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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 잘못 들어온 매미…10분간 손에 품어준 사람[인류애 충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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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5회 작성일 23-09-0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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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앞자리에 붙어 있던 매미, 사람들 다 피할 때 그 자리에 앉은 현주씨…손에 조심스레 품어, 내린 정류장 건너편 나무에 고이 놓아줘, "매미가 놀랐을 것 같아서, 날아가 다칠까 봐 염려됐지요"

[편집자주] 세상도 사람도 다 싫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그래도 어떤 날은 소소한 무언가에 위로받지요. 구석구석 숨은 온기를 길어내려 합니다. 좋은 일들도 여전하다고 말이지요. 인류애 충전소에 잘 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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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버스를 타고 퇴근하던 길. 날아가려다 지쳤는지 현주씨 다리에 붙어 쉬는 쓰름매미. 놀라거나 몸에서 떼어낼 수도 있었으나, 자연으로 데려다주려 하는 이도 있었다./사진=매미 친구 현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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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조보람 작가@pencil_no.9
8월 4일 오후 5시 10분. 현주씨22가 퇴근하던 길이었다. 집으로 데려다줄 초록색 마을버스에 무거워진 몸을 실었다.

앉을 자리가 있나 두리번거렸다. 다른 자리는 꽉 차 있는데, 딱 한 곳만 비어 있었다. 왼쪽 맨 앞 창가 좌석이었다.

조금 의아했으나 털썩 앉았다. 여기만 빈 이유를 금세 알았다. 창틀에 쓰름매미가 붙어 있었다.

한여름을 알리며 "쓰-름, 쓰-름"하고 구애하는 그 매미. 나무껍질에서 알로 1년, 땅속에서 유충으로 5년. 그리 오래 준비하다 막상 성충이 되면 고작 2~3주 살고 떠나는.

짧은 삶. 한껏 울다가도 애달픈데, 인간 세계에 잘못 들어선 거였다. 당황해 날아다녔다간 대부분 싫어할 거였다. 급하게 잡으려 할 거였다. 그러다 죽을 수도 있었다.

다행이었던 건, 그 자리에 앉은 이가 다름 아닌 현주씨란 거였다.



매미 입장에선…많이 놀랐을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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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주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매미와 친구된 이야기 영상./사진=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는 매미 친구 현주씨
350만회. 현주씨가 버스에서 매미를 살려준 걸 올린, SNS 영상 조회수가 그랬다. 우연히 그걸 보고, 이 사람을 꼭 인터뷰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실은 그에겐 더 쉬운 선택지가 많았다. 다른 승객처럼 모른척하는 것. 앉더라도 무심히 외면하는 것. 구해주려 하더라도 창문 정도만 여는 것.

그러나 한 사람이 길 잃은 매미에게 다정했고, 그로 인해 짧은 수명이나마 다하게 된 거였다.

형도 : 매미를 버스에서 보다니 드문 경험이긴 하지요. 보시고 어떤 생각이 드셨을지요.
현주 : 매미가 왜 버스에 있지?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어떻게 왔을지 상상했지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 친구가 옆에 있었다면 기겁했겠다, 다른 사람도 놀랄 수 있겠다, 어디 날아가기 전에 잡아야겠다.

형도 : 사람 입장에선 매미가 파닥거리며 날아다니면, 아무래도 그랬을 거예요.
현주 : 실제 친구에게 카톡으로 물어보기도 했었어요. 매미가 날아가면 다른 승객들이 놀랄 거 같냐고요. 그랬더니 다들 싫어하더라고요웃음.

형도 : 매미 입장에서도 얼마나 놀랄까요. 여긴 어디지, 낯설고 무서울 거고요.
현주 : 맞아요. 매미 입장에서도 많이 놀랬을 것 같더라고요. 다칠 수도 있잖아요.
버스에서 나가려고, 날갯짓을 해보다가 현주씨 다리에 붙은 매미./사진=그제야 이 좌석이 왜 비었는지 깨달은 현주씨
형도 : 그래서 이제, 잡아보려 하셨을 거고요.
현주 : 매미가 앞으로 계속 기어가다가 한 번 날아올랐어요! 아마 다른 곳으로 탈출하려고 했나 봐요. 그런데 못하더라고요. 이미 많이 지쳤는지, 결국 제 바지 위로 떨어졌어요.

