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왕궁 왜 빨리 못 찾냐" 경주 김석기 의원 황당 압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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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열을 내서 이야기해야겠습니다. 김석기 의원께서 ‘신라왕경 특별법 만들어줬고 돈국가예산도 다 줬는데 경주 월성 유적에서 왜 왕궁 못 찾냐, 빨리 찾아내라’ 이러면 발굴하는 공무원들은 얼마나 큰 압력을 느낍니까.”
국내 고고학계 권위자인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가 열변을 쏟아내자 장내가 술렁였다. 국가유산청 산하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추진단이 발족 10주년을 맞아 지난 3일 경주 라한호텔에 차린 심포지엄 자리였다. 최 교수는 최근 경주 신라왕경 유적의 핵심인 월성에서 10년째 발굴조사 중인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연구원들을 만나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실이 압박해 상식적인 발굴 계획마저 틀어놓은 것을 알게 됐다고 폭로하며 비판을 이어나갔다.

“연구소 직원들이 유적 발굴 구역을 옆으로 확장한다고 그래요. 지금 발굴중인 월성 시C 지구만 해도 얼마나 넓은 면적인데요. … 월성에서 역사적으로 맨 마지막 단계 유적 파는 거예요. 당연히 그 밑 지하의 4~5세기 유적층으로 내려가야 돼요. 그런데 시 지구 유적 껍데기만 벗겨놓고 다시 옆 비B 지구를 발굴하려고 하고 있어요. … 경주가 이렇게 정치 바람 타야 합니까. 국회의원 두번 세번 하면 업적 세워야 하고, 그 바람에 경주는 주기적으로 망가집니다. 정치권 여러분, 제발 삼가주세요. 월성 안에는 기대하는 그런 왕궁 없어요. 쓸데없는 희망 갖고 압력 넣지 마세요!”

사회를 맡은 강봉원 문화유산위원장은 “저도 경주 와서 느낀 건데, 꼭 정치하시는 분들께서 가시적인 성과 내는 것을 굉장히 바라시는 것 같더라”고 거들었다. 주최 쪽인 신라왕경추진단 관계자와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관계자들은 일견 당황한 빛을 보이기도 했지만, 강 문화유산위원장이나 학계 중견 연구자들은 해야 할 이야기를 꺼냈다는 반응이었다. 최 교수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심포지엄 직후 한겨레 기자와 만나 이렇게 털어놓았다. “지난달 경주 월성 발굴 현장을 우연히 들렀다가 오래 발굴해온 시 지구 심화조사를 하지 않고 옆 비 지구로 조사 영역을 다시 넓힌다고 해서 경위를 물었어요. 그랬더니 ‘김석기 의원실에서 왕경법도 만들어줬고 예산도 충분하고 한데 신라 왕궁을 왜 못찾느냐, 빨리 찾아내라’고 해서 의원실 의향을 반영해 할 수 없이 면적을 확대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났습니다. 공사하듯 원하는 대로 유물 유적이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정치인들이 이렇게 학계 연구자들을 무시해도 되나 싶어 쓴소리를 한 거지요.”

실제로 경주가 지역구인 김석기 의원실의 월성 발굴 압박설은 최근 서너달 사이 경주 지역은 물론 고고학계에서 심심찮게 떠돌았던 내용이다. 월성 조사구역은 모두 네개 지구로 나뉘는데, 서쪽부터 에이A, 비B, 시C, 디D 지구로 구획되어 있다. 2014년 이래 10년간 시 지구와 에이 지구에서 발굴이 진행됐는데, 에이 지구 측면의 서성벽 서문 터에서 인골이, 남성벽 부근에서는 신라 이전 사로국 시기의 건물 터가 나왔다. 핵심인 시 지구에선 관청과 궁궐 부속시설 터로 추정되는 크고 작은 건물 터와 벼루, 기와, 인물상 등 유물이 무수히 나왔으나, 정작 왕궁으로 비정할 만한 장대한 정전이나 전각의 자취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2017년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해 2019년 국회에서 통과시킨 주역인 김 의원 쪽에서 ‘왜 해준 만큼 왕궁을 발굴하는 성과를 못 냈느냐’는 압박을 했다는 게 학계와 연구소 안팎의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와 국가유산청 관계자가 지난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 김 의원실을 방문해 보좌진에게 발굴 상황을 보고했고, 추진단과 연구소에도 몇차례 의원실에서 연락이 와 보고하는 과정에서 ‘조사 기간에 비해 발굴 성과가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석기 의원실 비서관은 “시민 요구를 반영해 발굴 현장을 계속해서 점검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주/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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