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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 들을게, 살려줘" 외침에도 초등딸 목조른 엄마 [사건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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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9회 작성일 23-09-0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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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말 잘 들을게, 살려줘quot; 외침에도 초등딸 목조른 엄마 [사건의 재구성]

ⓒ News1 DB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으로 시집을 온 중국인 A씨40의 일상은 평범했다. 남편과의 관계도 원만했고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 없었다. 일 때문에 남편이 타 지역에서 지냈기 때문에 B양11 등 두 자녀를 돌봐야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남들의 눈에 A씨의 가족은 단란한 보통 가정이었다.

그러나 A씨는 어느 순간부터 남편이 주는 생활비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자신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그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A씨의 이 같은 행동은 불행의 시작이 되고 말았다.

A씨는 지난 2021년 10월 지인으로부터 1억2000만원을 빌렸다. 이후 그 돈을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기 시작했다. 이른바 이자놀이를 하며 돈을 번 것이다. 그러나 기대만큼 수중에 돈은 들어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매달 500만~600만원씩 갚아야할 이자만 쌓여갔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A씨는 경제적 스트레스가 점점 커졌고, 급기야 신변을 비관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어린 자녀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엄마 없이 자라게 될 아이들이 걱정됐고, 남편이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걸 생각하면 세상과의 연을 쉽게 끊을 수는 없었다.

그러던 지난해 7월14일 밤 12시. 다시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같은 생각은 내가 죽으면 애들은 어떻게 하나, 내가 죽으면 애들이 더 괴롭겠지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끔찍한 행동을 하게 된다.

A씨는 2~3m 길이의 멀티탭을 쥐고 안방 소파에서 자고 있던 B양 몸에 올라 타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숨이 막힌 B양은 잠에서 깼다. 목을 조르는 사람이 자신의 엄마라는 사실에 놀란 B양은 "살려 달라", "잘못했다. 말 잘 듣겠다"고 애원했다. 하지만 A씨는 멈추지 않았다. 정신이 몽롱해진 B양은 A씨를 때리고 머리채를 세게 잡아 당겼다. 그 순간 A씨 손에 힘이 풀렸고, 그제서야 B양은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

B양은 동생 방으로 뛰어갔다. 하나뿐인 동생에게도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봐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동생은 아무 일이 없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A씨는 자신을 자책하며 딸을 부둥켜 안고 오열했다.

끔찍했던 악몽은 그렇게 지나갔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A씨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B양에게 자주 "죽고 싶다"고 말했다. 수시로 생명에 위협을 느낀 B양은 결국 아버지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털어놨다. 놀란 아버지는 아내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살인미수,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구속됐고 법정에 섰다. 자신의 딸에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한 지 1년 만이었다.

A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 그는 "제 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딸을 죽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딸이 저항한 것과 별개로 자발적으로 범행을 중단한 중지미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A씨가 B양의 반항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중단한 장애미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는데,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A씨가 스스로 범행을 중단했다고 봤다.

재판을 맡은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도 "피고인과 피해자의 나이 및 신체적 능력 차이 등을 비춰보면 나이 어린 피해자의 반항 때문에 피고인이 범행을 중단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도 명했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원심과 달랐다. 재판부는 중지미수가 아닌 장애미수라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달 16일 "피고인은 피해자가 머리를 잡아당기는 등 강한 저항 행위가 있자 그제서야 비로소 손에서 힘을 뺐다"며 "피해자는 즉시 소파에서 일어났고 스스로 줄을 풀었으며 피고인은 그 과정에서 도와주려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해자가 지나치게 왜소하다거나 피고인과 압도적인 힘의 차이가 있다고는 보이지 않은 점 △피해자의 저항 행위의 유형력 정도가 피고인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미미한 정도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장애 미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어린 자녀의 생명을 빼앗아가려 한 반인륜적 범죄로서 그 죄질이 심히 불량하고, 비난가능성도 매우 크다"며 "피해자가 피고인과 동거하는 것에 대해 수차례 거부감을 표명했고, 피고인이 피해자가 입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원심형은 가볍다"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 예방 강의 수강 명령은 유지했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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