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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빼고 온몸 굳었는데…"점프해보라, 치료제 받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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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1회 작성일 23-05-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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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선물을 빼앗긴 사람들 - ②] 생후 21개월에 척수성근위축증 진단, 26살까지 잘 버텨 치료제 나왔는데 급여 탈락시킨 건강보험심사평가원…호흡 좋아졌는데 효과 없다 기계적 평가, "누구나 치료 주사 맞을 수 있게 해주세요"

[편집자주] 매일 근육이 서서히 굳어갔습니다. 수십 년을 기다려 마침내 치료제가 나왔습니다. 하늘의 선물 같았지요. 그러나 이내 빼앗겼습니다. 왜일까요. 그 이야길 하나씩 들려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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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 굳고 약해진다. 온몸을 마음 가는대로 쓸 수 없게 되는 병, 척수성근위축증SMA. 희귀난치병이다. 세 살에 세상을 뜰 거라던 의사 예언을 거슬러, 강연수씨는 올해 26살이 됐다. 사소한 감기도 폐렴이 돼 생사 고비가 많았다. 치료제를 오매불망 오래 기다렸다. 9번 맞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서 탈락했다. 그는 다시 예전으로, 아니 그보다 더 나빠진 상태로 돌아가게 됐다./사진=남형도 기자
서서히 근육이 굳어간다. 멈춰주는 건 치료제뿐이다. 맞아야 살 수 있는 거다. 주사는 한 번에 1억원. 건강보험이 적용 돼야 그나마 600만원. 그런데 치료 효과가 있는 사람만 보험을 해준단다. 그 효과를 측정한다며 평가한다. 그런데 그 평가가 획일적이다. 운동 기능만 보는 거다. 예를 들면, 으로 인해 이미 오래 전부터 움직일 수 없는 사람한테 움직여보라는 식의 가혹한 시험. 못 움직이면 탈락이다. 효과가 없는 거라며 치료제를 앗아가 버린다.

그 병이 척수성근위축증SMA이다. 희귀하고 고치기 어려운 질환이다. 일찍 발병하면 호흡하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2살이 되기도 전에 90%가 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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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수씨의 어린 시절. 척수성근위축증은 근육이 점점 굳고 약해지는, 진행되는 병이다. 어릴 때 가능했던 동작이, 스물 여섯살이 된 지금은 더 많이 할 수 없게 된 거다. 치료제가 필수적이다./사진=강연수씨 제공
강연수씨26도 척수성근위축증 진단을 받았다. 태어난지 고작 21개월 때였다. 담당 의사는 "3살을 넘기기 힘들 겁니다"라고 말했다. 척수성근위축증은 타입이 1부터 4까지 네 가지로 나뉜다. 연수씨는 그중 가장 힘든 축에 속하는 타입1이었다. 평범한 감기조차도 굉장히 힘든 병. 금세 폐렴까지 악화돼 중환자실까지 가야 하는 병. 그러니 사람 많은 곳엔 잘 가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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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의 강연수씨. 20년간 치료제를 기다렸다니, 얼마나 절박한 기분이었을지./사진=강연수씨 제공
어린 연수씨를 보며 어머니는 생각했다.

"정말 약이 언제쯤 나올까, 희망을 품고 기다렸지요. 더 나빠지지 말고 유지만 하자고요."

생사 고비를 넘기고 또 넘겼다. 치료제를 계속 기다렸다. 2017년이 됐다. 거의 20년 가까이 기다린 끝에 마침내 척수성근위축증을 멈춰줄 약이 나왔다. 스핀라자란 이름이었다. 연수씨 어머니는 그날을 기억했다.

"어, 진짜, 와, 이런 날이 오는구나. 옛날엔 그런 날이 정말 올까 생각했거든요. 치료제라니 너무 반가웠지요. 점점 더 좋은 약들이 나올 수 있겠구나, 희망을 품게 됐고요."



20년 기다린 치료제…2년 만에 탈락시켜 앗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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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 가격은 1억원, 건강보험을 적용 받아도 600만원의 고가 주사다. 약효가 좋아 척수성근위축증 환우들에겐 하늘의 선물 같은 치료제란다./사진=스핀라자 홈페이지ㅣ
연수씨는 스핀라자 치료제를 9번 맞았다. 그게 2019년 9월이었고, 2년 정도 치료한 거였다.

