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혼자 떠나간 사람들, 매일 있었다…우리만 몰랐던 고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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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시 대자동 서울시립승화원 2층에 마련된 빈소 그리다. 빈 영정사진틀 밑에는 지난달 26일 서울 강북구, 같은달 18일 구로구에서 숨진 오모씨78와 이모씨75의 위패가 놓였다. 시민단체 관계자와 천주교 사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지는 공영장례였다. 서울시 거주 무연고자, 또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중 무연고자가 숨을 거두면 이곳에서 장례를 치른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유족이 시신 인계를 거부해 이곳을 찾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고독사한 이들이다. 친인척이 장례를 치를 수 없는 망자를 위해 승화원 자원봉사자들이 향을 피우고, 향 위에서 술잔을 3번 돌리는 상주 역할을 맡는다.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비영리단체 나눔과 나눔이 공영장례식을 주관한다. 장례지도사 지시에 맞춰 자원봉사자가 상주 역할을 하면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소속 신부와 신도들이 조문객을 대신해 장례식에 참여한다. 이날 장례식에는 △자원봉사자 2명 △사회적 장례지원 시민단체 나눔과나눔 관계자 2명 △빈민사목위원회 소속 신부 1명과 신도3명 △인근 천주교 성당 신도 2명 △장례지도사 2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위패를 모시고 절을 하고 향을 올리고, 술을 따르는 40분간의 장례 절차가 끝나자 시신 운구가 시작됐다. 오씨의 시신은 장례지도사가 이씨의 시신은 이민수세례명 레오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신부가 화장소로 운구했다. 나눔과나눔 자원봉사자들은 오씨와 이씨를 향해 "여기에 모인 우리가 당신을 배웅할 수 있게 돼 반가웠습니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오씨와 이씨의 유골은 나무유골함에 담겨 승화원 내 유택공원에 산골 방식으로 안치됐다. 지난해 서울시립승화원에서 공영장례를 치른 무연고자와 저소득층 사망자는 1112건에 달한다. 잊힌 이들이 하루 평균 3명 넘게 이곳에서 낯선 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세상과 이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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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자체·경찰 고독사 기준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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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3일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숨졌다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되지 않아도 모두 고독사로 규정할 수 있도록 정하는 내용의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률 체계와 자구 심사를 거친 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일관된 통계 작성이 가능해져 고독사 예방정책을 수립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고독사는 매년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까지 정부는 정확한 수치도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의 고독사를 보는 기준이 다르고 경찰은 관련 통계를 아예 집계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고독사예방법은 고독사를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기준 시간은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내놓은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와 고독사 예방 기본 계획에 따르면 고독사 건수는 2019년 2949명, 2020년 3279명, 2021년 3378명였다. 복지부는 경찰의 변사 사건 통계에서 은둔·강제개방 등 특정 키워드가 포함된 사례를 고독사로 본다. 그러나 각 지자체의 고독사 판정 기준은 다르다. 서울시와 부산시는 고독사 기준 시간을 3일72시간로 규정한다. 숨진 뒤 3일 이상이 지나 발견이 됐을 때만 고독사로 보는 것이다. 농촌 비중이 높은 군·면 단위에서는 대부분 5일120시간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 역시 통일된 기준은 아니다. 각 지자체에 따라 7일168시간을 기준으로 삼는 곳도 있다. 고독사를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시도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정부는 2027년까지 고독사를 20%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주민들과 접점이 많은 통·반장이나 부동산중개업소 등을 고독사 예방 게이트키퍼로 양성하고, 고독사 위험성이 높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전 조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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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경기=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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