형도 : 아마도 이미 애써봤으나 잘 안됐겠지요. 매미가 혹시 무섭진 않으셨을지요.
현주 : 어릴 때부터 곤충, 파충류, 양서류 등 많이 접해보고 만져봤었어요. 그래서 무섭진 않았는데요. 고민이 된 건 있었어요. 9살 때 매미를 잡고 있다가, 녀석이 제 손에 입을 꽂아 따끔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날개 달린 건 요정이라 생각하던 때라 충격이었지요! 그런데요. 또 물릴까 걱정되면서도 보고 있자니 또 귀엽더라고요.



매미 다칠까 봐, 10분간 곱게 품어 나무에 놓아주었다


다치지 않게 손 안에 공간을 동그랗게 두었고, 조심스레 매미를 감싸주었다./사진=따뜻한 현주씨
9살 기억의 두려움을 이긴 건 어떤, 마음이었다. 길 잃은 매미를 작은 버스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단 마음. 원래 있어야 할 너른 자연으로 보내어 우렁차게 우는 걸 보고 싶단 마음. 현주씨가 바지에 붙은 매미를 손으로 살포시 잡았다.

형도 : 매미를 잡기 힘드시진 않으셨을까요. 워낙 오랜만이어서요.
현주 : 다칠까 봐 조심스레 잡았어요. 날개가 손에 닿지 않게 하려고 공간도 여유 있게 만들었지요.

형도 : 매미가 얌전히 있어주던가요.
현주 : 다행히 심하게 버둥거리거나, 날아가려고 하진 않더라고요.
버스정류장 건너편 나무까지 매미를 데려다주었다./사진=현주씨
형도 : 그리고 나선 어떻게 하셨을까요.
현주 :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10분 정도 걸렸는데요. 그때까진 살며시 잡고 있었지요. 고민했어요. 아무래도 길 한복판엔 나무도 많지 않고, 사람들이 많아 위험할까 봐요.

형도 : 그런 부분까지 고민하셨군요. 세심하게도요.
현주 : 집 마당에 있는 나무에 놓아줘야 하나, 걱정했지요. 다행히 버스정류장 건너편에 적당한 나무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위에 올려주었어요. 사람들도 많이 안 다니는 길이었어요.
그리고, 너른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내주었다. 해피엔딩./사진=미미를 보러 퇴근길에 한 번 더 가봤다는 현주씨.
형도 : 감격의 순간이네요. 나무를 본 매미는 어땠을까요.
현주 : 천천히 놓아주니 앞다릴 한 발, 한 발 떼어서 나무로 가더라고요. 잘 올라갔어요. 다치거나 그렇진 않아 보였어요. 그제야 안도했습니다. 실은 매미에게 이름도 지어줬었어요. 미미라고요.

형도 : 미미라, 어떤 의미를 담아 지어주신 걸까요.
현주 : 친구들에게 매미랑 친구됐다고 소개할 때 즉흥적으로 지은 이름이예요. 매미의 미를 두 번 붙였지요웃음. 대충 지은 이름이지만, 부르니 정이 들고 오래 살았으면 싶더라고요. 뜻깊게 고민해 지었다면…아마 퇴근하고 맨날 미미를 놓아준 자리에 찾아갔을 것 같아요.



학교에 갇힌 새 날려주고, 터널 갇힌 박각시나방 살려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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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위주의 세상엔, 자연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 길을 잃기가 쉽다. 터널 안에 갇혀 있던 박각시나방./사진=박각시나방 친구 현주씨
작은 생生도 크게 바라보는 시선. 인간만의 세상이 아니란 생각. 계속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 그로부터 비롯됐을 현주씨의 행동은 어디서 온 걸지 문득 궁금해졌다. 성정일지, 환경일지,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지.

형도 : 실은 매미를 보고 모른척하는 게 더 쉽잖아요. 아니면 가만히 바라볼 수도 있고요. 원래 그런 걸 잘 지나치지 못하시는 편인지 궁금해요.
현주 : 원래도 잘 못 지나치는 편이에요웃음. 지렁이가 사람들 다니는 길에 나와 있으면 밟힐까 봐 풀숲에 옮겨주고요. 풀잎이나 나뭇가지로요. 아, 박각시나방을 숲에 풀어준 적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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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내 주었다. 보기만해도 맘이 편하다./사진=박각시나방 친구 현주씨
형도 : 박각시나방이요? 그 얘기도 더 듣고 싶은데요.
현주 : 짧은 터널 바닥에 뭔가 기어 다니더라고요. 자세히 보니 박각시나방이었어요. 날려고 하다 천장이나 벽에 부딪혀 계속 떨어지더라고요. 이내 다시 기고요. 터널 밖에 나가 큰 나뭇가지를 주웠어요. 박각시나방이 올라가게 한 뒤, 같이 산책로를 걷다가 꽃밭에 갔지요. 훨훨 날아갈 때까지 기다려줬어요!