좋아질 수 있단 생각. 그런 희망이 생긴 거였다. 연수씨는 "대학교에 들어가서 맞은 거였는데, 조금은 잘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지요"라고 했다. 힘든 병 때문에 중고등학교도 잘 못 다녔기에, 치료제는 더없이 반가운 거였다. 실제로 치료제 효과로 몸도 컨디션도 많이 좋아지고 있었다.

열 번째 주사를 맞으러 간 날이었다. 전날 병원에 입원해 자고, 다음 날 주사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날벼락 같은 연락을 받았다.

"주사를 맞을 수 없다고 하는 거예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탈락시킨 내용을, 병원 통해서 연락받은 거지요. 너무 황당했어요."

건강보험을 적용해줄 수 없단 통보였다. 주사 가격은 거듭 강조하지만 1억원. 맞아야 하는 횟수는 매년 세 번, 그러니까 1년에 3억원. 건강보험 없인 사실상 맞을 수 없는 거였다. 환자인 연수씨 기분은 어땠을까. 그는 이리 말했다.

"속상했지요. 왜 제가 떨어져야 하는지…누구나 맞아야 하는 거잖아요."



손가락 겨우 움직이는데…앉기, 구르기, 점프하기 운동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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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움직이기 위해, 애써 움직일 수 있는 둘째 손가락 하나를 쓴다. 연수씨에게 맞는 운동기능평가 기준이, 앉거나 구르거나 점프하거나 계단을 오르는 게 맞는 것일지./사진=남형도 기자
대체 어찌 된 일일까. 연수씨 어머니는 "심평원 심사에서 갑작스레 운동 평가 기준을 바꿔 탈락한 것"이라고 했다.

건강보험을 계속 적용받으려면 운동 기능 평가를 해야 한다. 치료제 효과가 있단 걸, 환자가 맞을 때마다 몸소 입증해야 하는 거다. 연수씨도 운동 기능 평가를 해왔었다. 그런데 9회차 맞을 때까진 하이네2란 기준으로 평가를 받았다.

하이네2는 영유아나 연수씨 같은 타입1 환자들을 평가하는 척도다. 머리 가누기, 움켜쥐기, 발차기, 기어 다니기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겨 치료제를 급여해주는 것. 그런데 갑작스레 평가 기준을 하이네2에서 해머스미스로 바꿨단 게 연수씨 어머니 설명이었다. 해머스미스는 앉거나 구르기, 점프하기, 계단 오르기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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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를 계속 맞으려면 시험을 봐야 한다. 치료가 효과가 있단 걸 환자 스스로 계속 증명해야 하는 거다. 그 척도 중 하나가 해머스미스 평가 기준이다. 사진은 이중 하나인 뛰기. 어느 정도를 뛰는지에 따라 점수를 0점, 1점, 2점으로 나눠 매긴다. 문제는 척수성근위축증이 일찍 발병한 1형 환자 등은 이 동작을 사실상 하기 어렵단 거다./사진=해머스미스 평가 기준
인터뷰하며 바라본 연수씨는 이런 동작을 할 수 없어 보였다. 그는 손가락 하나를 겨우 움직여 휠체어를 움직였다. 인터뷰 시작 전엔 연수씨 어머니가 "연수야, 머리를 어느 쪽으로 넘겨줄까?"하며 일일이 정리해줬었다. 이런 그에게, 큰 근육을 써야하는 기준으로, 치료제 효과를 입증하라며 점수를 매긴 거다. 빵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점수에 따라 탈락했다.

스핀라자 급여 기준을 세울 때, 심평원이 정한 세부 사항을 살펴봤다. 운동기능 평가 도구는 위에서 언급한 하이네2와 해머스미스 2가지였다. 나이가 24개월 이상이라도, 운동 발달 상태가 24개월에 미치지 못하면 하이네2를 사용할 수 있게 돼 있었다. 또 하이네2에서 해머스미스로 평가 기준을 바꿀 땐, 최소 열두 번은 두 기준 모두를 적용해 평가하라고 정해뒀다.

연수씨 어머니는 이를 지적하며 울분을 터트렸다. 그는 "하이네2 기준으로 평가 받았을 땐 점수도 오르고 있었다" "왜 탈락했는지도 모르고, 심평원에 이의 신청도 했는데 다 기각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락한 애들 보면 나이가 많고 타입1인 애들이 많다. 우선 탈락시키는 것 같다"고 했다.



