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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불 때면 100일간 뜨끈…1000년 전에 만든 전설의 구들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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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집기 작성일 23-10-02 05:01 조회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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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 칠불사 전경. 사진 칠불사

경남 하동 칠불사 전경. 사진 칠불사

지난달 21일 경남 하동군 화개면 범왕리 칠불사. 쌍계사에서 11㎞ 정도 떨어진 이 사찰 대웅전 옆에는 ‘전설의 구들’이 있다. 전통 난방시설로 10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최근 문화재위원회가 이 구들을 국가민속문화재로 올리는 안건을 조건부로 가결해 주목을 받은 ‘하동 칠불사 아자방지亞字房址’다.

이날 중앙일보는 사찰 측 협조를 받아 수년간 보수공사 때문에 일반인에 공개하지 않았던 아자방지를 구경할 수 있었다. 아자방지는 구들에 열을 공급하는 아궁이와 스님이 수행하던 온돌방,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으로 구성돼 있다. 아궁이와 굴뚝 부분은 거의 공사가 완료돼 있었고, 온돌방은 구들을 복원한 뒤 흙을 덮어놓은 상태였다. 하동군 측은 올해 안에 보수공사가 끝날 것이라고 했다.

아자방은 신라 효공왕897∼912년 때 ‘구들도사’라 불리던 담공선사가 이중온돌 구조로 처음 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은 길이가 8m인 직사각형 모양이다. 여기에 바닥에서 45㎝ 높이 좌선대가 마련됐다. 이런 구조가 아亞자와 닮았다 해서 ‘아자방’이라 한다. 방을 왜 이런 모양으로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스님들이 좌선대에 올라 면벽 수행을 하다 바닥으로 내려와 다리를 풀고 쉬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짐작한다.

하동 칠불사 아자방지 모습. 위성욱 기자

하동 칠불사 아자방지 모습. 위성욱 기자

하동 칠불사 도응 주지스님이 아자방 내부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하동 칠불사 도응 주지스님이 아자방 내부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칠불사 도응 주지스님은 “아자방은 대웅전에서 온돌방만 보면 아亞자 모양이지만 방 왼쪽에 입구口자 모양의 큰 아궁이부엌 부분가 있어 벙어리 아啞자로 보이기도 한다”며 “이 방에서 수행하는 스님이 묵언하며 올곧게 정진하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자방이 있던 건물은 1949년 불에 탄 뒤 1982년 전후 대부분 복원했다. 하지만 온돌바닥은 복원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과정에 아자방지는 1976년 경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됐고, 그 뒤 1981년부터 2015년, 2017년 3차례에 걸쳐 문화재청 등에서 발굴했다. 당초 사찰 측에서 아자방 건물 등이 국군의 작전 중에 소실됐다고 지적하면서 실태 조사도 진행됐다.

초창기 조사 때부터 참여한 당시 문화공보부현 문화재청 문화재보수과 기술직원이었던 변철수70·도원아텍 대표씨는 “구들이 있는 바닥 부분은 그때 주지였던 통광스님이 기와 등으로 덮어 형태는 잘 보존된 상태였다”며 “당시 현장 모습을 담은 사진과 구들의 굵기, 구들 구조·형태 등 실측조사를 한 사본을 제가 보관하고 있다가 하동군과 칠불사 등에 전달해 이번에 국가민속문화재 조건부 가결 때 중요 자료로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변 대표는 아자방 구조에 대해서 “스님들이 좌선대에서 장기간 참선을 하다 보면 다리에 피가 통하지 않아 곧바로 일어설 수 없는데 아자방 구조는 회전의자처럼 좌선대에서 몸을 180도 돌리면 곧바로 바닥까지 다리를 펼 수 있게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스님들은 아자방 등에서 수행하는 것을 꿈으로 여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동 칠불사 아자방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 내부 모습. 위성욱 기자

하동 칠불사 아자방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 내부 모습. 위성욱 기자

하동 칠불사 아자방 아궁이 모습. 위성욱 기자

하동 칠불사 아자방 아궁이 모습. 위성욱 기자

실제 칠불사가 있는 지리산은 상봉인 천왕봉1915m과 주봉인 반야봉1732m으로 연결돼 있어 문수보살이 상주하는 영험한 곳으로 전해진다.

칠불사 창건 설화도 신비롭다. 많은 설화중 가락국 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이곳에서 수행하다 성불을 해 칠불사가 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곳에서 수도한 고승도 추월조능·벽송지엄·서산대사·부휴대사·초의선사·월송선사 등 수없이 많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 포털 등에 따르면 아자방 온돌은 1000년이 넘는 동안 형태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특히 불을 넣으면 위아래 온돌과 벽면까지 한참 동안 따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정보에서는 한 번 불을 때면 ‘한 달 동안’ 따뜻하다고 하나, 축조 당시에는 ‘석 달 열흘’ 즉, 100일간 온기가 골고루 유지됐다는 이야기도 내려온다.

『천년의 비밀, 아자방 온돌』이라는 책을 쓴 김준봉 국제온돌학회 회장은 "아자방 아궁이는 서서히 오래 열기를 공급하고 구들과 고래불길과 연기가 움직이는 길 두께나 형태 등도 다른 온돌과 달라 오랫동안 열기를 품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동 칠불사 아자방 체험관에서 도응 주지스님이 면벽 수행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하동 칠불사 아자방 체험관에서 도응 주지스님이 면벽 수행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하동 칠불사 전경. 사진 칠불사

하동 칠불사 전경. 사진 칠불사

하동군 관계자는 “문화재위원들은 아자방이 있는 건물이 과거 불에 탔던 만큼 온돌이 깔린 바닥 윗부분 구조와 아궁이 형태도 추후 고증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문화재청에서 요구한 여러 가지 사항을 보완해 심의를 통과하면 지정 명칭 등을 확정해 국가민속문화재 지정 예고 절차를 밟게 된다”고 말했다.

하동=위성욱 기자 we.su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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