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즐기는 서핑 고수 흑기러기…4000㎞ 날아 한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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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흑기러기를 관찰하기 위해 강원도 고성군 아야진해변으로 향했다. 아야진에 도착하자 파도가 거세고, 바람도 몹시 차고 사나웠다. 그동안 흑기러기를 만나기 위해 수년 동안 고성을 오갔지만 만날 수 없었다. 이번에도 못 보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이른 아침, 역광으로 인해 오리들이 거무스름하게 보인다. 흑기러기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한참 동안 관찰하던 중 목에 흰 테를 두른 흑기러기 한 마리가 눈에 띈다. 첫 만남이다.


아야진 해안 가까이 수평으로 깔린 넓적한 바위와 그 너머로 역동적으로 넘실거리는 파도는 동해안의 빼놓을 수 없는 진경이다. 한 폭의 그림 같다.
이런 장소는 해조류가 왕성하게 번성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다. 바닷가에 서식하는 해양성 조류인 흑기러기는 주로 미역, 파래 등과 같은 해초를 즐겨 먹는데 흑기러기에겐 더할 나위 없는 천혜의 장소다.




흑기러기는 다른 기러기와 생활 방식이나 먹이 습성이 완전히 다르다. 수면성 오리처럼 온종일 해안가에서 생활하고 자맥질하며 먹이를 찾는다. 행동도 진중하다. 이곳에 모여든 오리들에게도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경계심이 적은 탓에 흑기러기의 먹이터 공간을 방해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관찰하면 비교적 가까이 다가와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아야진의 흑기러기는 이동 동선이 몇 곳으로 정해져 있었다. 조선시대 정자로 관동팔경에 꼽히는 ‘청간정’ 옆으로는 바다로 이어지는 천진천이 흐르는데, 이곳 민물에서 목욕과 털 고르기를 한다.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는 유일한 곳이자 잠시 휴식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흑기러기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적으로 이곳을 이용한다. 다른 오리류들도 마찬가지다. 사나운 갈매기와 경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아예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는 일이다.



흑기러기의 몸길이는 58~61㎝, 몸무게는 2~2.3㎏ 정도다. 전체적인 깃털 색은 회색빛을 띤 먹색이다. 목은 짧고 굵으며 목 양쪽 중간에 흰 띠처럼 두른 반점이 돋보인다. 부리는 뭉뚝하고 꼬리는 매우 짧다. 꼬리 밑부분은 순백색이다. 옆구리에 흰 무늬가 뚜렷하다.





흑기러기 떼는 전형적인 브이V 자 대형으로 날지 않고, 빠르게 정렬 없이 날아간다. 기러기는 ‘일부일처제’이지만 흑기러기는 짝을 잃으면 새로운 쌍을 형성한다. 번식기는 번식지에 도착한 직후인 6월에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툰드라 지대의 높고 건조한 곳에 그릇 모양의 둥지를 만든다.



보통 3~5개의 알을 낳는데 알은 24~26일 뒤 부화한다. 부화 뒤 약 40일이 지나면 가족과 함께 번식지의 호수, 강, 강어귀로 이동한다. 이 기간엔 ‘흑기러기 부부’의 유대감이 사라진다. 수컷은 암컷을 떠나 멀리 떨어진 수컷 그룹에서 생활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데, 매우 적은 수가 월동하는 겨울 철새다. 주로 남해안과 동해안에서 월동한다. 10월 중순부터 도래하며 3월 하순까지 머문다. 유라시아 대륙·북아메리카·그린란드 북극권에서 번식하고 한국·일본·중국 해안·북미 서부 연안 등지에서 월동한다. 우리나라를 찾은 흑기러기가 동시베리아해 해안에서 번식했다고 추정하면 무려 4000㎞의 머나먼 여정을 견딘 셈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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