형도 : 자꾸 더 듣고 싶어집니다. 왠지…비슷한 이야기를 더 품고 계실 것 같은데요.
현주 : 횡단보도 가운데에서 작은 호박벌을 본 적도 있었어요. 차가 쌩쌩 다니는데 기어 다니고 있더라고요. 다쳐서 못 나는 걸까 싶어, 얼른 잡아서 건너갔지요. 다행히 몇 분 안 지나서 풀숲으로 날아갔어요. 차들이 달리며 내는 바람 때문에 못 날았던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병아리 사온 아이에게 부모님이 한 말, "생명은 끝까지 책임져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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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위에서 기어다니고 있던 작은 호박벌./사진=호박벌 친구 현주씨
작은 호박벌의 눈으로 상상해보았다. 딱딱한 아스팔트 위에, 가늠하기 힘들 만큼 커다란 꼬릴 그리며 움직이는 물체들. 옴짝달싹할 수 없을 때 다가와 날개를 잡아준 존재. 호박벌 입장에선 구원이나 다름없었을.

형도 : 어떤 마음이 드시는 걸까요. 작은 존재들을,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보내신 뒤에요.
현주 : 제가 발견해 다행이란 생각도 해요. 못 보고 지나쳤다면 무슨 사고라도 당할 수 있으니까요. 주변 친구들은 새를 구해준다거나, 그런 경험이 적다는데 저는 남들에 비해 자주 겪는 것 같아요.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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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때 코로나로 인해 중간고사 시험 일정이 바뀌어 오후에 등교하던 날이었다. 익숙한 고양이 한마리가 눈, 귀, 코, 입에서 피를 흘리며 식빵자세로 덜덜 떨고 있었다. 깜짝 놀라 병원에 데려갔다. 병원에선 "사람이나 족제비의 공격을 받은 건지 두개골이 깨져 있고 수술을 해도 밖에서는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가족으로 맞아주었다./사진=고양이 친구 현주씨
형도 : 자주 겪으시는 건,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으시기 때문일 거예요.
현주 : 그런데 한편으론, 그만큼 위험에 처한 동물들이 많다는 거잖아요. 슬프기도 해요. 그래서 도울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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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에서, 현주씨 친할머니와 어렸던 현주씨. 비둘기와 자연스레 인사하게 해주는 할머니.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아마 그런 이야기였을 거다./사진=비둘기 친구 현주씨
형도 : 하지만 매미가 있던 그날 그 마을버스. 실은 거기 현주님만 있으셨던 건 아니잖아요. 작은 존재와 더불어 살려는 마음은 어디서 비롯된 걸지도 듣고 싶어요.
현주 : 어릴 때 시골에 놀러 가면 부모님께서 "이건 청개구리, 방아깨비, 귀뚜라미야" 이렇게 알려주셨어요. 저랑 동생이 궁금해하니 이것저것 보여주고 싶으셨나 봐요. 하루는 외삼촌께서 절 놀래킨다고 뱀을 잡아주셨는데, 선물인 줄 알고 데리고 놀았던 적도 있어요. 엄마가 그걸 보시고 뱀을 다시 산에 풀어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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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교 길에 온몸이 똥범벅이 돼 파리가 꼬여 있던 아기 고양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하곤, 처음엔 죽은 줄 알고 한쪽으로 치워주려 다가갔었다. 그런데 현주씨를 보더니 울면서 기어왔다. 병을 다 치료해주고 가족으로 맞아주었다./사진=아기 고양이 친구 현주씨
동물을 좋아하게 됐을 어린 현주씨가 몰래 병아리를 산 적이 있었다. 학교 앞에서 삐약삐약거리는 걸 보고, 키우고 싶은 맘이 든 거였다. 병아리를 데리고 가니 부모님이 이리 말씀하셨다.

"생명은 함부로 데려올 수 없는 거야. 끝까지 책임져야 하지. 네 노력도, 병아리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단다."

그걸 들은 현주씨는 컴퓨터로 이것저것 찾아보며 병아리에게 진심을 다했다. 덕분에 으로 잘 자랐다고.

그러니, 정말 중요한 배움은 이런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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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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