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란 피했다지만…119 현장에선 "환자 보호자와 같이 전화 돌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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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째 현장서 전화만 붙들고 구급차는 출발도 못해"
119 대원이 현장에서 환자 보호자 컴플레인 다 받아내
"보호자들도 상황 알지만 막상 겪어보면 답답할 수 밖에"
"의사 수 줄어들면서 환자가 조금만 몰려도 감당 힘들어"
119 대원이 현장에서 환자 보호자 컴플레인 다 받아내
"보호자들도 상황 알지만 막상 겪어보면 답답할 수 밖에"
"의사 수 줄어들면서 환자가 조금만 몰려도 감당 힘들어"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진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hope@newsis.com
22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소속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응급실에 의사가 없어 병원에 환자를 이송하지 못하고 전화만 돌리는 전화 뺑뺑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충청권의 한 119구급상황관리센터구상센터에서 근무 중인 이 관계자는 "구급대원들이 현장 출동 후 환자를 이송하기까지 어려움이 굉장히 크다"며 "1시간째 현장에 머무르면서 전화만 붙들고, 출발을 못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구상센터는 현장 구급대원들이 요청할 경우 환자를 이송시킬 병원을 대신 선정하는 업무를 한다.
119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병원에 1차로 전화를 돌려 환자 수용이 가능한지를 묻는데, 수차례 통화에도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하거나 환자 응급처치에 매진해야 하는 경우 구상센터에 병원 선정을 대신 요청하는 것이다.
대원 연락을 받으면 구상센터에 근무 중인 상황요원들이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탐색하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구급대에 연결해준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번 추석연휴 기간 동안 이런 식으로 구급대의 요청을 받아 구상센터가 이송 병원을 대신 선정한 건수는 251건으로 작년 추석 때148건보다 70% 늘어났다.
소방청에서는 이것이 의료 대란을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서는 구급대원들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도 환자를 이송시킬 병원이 없어 한 시간씩 대기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소방 관계자는 "기존에 응급실에 근무하던 의사들이 사직하면서 의사 수가 크게 줄다 보니 응급실 운영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라며 "그러다 보니 신고를 받고 곧장 현장에 출동해도 바로 출발을 못한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빨리 출동해도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는 출발조차 못하고 대원들이 전화만 돌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송 병원 선정이 지연되면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늦어지고,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보호자와 환자들의 컴플레인을 온 몸으로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방 관계자는 "구급차라도 출발을 시키면 환자 보호자 입장에서는 어딘가로 출발해서 가고 있겠구나라고 안심을 할 텐데, 구급차가 세워져 있는 상태에서 여기저기 전화만 돌리고 있다 보니 컴플레인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환자와 보호자들도 이송 병원이 없는 상황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지만, 막상 겪어보면 답답해 할 수 밖에 없는 것"며 "웃지 못할 경우에는 보호자가 같이 전화를 돌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달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진료 지연 안내 배너가 세워져 있다. 2024.08.28. jhope@newsis.com
구상센터가 현장 구급대원들의 병원 선정 업무를 본격적으로 돕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됐을 때부터다.
당시 감염 환자를 격리시킬 음압병실이 부족해 구상센터에서 확진자 수용이 가능한 병원 탐색을 도왔는데, 병실 부족과 방역 등의 이유로 구급대원들이 전화 뺑뺑이를 겪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환자를 진료할 전문의 등이 부재해 ‘뺑뺑이’가 발생하고 있다. 반년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생기면서 응급 진료가 가능한 병원 자체를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소방 관계자는 "지금은 코로나19 때와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기존에 받을 수 있었던 병원도 지금은 못 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병원에 응급실 의사가 있고 해당 진료과가 있다고 해도, 대기 환자가 너무 많거나 의료진이 중증도가 더 높은 환자를 계속 처치하고 있으면 환자를 못 받는다고 한다"며 "의사 수가 이전보다 확연히 줄었기 때문에 환자가 조금만 몰려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11일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구급차들이 줄 지어 서 있다. 2024.09.11. jhope@newsis.com
정부는 우려와 달리 이번 추석연휴 기간 의료 공백 위기를 잘 넘겼다고 자평했지만 현장의 우려는 여전한 것이다.
소방 관계자는 "연휴기간 동안 119 이송 건수가 줄었다지만 건건이 출동하는 것에 대한 난이도는 여전히 힘들다"며 "추석연휴 기간에는 의료진이 희생해서 응급실을 정상 운영에 가깝도록 유지한 덕에 잠시 괜찮은 것처럼 보였지만, 위험요소는 여전히 내재돼있고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구급대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환자들을 골든타임 내 병원에 실어 나르기까지 어려움이 큰 상황이지만, 충분한 인력 충원과 노고에 대한 보상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구상센터에서 전화로 현장 대원들의 의료 지도를 돕고 이송 병원 선정을 자문해주는 구급지도의사가 있긴 하지만, 대면으로 환자를 진료하거나 응급 처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역할에 한계가 있다.
소방 관계자는 "구급대원들의 평소 출동량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현장의 어려움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며 "과거보다 구급 상황 관리에 대한 역할이 굉장히 커졌지만, 그에 비해 인력 충원과 보상은 요원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소방청 관계자는 “구상센터의 역할이 커지면서 지난 2월 구상센터 근무 인원을 늘리는 등 인력 보강을 해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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