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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먹는 괴물새의 출현에 인간들은 혼비백산했다 [수요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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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2회 작성일 23-11-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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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사는 화식조 바다헤엄쳐 해안가에 상륙
육식은 아니지만 성질 드세고 강력한 발톱은 ‘살인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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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왕산 입구에는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호랑이 동상이 있어요. 기단에는 ‘청와대와 경복궁을 지키는 호랑이’ “인왕산 호랑이가 돌아왔다”라는 글귀가 새겨져있죠. 예로부터 호랑이를 민족의 동물로 귀하게 여겨온 우리 정서가 그대로 엿보입니다. 이 인왕산이 한 때는 호랑이가 살던 곳이었음을 알려주는 동시에, 멸종한 호랑이에 대한 미안하고 애틋한 마음, 다시 우리의 산하로 돌아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 등이 모아져 이 골든타이거 동상을 만들고 글귀를 새겼겠죠. 그런데 그 바람이 하늘 끝에 전달돼 인왕산에 호랑이가 돌아오면 어떻게 될까요?

화식조의 뿔은 빽빽한 덤풀을 달릴 때 머리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br /></div>/San Diego Zoo

화식조의 뿔은 빽빽한 덤풀을 달릴 때 머리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San Diego Zoo

일제강점기 마구잡이 사냥에 의해 비참하게 자취를 감췄던 민족의 영물이 귀환했으니 모두가 기뻐해야 할 경사일까요?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지정돼있지만 사실상 멸종상태였던 최고 포식자가 모습을 드러냈으니 생태가 건강하게 복원됐다며 뿌듯해야 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겁니다. 고양잇과 최대·최강 맹수가 언제 어디서 등산로 길섶에서 사람과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당국은 비상이 걸릴 거예요. 인왕산은 서울 도심부와 맞닿아있는 산입니다. 또 다른 도심의 산인 북악산과도 연결돼있어요. 서촌·북촌·부암동·성북동 등 서울 도심의 명소들이 호랑이의 세력권에 들어가는 셈입니다. 설렘과 반가움보다는 현실적 공포와 마주하게 될 겁니다. 100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호환虎患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공포감에 휩싸일 거예요. 호주 퀸즐랜드 사람들의 심정이 어쩌면 이와 비슷할 수도 있겠습니다.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화식조. 머리위의 투구 모양 뿔은 케라틴 재질로 돼있다.<br /></div>/San Diego Zoo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화식조. 머리위의 투구 모양 뿔은 케라틴 재질로 돼있다.
/San Diego Zoo

지난달 31일 퀸즐랜드 빙길 베이 캠프장에서 전해진 이용객과 주인의 목격담이 화제입니다. 창창한 남태평양과 바로 접해있는 바닷가에서 뭔가 커무튀튀한 것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다거북의 몸뚱이이거나, 돌고래의 등지느러미이거니 했어요.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니면서 분명히 살아서 숨쉬는 생명체의 윤곽임이 뚜렷해졌어요. 기다란 목, 앞으로 덥수룩한 털, 그리고 지구를 떠받을것처럼 두툼하고 강력하게 생긴 두 다리. 날카롭진 않지만, 둥글고 또렷하게 벼려진 앙다문 부리는 불이라도 먹어치울 기세였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불을 먹는 새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은 새, 화식조였어요. 보통 우거진 덤불 숲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진 화식조가 바닷물에 몸을 담근 것도, 헤엄치는 모습도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에요.

호주 해안에 나타난 화식조. 화식조가 수영해서 바닷가에 나타나는 일은 매우 드문 일다.<br /></div>/호주 퀸즐랜드주 홈페이지

호주 해안에 나타난 화식조. 화식조가 수영해서 바닷가에 나타나는 일은 매우 드문 일다.
/호주 퀸즐랜드주 홈페이지

퀸즐랜드 주정부가 최근 발표한 화식조 발견 관련 경위를 한번 살펴볼까요? 손님으로부터 목격담을 전해들은 캠프장 주인은 냅다 모래사장으로 달려갑니다. 물가에서 200m 떨어진 지점에 화식조를 봤다는 목격담이었죠. 주인의 눈에 물에서 나와 나뭇가지 아래서 발을 흔들면서 지친 몸을 쉬는 화식조의 모습이 잡힙니다. 화식조는 1992년에 일찍감치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보호생물입니다. 야생에 기껏해야 4000마리 정도가 남아있고요. 주로 숲의 덤불 속에서 평생을 보내는 이 새는 위협을 느낄 경우 헤엄을 쳐서 물 저편으로 건너가는 능력이 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육안으로 수영 능력이 확인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멸종위기종이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숲속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방증이죠. 반갑고 기쁜 일입니다.

