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교수 휴진, 환자·동료에겐 고통"…분당서울대병원 노조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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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7일 교수 휴진 앞두고 반발…"콜센터·간호사 업무 부담 심각"
성남=연합뉴스 김솔 기자 = "휴진으로 고통받는 이는 예약된 환자와 동료뿐!" 12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1동 건물 지하 1층 복도 노동조합 게시판에는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내용의 대자보가 부착돼 있었다. 오는 17일 예정된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전체 휴진 방침에 따라 분당서울대병원 또한 일부 진료과가 휴진할 것으로 알려지자, 이 병원 직원 등으로 이뤄진 노조가 결정을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1m 넘는 길이의 대형 대자보는 매점 등 각종 편의시설과 직원 식당으로 이어져 오가는 사람이 많은 복도 한 가운데에 게재돼 있었다. 붉은 배경의 대자보 상단에는 "의사 제국 총독부의 불법 파업 결의 규탄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의사들이 지켜야 할 윤리를 담고 있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일부인 "나는 환자의 이익이라 간주하는 섭생의 법칙을 지킬 것이며 심신에 해를 주는 어떤 것도 멀리하겠노라. 내가 이 맹세의 길을 벗어나거나 어긴다면, 그 반대가 나의 몫이 될 것이다"라는 글귀도 있었다. 이 병원 건물 1동 지하 1층 직원 식당 앞과 지하 3층 노동조합 사무실 앞 복도에도 같은 내용이 적힌 대자보가 나붙었다. 바쁜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가던 환자와 보호자들은 한동안 대자보 앞에 멈춰 서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이날 70대 아버지의 당뇨 치료를 위해 분당서울대병원을 함께 찾은 아들 김모 씨는 "아버지께서 정기적으로 신장 투석을 받으셔야 하는데 최근 교수들의 휴진 소식이 자꾸 들려와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며 "대자보에 적힌 노동조합 입장에 동의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교수들이 환자를 뒤로하고 진료를 미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자보를 읽던 한 고령의 환자도 "의정 갈등 사태가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몰랐다"며 "정부, 교수, 직원 다들 각자의 입장이 있을 텐데 환자들의 피해가 없는 방향으로 잘 해결됐으면 한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17일 분당서울대병원 진료과 4곳 이상이 휴진한다. 노조는 교수들이 휴진에 나설 때마다 다른 의료 인력과 콜센터 근무자 등 직원들이 상당한 격무에 시달려야 하는 만큼 전체 휴진 방침이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에 "최근 교수들의 휴진으로 인해 콜센터 직원들은 온종일 진료 날짜 조정 등에 나서야 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간호사와 업무 지원 직무에 계신 직원들 또한 계속해서 환자 민원에 응대하며 큰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규탄의 뜻을 밝히고자 지난 10일 병원 건물 1동과 2동 지하층 노조 게시판 5곳가량에 대자보를 게시한 것"이라며 "휴진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디 교수들이 환자와 동료 직원의 입장 또한 고루 살펴 휴진 계획을 거둬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의사가 아닌 병원 직원들에게 오는 17일 교수 휴진에 따른 진료 변경에 협조하지 말라고 안내한 상황이다. 휴진하려면 교수가 직접 환자에게 통보하라는 취지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조는 3천100명의 조합원을 둔 단일노조로 서울대병원 노조인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와 다르다. s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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