명해지면서 표면화하는 것”이라면서도 “국민들 정치 의식이 높아졌는데 주술에 기댈 정도로 멘털?역량이 취약한 사람이 공적 권위를 행사하는 걸 납득하겠냐”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정책 결정이 주술에 휘둘린다는 의혹 자체가 비극"이라면서 “이성적인 토론 사회가 자리잡을 수 있게 사회적 성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강혜란·홍지유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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