운동 평가가 못 담는…기적 같은 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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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난치병을 견디느라 곁에서 얼마나 힘들었냐는 물음에, 연수씨 어머니는 "책으로 한 권을 써도 모자랄 것"이라고 했다. 너무 절박하다고, 경제적 비용으로만 접근하지 말아달라고, 환자 생명과 인권을 생각하는 치료 목표가 필요하다고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치료제 효과는, 심평원이 세운 기준대로 구르거나 점프하거나 해야만 있는 걸까. 연수씨는 스핀라자를 2년 맞는 동안 많은 게 달라졌다.

"과일을 원래 주스로만 마셨거든요. 처음으로, 씹어서 먹을 수 있게 됐어요."연수씨

"과일을 먹어서 맛보니까 어땠어요?"기자

"맛이 다르고 신기하고 그렇더라고요."연수씨

누군가는 사소하다 할 수 있을 게다. 그러나 환자와 가족 입장에선 엄청난 변화들이다. 맨날 죽만 먹다가 다른 음식을 먹어볼 수 있게 된다는 것. 씹는 기능도 좋아져 식사 시간이 치료 전 2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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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라자는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아니에요. 보조제 역할입니다. 기능 악화를 막고 삶의 질을 개선하게 할 수 있다면, 그게 약의 효과입니다." 연수씨는 효과를 증명하지 않아도, 공평하게 치료제를 얻을 기회가 보장됐으면 좋겠다고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호흡수도 좋아졌다. 1분에 35회 이상 헐떡였던 게, 20회 미만으로 확 줄었다. 연수씨는 "숨을 할짝할짝 쉬다가 천천히 쉬니까, 밤에 이산화탄소도 덜 쌓이고 사례 들리는 것도 줄었다"고 했다. 손가락 근육도 좋아져 마우스도 오래 쓸 수 있게 됐다. 원래 1시간만 해도 힘들어 쉬어야 했는데, 2시간 이상 해도 힘들지 않았다고.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됐단다

침대에도 홀로 걸터앉을 수 있게 됐다. 예전엔 일으켜줘도 지탱할 힘이 없어 옆으로 넘어졌다. 연수씨 어머니는 "처음 봤을 때 너무 신기했다. 주사 덕분에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다" "앉을 수 있다는 건 내 힘이 그만큼 생긴 것"이라고 했다. 엄지와 검지를 붙일 수 있는 것도 큰 의미였다고. 연필을 잡거나 물건을 집을 수 있게 되어서다.



어머니의 바람…"다음 약이 나올 때까지, 생존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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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 1형 환자는 관절 구축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 그러니 심평원이 기대하는 약효가 눈에 띄게 보이지 않는다고 중단시키지 말아달라 했다. 연수씨는 "투여 중 컨디션이 향상돼 피로감이 덜했는데, 지금은 장시간 외부 활동시 컨디션이 나빠 회복이 어렵다"고 했다. 학업 시간도 다시 치료제를 맞기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사진=남형도 기자
심평원이 놓친 게 있어 보였다. 진정 중요한 치료제 의미는 따로 있다고, 연수씨 어머니가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이런 거지요. 사실은 스핀라자를 맞아서 지금 상태를 유지해야, 다음에 더 좋은 약을 또 기다릴 수 있잖아요. 나빠지지 않고 유지만 되어도 치료제 역할이 됩니다. 그걸 왜 팔을 하나 올렸냐, 못 올렸냐로 따지고 탈락시키나요."

올해 졸업한 연수씨는 일하고픈 꿈이 있다. 대학교에선 보건행정학과를 전공했단다. 이유를 물었더니 "병원 생활을 많이 하다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갔어요"란다. 그와 같은 환자들이 잘 치료 받을 수 있게 돕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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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어떻게든 잘 살아 남게 해주고 싶은 마음. 어머니의 마음. 그 힘듦을 겪어보지 않은 이들이 함부로, 탈락 기준을 만들고 치료제를 빼앗아가도 되는 걸지./사진= 강연수씨 제공
만약이라는 가정을 해서 질문해봤다. 지금 상황에선 미안한 거였지만. 평가하는 이들이 잘 모를, 치료제 효과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하고 싶었다. 연수씨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오래 생각하고 바랬구나, 그게 느껴지는 응답 시간이었다.

"주사를 맞으면 발음이 좋아지잖아요. 제가 친구들하고 전화 통화를 해본 적이 없거든요. 치료받으면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 떨고 싶었지요. 또 친구들하고 카페를 가고, 밥 먹을 수 있고 그런 것도 해보고 싶고요."

너무나 소소한 꿈이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 말고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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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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