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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 잃고 1년…"대통령 격노보다 시민들의 애도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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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11회 작성일 24-07-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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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저녁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채상병 1주기 군 사망사건 피해자 추모 촛불 문화제’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방준호 기자

“2023년 7월19일 우리는 한 청년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24년 7월19일 저녁, 서울 도심에 모인 시민들이 무대 위에 스치는 영상 속 채상병의 모습을 바라보며 일제히 촛불을 들었다. 수도권 지역에 쏟아지던 폭우가 잠시 소강 국면에 접어든 날이었다.



참여연대와 군인권센터 등 85개 시민단체가 모인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은 19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채상병 1주기 군 사망사건 피해자 추모 촛불 문화제’를 열어 이날로 꼭 1년이 된 채상병의 죽음을 애도했다. “대통령의 격노보다 더 큰 우리의 애도”를 문화제의 구호 중 하나로 삼았다. “무리한 수중수색 책임자를 처벌하라”,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을 거부한다”는 구호도 뒤이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은 “채상병과 가장 가까이 있던 생존해병은 여전히 잠을 잘 못 자고 있고 그날 채상병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게 한 책임자인 임성근 사단장은 생존 해병들과는 다르게 오늘도 국회 탄핵 청문회에 나와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수사 외압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의 거짓말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침묵하는 다수들이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이날 채상병과 함께 수색작업에 나섰던 생존해병 ㄱ씨의 추모 입장문을 대독했다. ㄱ씨는 “진실이 밝혀지고 ‘진짜’ 책임져야 할 사람이 가려지길 바라고 있겠다”며 “내년 채 상병 기일에는 아무 눈치 보지 않고 채 상병을 추모하고, 제 솔직한 마음과 감정들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9일 저녁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채상병 1주기 군 사망사건 피해자 추모 촛불 문화제’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이수안 교육연수생

문화제에는 채상병에 앞서 군에서 목숨을 잃은 자녀를 둔 군 사망사건 유가족들도 무대에 올랐다. 2014년 선임병의 구타와 가혹 행위 끝에 군에서 목숨을 잃은 윤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이 자리에 함께 계신 유가족을 비롯해 아이 죽음의 진실을 알려 싸우는 유가족이 한둘이 아니다. 윤일병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무엇이 바뀌었단 말인가”라며 “그래도 한발 한발 세상이 나아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대통령이 앞장서서 사건을 은폐·축소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의 죽음이 헛된 것은 아닌지 수없이 되뇌게 된다”고 말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도 연대 발언에 나서 “그 슬픔에 공감하는 이유는 너무 젊고 아까운 청춘이라는 점과 새롭게 펼쳐야 할 꿈과 희망을 한 순간에 잃어버린 안타까움 때문”이라며 “가족을 떠나 묵묵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우리 장병들이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신이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하고 힘을 보태자”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발언 대신 ‘아름다운 사람’과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를 노래 부르며 채상병을 애도했다.



한편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서울 청계광장에 차려진 추모 분향소에도 시민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해병대 예비역 연대에 속한 20여명은 추모분향소를 찾아 채상병의 영정을 향해 거수경례했다.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대한민국과 해병대에 충성해 상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인데 이리 허망하게 가게 됐으니 얼마나 원통했을까”라며 “대한민국과 해병대가 솔직히 환멸스러울 지경”이라고 적은 편지를 읽으며 흐느꼈다. 채상병의 직속상관이었던 이용민 전 해병대 포7대대장도 이날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분향소에는 2200여명의 시민이 다녀갔다.



취재 도움: 이수안 교육연수생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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