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끝나던 강제 임신…슬픈 엄마 개를 구했다[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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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발 빠지는 좁은 뜬장에 다닥다닥 갇혀 임신·출산만 반복
한쪽 눈 없고, 피부병에 유선 종양에, 기형 발까지 코리안독스, 도로시지켜줄개 등 동물보호단체 4곳서 66마리 구조 "펫숍 유리장 속 아기 강아지들이 태어난 곳, 엄마 강아지를 기억해주세요"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세상이 처음 불편해졌지요. 직접 체험해 알리는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체험과 저널리즘을 합친 말입니다. 사서 고생하며 깊숙한 이면을 알리고, 가장자리가 보이도록 힘쓰려합니다.
전남 함평 강아지 번식장이었다. 사람들에게 인기 좋은 말티즈를 가장 많이 생산했다. 생명에게 생산이란 표현을 쓰는 건, 그 삶을 보면 그게 적확한 표현이기에.
새끼는 팔려 가고 엄마 개는 다시 임신토록 했다. 제왕절개를 하고 또 새끼를 뺐다. 빼고 나면 다시 임신을, 임신하면 다시 출산을, 출산하면 다시 임신을, 임신하면 다시 출산을, 출산하면 다시 임신을.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어떡해, 이렇게 삶의 의지가 없어. 안쓰러워요." 축 늘어진 말티즈를 꺼내어 품에 안은, 동물보호단체 이효정 도로시지켜줄개 대표가 울먹였다. 그의 말대로였다. 강아지 표정이 불 꺼진 무채색이나 다름없었다. "고생했어, 얼른 가자. 잘 살자." 이 대표가 짐작하기 힘든 강아지의 과거를 토옥, 톡, 토닥이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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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한 강아지 번식장…66마리를 살리러 간 사람들
━ 번식장은 두 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허가받은 곳과 숨어서 불법으로 하던 곳. 허가는 20여 마리로 받았으나, 불법 비닐하우스에서 대규모로 더 하고 있었다. 그나마 폐업하며 남은 애들을 농장에 팔지 않았다고. 그게 마지막 양심이란 말을 들었다. 다른 곳으로 갔다면 임신과 출산을 더 반복하며 학대당하다, 생을 마치기가 쉬웠다. 김정현 비마이독 대표가 말했다. "왜 동물 단체에 주냐고 농장에 넘기라고, 같은 번식장 업종에서 주인한테 욕을 했다는 거예요. 괜히 사람들 오면 열악하다고 욕먹지 않느냐면서…." 한평생 교배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 66마리가 남았다. 이리 만든 자가 있고, 이 런 삶을 모른 척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동물 보호 단체 네 곳에서 나눠 구조하기로 했다. 코리안독스가 28마리, 도로시지켜줄개 18마리, 다솜 10마리, 고유거애니밴드 10마리. 데려가는 순간부터 보호와 치료와 입양과 모든 게 다 부담인 걸 알면서도, 기꺼이 전남 함평까지 달려온 이들. 그리 움직이게 하는 건 어떤 맘일지. 이효정 도로시지켜줄개 대표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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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진열장 속 아기 개의 엄마가, 이리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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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 막혔다. 좁은 뜬장 한 칸에 네댓 마리씩 욱여넣어져 있었다. 털은 하나같이 꾀죄죄했고 축축한 눈물자국과 눈곱이 그득했다. 뚫린 바닥으로 대소변이 떨어졌고, 그 위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배변 내음이 진동했고, 커다란 선풍기 몇 대가 놓여 있었다. "다리, 다리 빠지잖아. 어떡해." 흥분한 몇몇 강아지들이 두 발로 서며 꼬릴 흔들었다. 빙빙 돌다 자그마한 다리가 쑥, 밑으로 사정없이 빠졌다. 그럴 때면 활동가들이 살포시 잡아 다시 밀어 올려 주기도 했다. 그래도 뻥뻥 뚫린 터라 계속해서 빠졌다. 걷는 것조차 불편한 삶. 한쪽에 깔린 이불을 보며 이효정 대표가 말했다. "단체에서 온다고 하니까 그나마 이불이라도 급히 깔아놓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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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한쪽 없고, 발톱 빠지고, 유선 종양 무더기로 발견
━ 뜬장 문이 철컹, 열렸다. 구조가 시작됐다. 김복희 코리아독스 대표가 아이들을 달래며 손을 뻗었다. 철창이 평생 세상이었을 강아지들이 구석에 몰렸다. 작은 몸들이 포개졌다. 반대편에서 밀며, 달래며, 조심조심 꺼내기 시작했다. 덜덜 떨면서 품에 안기던 강아지들.
