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빼고 온몸 굳었는데…"점프해보라, 치료제 받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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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선물을 빼앗긴 사람들 - ②] 생후 21개월에 척수성근위축증 진단, 26살까지 잘 버텨 치료제 나왔는데 급여 탈락시킨 건강보험심사평가원…호흡 좋아졌는데 효과 없다 기계적 평가, "누구나 치료 주사 맞을 수 있게 해주세요"
[편집자주] 매일 근육이 서서히 굳어갔습니다. 수십 년을 기다려 마침내 치료제가 나왔습니다. 하늘의 선물 같았지요. 그러나 이내 빼앗겼습니다. 왜일까요. 그 이야길 하나씩 들려드리려 합니다.
그 병이 척수성근위축증SMA이다. 희귀하고 고치기 어려운 질환이다. 일찍 발병하면 호흡하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2살이 되기도 전에 90%가 숨진다.
"정말 약이 언제쯤 나올까, 희망을 품고 기다렸지요. 더 나빠지지 말고 유지만 하자고요." 생사 고비를 넘기고 또 넘겼다. 치료제를 계속 기다렸다. 2017년이 됐다. 거의 20년 가까이 기다린 끝에 마침내 척수성근위축증을 멈춰줄 약이 나왔다. 스핀라자란 이름이었다. 연수씨 어머니는 그날을 기억했다. "어, 진짜, 와, 이런 날이 오는구나. 옛날엔 그런 날이 정말 올까 생각했거든요. 치료제라니 너무 반가웠지요. 점점 더 좋은 약들이 나올 수 있겠구나, 희망을 품게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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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기다린 치료제…2년 만에 탈락시켜 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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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질 수 있단 생각. 그런 희망이 생긴 거였다. 연수씨는 "대학교에 들어가서 맞은 거였는데, 조금은 잘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지요"라고 했다. 힘든 병 때문에 중고등학교도 잘 못 다녔기에, 치료제는 더없이 반가운 거였다. 실제로 치료제 효과로 몸도 컨디션도 많이 좋아지고 있었다. 열 번째 주사를 맞으러 간 날이었다. 전날 병원에 입원해 자고, 다음 날 주사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날벼락 같은 연락을 받았다. "주사를 맞을 수 없다고 하는 거예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탈락시킨 내용을, 병원 통해서 연락받은 거지요. 너무 황당했어요." 건강보험을 적용해줄 수 없단 통보였다. 주사 가격은 거듭 강조하지만 1억원. 맞아야 하는 횟수는 매년 세 번, 그러니까 1년에 3억원. 건강보험 없인 사실상 맞을 수 없는 거였다. 환자인 연수씨 기분은 어땠을까. 그는 이리 말했다. "속상했지요. 왜 제가 떨어져야 하는지…누구나 맞아야 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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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겨우 움직이는데…앉기, 구르기, 점프하기 운동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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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을 계속 적용받으려면 운동 기능 평가를 해야 한다. 치료제 효과가 있단 걸, 환자가 맞을 때마다 몸소 입증해야 하는 거다. 연수씨도 운동 기능 평가를 해왔었다. 그런데 9회차 맞을 때까진 하이네2란 기준으로 평가를 받았다. 하이네2는 영유아나 연수씨 같은 타입1 환자들을 평가하는 척도다. 머리 가누기, 움켜쥐기, 발차기, 기어 다니기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겨 치료제를 급여해주는 것. 그런데 갑작스레 평가 기준을 하이네2에서 해머스미스로 바꿨단 게 연수씨 어머니 설명이었다. 해머스미스는 앉거나 구르기, 점프하기, 계단 오르기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스핀라자 급여 기준을 세울 때, 심평원이 정한 세부 사항을 살펴봤다. 운동기능 평가 도구는 위에서 언급한 하이네2와 해머스미스 2가지였다. 나이가 24개월 이상이라도, 운동 발달 상태가 24개월에 미치지 못하면 하이네2를 사용할 수 있게 돼 있었다. 또 하이네2에서 해머스미스로 평가 기준을 바꿀 땐, 최소 열두 번은 두 기준 모두를 적용해 평가하라고 정해뒀다. 연수씨 어머니는 이를 지적하며 울분을 터트렸다. 그는 "하이네2 기준으로 평가 받았을 땐 점수도 오르고 있었다"며 "왜 탈락했는지도 모르고, 심평원에 이의 신청도 했는데 다 기각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락한 애들 보면 나이가 많고 타입1인 애들이 많다. 우선 탈락시키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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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평가가 못 담는…기적 같은 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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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을 원래 주스로만 마셨거든요. 처음으로, 씹어서 먹을 수 있게 됐어요."연수씨 "과일을 먹어서 맛보니까 어땠어요?"기자 "맛이 다르고 신기하고 그렇더라고요."연수씨 누군가는 사소하다 할 수 있을 게다. 그러나 환자와 가족 입장에선 엄청난 변화들이다. 맨날 죽만 먹다가 다른 음식을 먹어볼 수 있게 된다는 것. 씹는 기능도 좋아져 식사 시간이 치료 전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었다.
침대에도 홀로 걸터앉을 수 있게 됐다. 예전엔 일으켜줘도 지탱할 힘이 없어 옆으로 넘어졌다. 연수씨 어머니는 "처음 봤을 때 너무 신기했다. 주사 덕분에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다"며 "앉을 수 있다는 건 내 힘이 그만큼 생긴 것"이라고 했다. 엄지와 검지를 붙일 수 있는 것도 큰 의미였다고. 연필을 잡거나 물건을 집을 수 있게 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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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바람…"다음 약이 나올 때까지, 생존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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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이런 거지요. 사실은 스핀라자를 맞아서 지금 상태를 유지해야, 다음에 더 좋은 약을 또 기다릴 수 있잖아요. 나빠지지 않고 유지만 되어도 치료제 역할이 됩니다. 그걸 왜 팔을 하나 올렸냐, 못 올렸냐로 따지고 탈락시키나요." 올해 졸업한 연수씨는 일하고픈 꿈이 있다. 대학교에선 보건행정학과를 전공했단다. 이유를 물었더니 "병원 생활을 많이 하다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갔어요"란다. 그와 같은 환자들이 잘 치료 받을 수 있게 돕고 싶다고.
"주사를 맞으면 발음이 좋아지잖아요. 제가 친구들하고 전화 통화를 해본 적이 없거든요. 치료받으면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 떨고 싶었지요. 또 친구들하고 카페를 가고, 밥 먹을 수 있고 그런 것도 해보고 싶고요." 너무나 소소한 꿈이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 말고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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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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