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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인 경쟁에 신고자도 치고 갔다…죽음까지 부른 레커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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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2회 작성일 24-07-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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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난형 특수자동차레커·wrecker가 서울 올림픽대로 여의도 63빌딩 부근을 지나고 있다. 기사와 무관. 손성배 기자

구난형 특수자동차레커·wrecker가 서울 올림픽대로 여의도 63빌딩 부근을 지나고 있다. 기사와 무관. 손성배 기자


이른바 ‘레커차’로 불리는 사설 구난·견인차 운전자들이 사고 현장에 더 일찍 도착하기 위해 경쟁하다가 또 다른 사고를 내는 일이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교통법규 위반을 넘어 또 다른 운전자 목숨을 앗아가는 일까지 발생해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기 화성동탄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 오전 10시쯤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면 동탄 터널에서 A씨35가 몰던 레커차가 뒤에서 달려오던 B씨26의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과 추돌하는 사고가 났다. A씨는 갓길에 주차한 상태에서 옆 차선 뒤쪽에서 접촉 사고가 발생하자 50m가량 후진하다가 사고를 냈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전치 2주의 피해를 본 B씨는 “갑자기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레커차가 차선을 물고 내 차 앞으로 다가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지난 4월28일 경기 광주 제2중부고속도로에서 액티언 SUV 차량과 아우디 차량이 추돌해 운전자 2명이 모두 숨졌다. 사건 조사 결과 아우디 차량 운전자는 출동한 사설 레커가 무리하게 견인을 하려고 진입하다 역과밟고 넘어감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4월28일 경기 광주 제2중부고속도로에서 액티언 SUV 차량과 아우디 차량이 추돌해 운전자 2명이 모두 숨졌다. 사건 조사 결과 아우디 차량 운전자는 출동한 사설 레커가 무리하게 견인을 하려고 진입하다 역과밟고 넘어감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사흘 뒤엔 운전자 생명을 앗아간 사고도 벌어졌다. 같은 달 28일 오전 2시 50분쯤 광주 제2중부고속도로 하남 방면 도로에서 갑자기 한 SUV가 멈춰섰다. 뒤따르던 문모31씨가 몰던 승용차가 이 SUV에 부딪혀 전복됐다. SUV 차량 운전자 허모23씨는 숨졌고, 문씨는 가까스로 차 밖으로 나왔다. 그때 박모32씨가 몰던 사설 레커차가 문씨 차 옆쪽으로 역주행하며 들어가다가 문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치고 지나가 숨지게 했다. 당시 다른 레커차들이 몰려와 서로 차를 견인하려고 경쟁하는 상태였다고 한다.

광주경찰서는 출동한 레커차 4대 중 박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를 적용했고, 검찰은 지난달 5일 그를 구속기소 했다. 박씨는 사고가 나자 자신의 레커차 블랙박스뿐 아니라 문씨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까지 훔쳐 숨겨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고 한다. 문씨 유족은 박씨 사건을 심리하는 수원지법 성남지원 재판부에 탄원서를 내는 등 엄벌을 호소하고 있다.

과도한 레커차 경쟁은 지나치게 높은 요금이나 강제 견인 등 소비자 피해로도 이어진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자동차 견인 관련 피해 상담은 748건이었다. 가격·요금 불만이 335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당 행위 115건, 단순 문의상담 102건, 이자 및 수수료 38건, 품질물품·용역 37건 등 순이었다.

계약을 제대로 맺지 않고 일단 차량을 매달아 견인부터 한 뒤 요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가장 많다. 지난달 25일엔 사고 직후 운전자가 레커차 사업자에게 “보험사에 견인을 요청했다”고 말했는데도 막무가내로 견인한 뒤 요금 23만원을 청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운전자는 레커차 사업자를 상대로 민사 소송으로 제기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긴박한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의사를 묻지 않거나 비용을 명확히 고지하지 않은 채 계약 없이 견인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17일 오후 영동고속도로 용인 요금소 램프 구간에서 한 레커가 후진을 하다 경기남부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암행순찰차에 적발됐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지난 4월17일 오후 영동고속도로 용인 요금소 램프 구간에서 한 레커가 후진을 하다 경기남부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암행순찰차에 적발됐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도로 위 사고를 수습하는 레커차 관리 규제를 제도권 안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교통법 80조운전면허에 따르면, 제1종 특수구난차 면허만 따면 레커차를 몰 수 있다. 지난 6월 기준 전국 구난차차량의 두 바퀴를 들어 견인는 1만 359대이고, 견인차차를 완전히 들어서 견인는 4만 356대다.

지윤석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북부본부안전관리처장은 “단순히 차량 견인을 넘어 안전·구난 기능까지 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처럼 준공영제로 운영하면서, 구난형 특수자동차 영업을 상시 순찰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출신 홍성환 변호사는 “레커들의 하이에나식 견인에 국민 안전이 속수무책으로 침해당하고 있는 현 상황을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며 “사설 견인업체 지정 관리제도를 도입해 정부가 업체 직원 교육과 관리를 지휘·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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