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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층간소음에 원수로 지낸 위·아랫집…소송 대신 이것으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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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9회 작성일 24-07-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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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층간소음에 원수로 지낸 위·아랫집…소송 대신 이것으로 해결

ⓒ News1 DB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이웃 간에 얼굴 붉히지 않고 서로 인사도 하면서 잘 지냈으면 좋겠다"
"앞으로 엘리베이터 타실 때 피하지 마시라" 웃음

3년간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아랫집 A 씨 부부와 윗집 B 씨 부부가 마침내 서로 극적으로 화해한 순간이었다.


장사를 하면서 저녁 늦게 귀가하는 A 씨 부부는 3년 전 새로 이사 온 윗집 B 씨 부부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윗집이 의도적으로 쿵쿵 소리를 내며 걷는 것 같다는 생각에 더 화가 났다.

참다못해 B 씨 부부를 찾아가 항의하자 오히려 B 씨 부부는 A 씨 부부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웃 관계가 파국으로 흘러가면서 A 씨 부부는 위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내려올 때마다 피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두 집이 화해하게 된 계기는 경찰의 권유로 참여한 회복적 경찰활동 대화 모임이었다. 경찰의 중재로 주의해야 하는 소음과 시간대를 서로 논의하면서 3년간 끌어왔던 싸움이 비로소 끝을 맺었다.

아랫집 A 부부는 "윗집도 소음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어느 정도 오해가 풀렸다"고 말했다. 윗집 B 부부는 "이웃과 잘 지내고 싶고 만나면 인사하는 관계가 됐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 당사자 대화 통해 근본 해결책 모색…행정력 낭비도 줄여

회복적 경찰활동은 형사 사법절차와 별개로 양측이 함께 참여하는 대화 모임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활동이다. 단순 처벌로 피해가 복구되거나 재발 방지를 보장하기 어려워 당사자 간 대화로 관계 회복이 필요한 경우 진행한다.

대화 모임은 피해자와 가해자 양측의 동의가 있고, 가해자가 자기 잘못을 인정한 경우에만 진행할 수 있다. 학교폭력, 가정폭력, 층간소음과 같은 이웃 간 분쟁 등 공동체 내에서 발생한 갈등이나 범죄가 주요 대상이다. 다만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진행하지 않는다.

경찰청 관계자는 "층간소음이라든지 같이 이웃으로 계속 살아야 하는데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피해자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조건 처벌하고 끝내고 나 몰라라 하는 것보다는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권유한다"며 "강제성이 있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관은 "피해자는 보통 사과받으러 대화 모임에 참여한다"면서 "가해자도 사건을 키우지 않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사법 행정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고소·고발과 검찰 기소, 재판 등에 투입되는 행정력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업무량과 불필요한 행정 업무를 줄인 만큼 남는 여력을 치안 활동이나 범죄 예방 활동 쪽으로 전환한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민간 대화 전문가 참여해 신뢰도 높여…조정 성립 94%

회복적 경찰활동은 일선 경찰서에서 상호 대화로 해결해야 할 사건을 먼저 파악해 피해자, 가해자에게 참여 의사를 묻는다. 대화 모임 진행이 결정되면 경찰과 민간 기관의 전문가가 피해자, 가해자 양측과 개별적으로 만나는 사전 모임을 갖고 본모임 일정을 협의한다.

그다음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참여하는 본모임을 진행해 갈등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필요할 경우 약속이행문을 작성한다. 본모임 이후에도 약속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사후모임도 진행된다. 모임에는 사건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 이웃, 교사 등 이해관계자도 참여할 수 있다.

각 경찰서의 여성청소년과가 주무 부서지만 한국NVC비폭력대화센터, 한국회복적정의협회 등 민간 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민간 대화 전문가들의 참여는 회복적 경찰활동의 신뢰도와 전문성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정성 문제와 관련해 경찰이 직접 관여할 경우 합의를 종용하는 것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며 "대화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것이 이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성일 한국NVC센터 사무국장은 "2015~2017년까지만 해도 왜 회복적 경찰활동을 경찰이 하느냐는 경찰관들의 거부감이 있었으나 이제는 이 활동을 어떻게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9년 15개 경찰서에서 시작된 회복적 경찰활동은 2020년 142개, 2021년 200개, 2022년 230개 경찰서로 계속 확대돼 2023년부터는 전국 259개 모든 경찰서에서 실시하고 있다.

접수 건수도 2019년 95건에서 2023년 1515건으로 15배 이상 늘었다. 2023년 접수된 1515건 중 대화가 완료된 것은 1197건, 93.9%인 1124건의 조정이 성립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의 문제를 빨리 해결해 주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반응도 괜찮다"며 "회복적 경찰활동을 더 확대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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