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한 병원도 안 받아주는 현실…"아파도 응급실 가지 말라는 건가"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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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 "복지부 지침, 응급실 뺑뺑이 정당화"
최근 응급실 진료 대란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강원대병원과 이대목동병원, 세종충남병원에 군의관이 추가 배치된 4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앞으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최근 정부가 응급실 의료진에게 환자 수용을 거부할 수 있는 면책 범위를 확대하면서 응급실 뺑뺑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 없이 땜질식 처방을 내놓으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 18일 식도암 4기 환자 A씨는 수술 후 관을 통해 음식을 섭취하던 중 관 주위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많은 양의 고름이 나왔다. 70대 고령에 염증으로 인해 자칫 위험한 상황이 올까 두려워 A씨의 보호자는 집 근처 응급실과 수술받은 서울 모 대학병원에 전화했으나 모두 “인력이 없다. 접수가 언제 열릴지 모른다”며 다른 병원에 가도록 권유했다.
결국 A씨는 집에서 관 주변을 소독하며 버티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A씨의 보호자는 “병원, 정부에서 말하는 위급한 수준이 대체 어느 정도인가”라며 “심정지나 뇌출혈 같은 상황만 받아주는 건가”라며 한탄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6일 전국 17개 광역시·도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 간호사협회 등에 ‘응급의료법상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 지침’ 공문을 보냈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응급실 의료진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 의료진을 향한 폭행과 협박 등 의료 행위를 방해하는 행동을 비롯해 응급의료기관 내 인력과 시설, 장비 등이 부족해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명시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차적으로는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함이지만 원활한 응급의료 체계를 유지하고 응급실 이용 문화를 개선해 궁극적으로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조치”라며 “해당 지침만 내리는 게 아니라 응급실 진료 역량을 향상하는 정책도 같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단체들은 ‘아파도 응급실 가지 말라’는 소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복지부의 지침은 응급실 뺑뺑이를 정당화한다”며 “의료 인력과 인프라 부족 등 본질적인 문제 해결 없이 인력이 부족하면 진료를 거부해도 된다는 식의 대응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도 “일반적으로 응급실은 대부분 다 인력이나 병상이 부족한데 언제든지 응급환자들을 진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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