"이거 봐요. 완전 오돌토돌한데, 유선 종양 같은데요. 오래되어서 엄청 딱딱해요." 바들바들 떨며 이 대표에게 안긴 말티즈의 연약한 배에, 울퉁불퉁 딱딱한 덩어리가 툭 튀어나와 있었다. 또 다른 강아지는 뒷발 한쪽이 아예 없었다. 끝이 뭉툭했다. 다른 다리는 꺾여 있었다. 근친교배를 많이 시키면, 장애견이 나올 수 있다고 추정했다. 김 대표가 말했다.
나오기 힘들어하며 바닥에 털썩 붙은, 하얀 말티즈 하나를 꺼내어 품에 안았다. 헥헥대는 뜨거운 숨이 귀에, 작은 심장이 콩닥콩닥하는 게 온 가슴으로 느껴져 울컥했다. 함부로 막 대할 도구가 아녔다. 살아 있는 귀한 존재였다. 두 손으로 꼭 안고 몸을 가만히 토닥여주었다. 정말 고생 많았다고. 부디 사랑받아야 한다고, 이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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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아이를 꺼내고 뜬장을 부쉈다, "안 그러면 또 데려와"
━ 그리 빠르게 다 꺼내고 마지막 말티즈 한 마리가 남았다. 이 대표가 말했다. "마지막 애기네, 가자. 너 혼자 남았어. 빨리 와. 오구오구, 이리 와. 미안해." 마지막 강아지까지 이동장에 다 들어갔다. 여러 대의 차에 차곡차곡 잘 두었다. 비로소 보호란 걸 처음 받게 될 터였다. 미용도 하고, 치료도 받고, 목욕도 하고, 놀이도 하고, 잠도 편안한 곳에서 자고. 좋은 가족을 만나 웃고, 꼬릴 흔들며 반기고. 내게도 좋은 삶이 남아 있었다는 걸 그리 알게 되기를. "잠깐만, 전지가위 가져와요."
"자기가 폐업한다고 했지만, 또 강아지들을 갖다 놓게 되거든요, 사람이란 게. 그래서 일단 못 쓰게 철저하게 파괴해두고 가야 해요. 그런 걸 수도 없이 많이 봤어요." 촘촘히도 연결돼 있었던 케이블 타이들. 강아지들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든 족쇄들. 활동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모조리 끊었다. 거대한 뜬장이 다 해체돼 땅에 떨어지는 순간, 김 대표가 말했다. "아우, 속이 다 시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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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공장 2000여 개…"지킬 수 없다, 이런 법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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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길 어떻게 찾으셨네요? 알 방법이 없어요. 우리가 세세하게 다 알 수가 없으니까." 2022년 11월. 연천 번식장의 작은 개 루시는 뜬장에 웅크린 채 발견됐다.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죽어가고 있었다. 2.5킬로 밖에 안 되는 강아지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느라 자궁이 다 빠져버렸다.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와 눈을 맞춘 뒤 숨을 거두었다. 거기는 심지어 영업 허가를 받은 곳이었다. 비좁은 뜬장에 땅바닥은 분뇨에 쥐 사체까지 굴러다녔다.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번식장이 전국에 약 2000개. 그러니 대다수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파악조차 못 할 확률이 높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번식장약 2000개-경매장17개-펫숍약 3000개. 연결고리가 이렇다. 연간 추정 20만 마리에 달하는 동물 판매 구조다. 동물권에선 이중 중간 역할인 경매장을 없애는 게 핵심이라 지적한다. 강아지 한 마리당 11% 수수료를 취하며 펫숍에 물건처럼 공급하고, 번식장이 더 어리고 작은 강아지를 대량 생산토록 부추긴단 거다.
에필로그epilogue. 구조 과정에서 시선을 붙드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활동가 품에 안긴 채 차량으로 가던 하얗고 작은 강아지가, 허공에서 천천히 발을 움직이는 모습. 마치 수영을 하듯 발길질을 하는 거였다. 뒤늦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뜬장에 있던 아이들은 태어나 처음 땅을 밟아보기에 그런 거라고. 코리안 독스 보호소에 도착한 강아지들은 신나 보였다. 맘 편히 땅을 밟는 것만으로도. 이불 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게 뭐라고. 너무 평범하고 사소한 행복을 누리는 모습이 저리고 속상했다. 이효정 대표가 번식장을 떠나며 남긴 이야기가 생각났다. 너무 중요하기에 끝으로 적는다. "펫숍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어요. 우리 사회가 끔찍한 이 현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아직도 수많은 번식장에서, 작고 예쁜 아이들을 얻기 위해 어두운 곳에서 학대를 자행한단 걸요. 유리장 속 아기 강아지들이 태어난 곳, 우린 엄마 강아지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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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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