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나타난 흰개미 전국 퍼질 수도…"날개 달고 본격 번식" > 사회기사 | natenews rank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발견된 흰개미 /사진=뉴스1환경부 제공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발견된 흰개미가 전국에 본격적으로 번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흰개미류는 나무를 갉아먹는 습성 때문에 목재로 이뤄진 문화재 등이 많은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만큼 체계적인 조사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20일 뉴스1에 따르면 부산대 생명자원과학대학 학장인 박현철 생명환경화학과 교수는 국내에 유입된 새로운 흰개미에 이름을 붙이고 서식 형태나 분포 정도를 확인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호주 등 해외를 비롯해 북촌 한옥마을의 흰개미를 십수년간 추적 관찰해온 국내 흰개미 연구 권위자다.

이같은 주장은 이번에 발견된 흰개미의 날개 때문이다. 앞서 국내에서 발견된 흰개미는 날개 없는 형태가 많았다. 날개 달린 흰개미가 나타났다는 것은 국내에 유입된 흰개미가 국내 환경에 적응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번식하면서 서식지를 넓히기 위한 개체로 등장했다는 게 박 교수 설명이다.

이번에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발견된 흰개미는 마른나무흰개미과Kalotermitidae 크립토털미스Cryptotermes에 속해있다. 국내에서 서식하는 게 공식 확인된 적이 없기 때문에 학명 외 정식 이름도 없다. 국내에서 발견되던 흰개미는 마른나무가 아닌 물기를 머금은 나무 위주로 갉아먹었는데, 이번에 발견된 흰개미는 물기 정도와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나무를 갉아 먹는다.

열대·아열대 기후 지역에서 생존·번식하던 흰개미가 한반도에 등장한 건 기후변화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도시의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더 뜨거운 열섬 현상이 심화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따뜻한 남부보다 대규모 목조 주택이 밀집한 서울이라는 조건이 따뜻한 남부보다 새로운 흰개미 종 서식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영하권 추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박 교수는 "흰개미들은 겨울철 추위가 찾아오면 나무 기둥 밑동이나 심부로 숨는다"며 "나무에 붙어있을 경우 뿌리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는데, 지표면보다 기온이 높은 지하 10~50m에서 겨울을 버티다 날이 풀리면 다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지난 17일 나타난 강남 논현동 흰개미에 대해 18~19일 긴급 방제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아직 흰개미의 국내 유입 경로를 파악하지 못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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