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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하천 둑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제 목까지 물이 차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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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6회 작성일 24-09-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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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호우에 제방까지 터져 물바다 아수라장 됐던 전남 영암 학산면

[르포] quot;하천 둑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제 목까지 물이 차올랐어요quot;

영암=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단시간에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것을 본 적이 없어요. 순식간에 빗물이 제 목까지 차오르더라고요."

태풍급 폭우가 남긴 생채기가 마을 곳곳에 드러난 전남 영암군 학산면에서 22일 만난 주민 김봉준58 씨는 전날 오후 쏟아지는 폭우에 제방이 무너지고 하천물이 비닐하우스까지 덮친 아찔한 상황을 떠올렸다.

김씨는 "기계로 딸기를 재배하는 스마트팜이라 비가 꽤 온다는 소식을 듣고 상태를 살피러 왔다가 하마터면 물살에 같이 떠내려갈 뻔했다"며 "빗물과 하천물이 저지대로 넘쳐 들어오면서 농장이 물바다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까스로 농장을 벗어났지만, 창고에 쌓여있던 비료와 농기계 등 온갖 물건들이 빗물에 휩쓸려가는 것을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흘간 극한 호우에 영암은 마치 태풍이 휩쓸고 간 것처럼 곳곳이 폐허처럼 변했고, 242㎜ 폭우가 쏟아진 영암 학산면은 망월천이 불어나면서 제방이 무너져 주변 일대가 빗물과 하천에 휩쓸렸다.

비닐하우스와 논 등 농경지는 물론, 주택·고물상·도로 등도 모조리 잠겨 주민들은 생계와 생활 터전 중 어디부터 먼저 복구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막막한 상황이다.

제14호 태풍 풀라센이 중국을 향한다는 소식에 장맛비 수준의 비를 예상하던 주민들은 예상치 못한 태풍급 폭우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날 오후 1시쯤에도 비가 내리긴 했으나 폭우 수준은 아니었는데, 열대저압부로 변한 태풍이 한반도로 방향을 틀어 전남에 다가오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오후 3시께부터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거센 폭우가 몇시간 동안 하늘에서 양동이로 퍼붓듯 내렸다.

시간당 강수량이 100㎜에 육박할 정도의 기록적인 극한호우가 짧은 시간에 쏟아지면서 갑자기 불어난 강물을 버티지 못한 제방 일부가 터져 마을까지 광범위한 침수 피해를 봤다.

범람한 강물은 비가 그치면서 오래되지 않아 빠져나갔지만, 비닐하우스들은 딸기 모종과 농기구가 어지럽게 뒤엉켜 올해 농사를 다시 시작하기 엄두를 못 낼 수준으로 폐허가 됐다.

마을도 배수관까지 터지면서 빗물 하천물과 뒤엉켜 일부 식당은 온갖 집기가 모두 휩쓸려 떠내려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기도 했다.


PYH2024092204430005400_P2.jpg흙탕물 차오른 농장 창고
영암=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22일 오전 전남 영암군 학산면 한 딸기 농장 창고에 빗물이 들어와 있다. 2024.9.22 in@yna.co.kr

영암군에서 평생을 산 노인들은 "태풍도 아닌데 이런 비가 쏟아진 것은 처음 본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식당 직원 김순단66 씨도 "식당에 점점 물이 차더니 밑으로 배수로가 지나는 방바닥이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솟구치면서 박살이 났다"며 "식당 물품을 조금이라도 건지고 싶었는데 물살이 빠르게 차올라 겁이 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물바다에 아수라장이 된 침수 지역은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면서 이날 오전부터 소방 당국과 마을 주민들이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주민들은 농작물과 작업 도구를 모두 밖으로 끄집어내 소방관들의 배수 지원을 받아 소방호스로 진흙투성이 도구들을 닦아냈다.

한때 1m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던 골목은 살수차와 소방차가 오가면서 남은 고인 물을 빼내고 진흙을 씻어내기 바빴다.

영암군은 긴급 대피한 미암면과 학산면 주민들에게 구호 물품을 제공하고 굴착기와 양수기 등 장비 49대를 투입해 배수와 복구 활동을 지원했다.

영암군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비에 학산 삼호 미암면에서 집중적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며 "하루빨리 복구 작업을 통해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PYH2024092204460005400_P2.jpg물폭탄 못 견디고 솟구친 바닥
영암=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22일 오전 전남 영암군 학산면 한 식당 바닥이 깨져있다. 2024.9.22 in@yna.co.kr

19일부터 사흘간 전남에는 여수산단 401.5mm를 최고로 장흥 339.3mm, 강진 313.9mm, 순천 331.5mm의 비가 내렸다.

폭우로 인해 장흥에서 수로에 빠진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고, 농경지 1천30㏊가 침수되거나 벼가 쓰러지는 등 총 7억여원의 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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