호주 퀸즐랜드 해안에서 발견된 화식조. 화식조가 바다에서 헤엄을 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br /></div>/호주 퀸즐랜드 주정부

호주 퀸즐랜드 해안에서 발견된 화식조. 화식조가 바다에서 헤엄을 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

하지만, 주 정부는 이와 동시에 주민들에게 각별히 조심하라는 경고문도 발표했어요. 그 1항이 ‘절대로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겁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불을 먹는 새라는 이름처럼 이 새는 정말 무섭습니다. 오죽하면 별명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새’이겠어요. 화식조는 전세계 어떤 새보다도 압도적인 외모를 갖고 있어요. 깃털보다는 짐승 털에 가까운 부수수하고 기다란 털로 덮인 목 덜미에는 파충류처럼 우툴두툴한 비늘 같은 피부로 덮여있어요. 그 피부는 빨강색과 파랑색 물감으로 색칠한 것처럼 컬러플합니다. 화식조의 트레이드마크는 투구처럼 위로 솟아오른 뿔입니다. 이 뿔은 손발톱과 같은 케라틴 각질로 돼있어요. 빽빽한 덤불 숲을 우다다다다 달려갈 때 거침없이 달리도록 헤쳐나가는 동시에 머리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지요. 그렇게 숲을 질주하는 튼튼한 두 발은 화식조를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새’로 만들어준 핵심 무기입니다. 세 갈래로 갈라진 발톱에는 최소 10㎝짜리 발톱이 자라고 있습니다. 날카롭게 벼려진 발톱으로 내리찍고 후려칠 경우 어지간한 생명체들은 그자리에서 절명하고 맙니다. 화식조의 공격으로 날벼락을 맞은 희생자 중에는 사람도 있어요. 화식조가 겁에 질린 사람을 마구 공격하는 동영상cotentmint Youtube입니다.

지난 2019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허가 없이 화식조를 기르던 주민이 끔찍한 사고로 희생됐습니다. 당시 화식조가 주 야생동물 당국의 위험도 분류에서 ‘2등급’이라는 점이 알려져 적잖은 화제였어요. 1등급대부분의 대형 맹수 다음으로 위험한 2등급 동물에 속하는 것은 화식조와 더불어 악어·벌꿀오소리·구름표범 등 위험한 포식자들이 대거 포함돼있었거든요. 화식조가 더욱 무서운 이유가 있습니다. 이 무서운 공격이 사냥과 전혀 무관하다는 점입니다. 화식조는 잡식성입니다. 벌레와 작은 파충류 등도 꿀떡 꿀떡 먹지만, 근본적으로 초식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현존하는 새 중에 가장 덩치가 큰 타조. 화식조와는 분류학적으로 먼 친척 뻘이다.<br /></div>/Lincoln Park Zoo

현존하는 새 중에 가장 덩치가 큰 타조. 화식조와는 분류학적으로 먼 친척 뻘이다.
/Lincoln Park Zoo

먹을 것 등을 찾을 목적으로 인가 부근에 나타난 화식조가 사람과 마주쳤을 때 돌발행동을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 정부는 본 것이죠. 순전히 피지컬만으로 따졌을 때 화식조와 인간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화식조는 한편으로 조물주는 공평하다는 확신을 갖게 해줍니다. 모든 능력을 주지는 않았어요. 어마어마한 발차기 파워와 돌파력을 안겨줬음에도 식성은 초식 위주로 한정했고, 날개는 퇴화시켰습니다. 이 새가 날개까지 달려있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새가 육식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생태계의 지도는 완전히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 주 서식지 호주와 파푸아뉴기니를 떠나서 사냥감을 향해서 훨훨 날아가는 거대 새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날지못하는 큰 새이면서 육식성인 다이아트리마. 오래전에 멸종됐다.<br /></div>/Northwest Geology Field Trips

날지못하는 큰 새이면서 육식성인 다이아트리마. 오래전에 멸종됐다.
/Northwest Geology Field Trips

화식조를 포함해서 ‘날지 못하는 큰 새’들이 대체로 이렇습니다. 아프리카 사바나의 터줏대감 타조, 아메리카 대평원을 달리는 레아, 그리고 호주를 대표하는 날지못하는 큰 새 화식조와 에뮤가 있죠.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새는 타조로 키가 최장 약 2.7m인데, 실은 이보다 더 큰 새가 불과 몇세기전까지 존재했어요. 뉴질랜드가 원산인 모아3.7m, 그리고 마다가스카르섬에 살았던 에피오르니스3m입니다. 안타깝게도 고기를 노린 사람들에게 마구 잡히면서 자취를 감췄어요. 타조·에뮤·화식조와 비슷하게 초식 중심의 잡식성입니다. 그런 같이 날지 못하는 큰새이면서도 오로지 고기만 탐하던 무서운 사냥꾼이 있었어요. 6000만년전에 사라진 다이아트리마입니다. 독수리를 연상케하는 둥글고 날카로운 부리에서 식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새가 지금까지 살아남았더라면, 아마 회색곰·퓨마·재규어와 함께 최고 포식자를 다투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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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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