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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뒤 이태신의 비극…"꽁꽁 언 아들 시신 입으로 녹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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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6회 작성일 23-12-1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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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신’ 실존 인물 장태완, 궁금증 3가지

영화 ‘서울의 봄’ 예고편 갈무리.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유튜브


7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은 44년 전 오늘12월12일 신군부가 주도한 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다. 흥행이 계속되며 영화 속에서 반란군에 맞서 싸운 이태신정우성의 실존 인물인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의 당시 행보와 이후 비극적인 개인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2010년 세상을 떠난 그는 생전에 언론 인터뷰와 ‘12·12 쿠데타와 나’1993년 같은 수기를 통해 12·12 군사반란에 대한 소회와 가족의 비극적인 삶에 대한 애끓는 마음을 털어놨다.

12·12 뒤 6개월간 가택연금과 강제예편을 당한 그가 가장 원망한 사람은 누구일까?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의 주검을 직접 수습한 그의 속내는 어땠을까. 아들이 세상을 떠난 뒤 신군부 쪽에서 제안한 일자리를 왜 수락했을까. 장 전 사령관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3가지 지점을 살펴봤다.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이 1995년에 출연한 토크쇼 ‘김한길과 사람들’ 방송 영상. MBC 뉴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① “12·12 원망스러운 게 있다면…”

문화방송MBC은 지난 6일 장 전 사령관이 1995년 출연한 토크쇼 ‘김한길과 사람들’ 방송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영화 흥행과 함께 12일 오전 조회 수 320만회를 넘었다.

그는 12·12 누가 가장 원망스러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등 신군부 세력, 당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한 국방부 장관 대신 “원망스러운 게 있다면 제 자신이 가장 원망스럽다”고 답했다. “제가 못나서 소임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아쉬운 점은 내가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26사단과 수도기계화사단 두 개 사단 요청했을 때 즉각 승인 조치가 내려졌다면”이라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당시 병력 동원이 가능했다면 반란군을 진압할 수 있었다는 후회 섞인 생각이다.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이 1995년에 출연한 토크쇼 ‘김한길과 사람들’ 방송 영상. MBC 뉴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한편 당시 방송에선 장 전 사령관이 2010년 7월26일 79살의 나이로 별세한 뒤 2년 뒤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내 이병호씨의 인터뷰도 나온다. 그는 “우리 가족이 어쩌면 이렇게 비참하게 돼 버렸는지 모르겠다. 국가에 잘못을 저질렀거나 도적질을 했거나 역모를 꾸민 것도 아니지 않냐”고 토로한다.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의 아내 이병호씨가 1995년에 출연한 토크쇼 ‘김한길과 사람들’ 방송 영상. MBC 뉴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② 차디찬 아들의 주검 “제 가슴에 수만 개의 못이 돼”

반란 세력의 쿠데타가 성공한 뒤 그와 가족에게 닥쳐온 비극은 최근 영화 흥행과 함께 조명되고 있다. 특히 대학생이던 아들이 1982년 한 달간 실종됐다 할아버지장 전 사령관의 부친의 산소 근처 낙동강 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이 1995년에 출연한 토크쇼 ‘김한길과 사람들’ 방송 영상. MBC 뉴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장 전 사령관은 책 ‘12·12 쿠데타와 나’에 당시의 참혹했던 기억을 꾹꾹 눌러 써놨다. 1982년 1월12일 아침에 “아버지 다녀오겠습니다”며 나간 아들은 행방불명됐다. 한 달이 지난 2월10일 아들이 다니던 서울대학교로부터 주검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장 전 사령관은 아들의 주검을 안고 차로 서울로 향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차 안에서 상황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만 한달 동안 엄동설한의 강추위 속에서 낙동강의 매서운 강바람을 쐰 탓인지 전신은 돌덩이처럼 꽁꽁 얼어있었다. 나는 얼어있는 아들의 얼굴에다 내 얼굴을 부벼대면서 흐르는 눈물로 씻겨주며 입으로는 아들의 눈부터 빨아 녹였다.

얼마 동안 빨다 보니 아들의 눈안에서 사탕만 한 모난 얼음 조각들이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 이것이 아들놈이 마지막 흘린 눈물일 것이라 생각하고 그대로 삼켜버렸다. … 나는 흉한 자식의 시신을 제 어미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가슴, 배꼽 등을 계속 빨아주면서 얼음장 같은 시신을 녹이다 보니 어느덧 차가 집 대문 앞에 도착했다. … 차가 도착하자 온 집안 식구들이 대성통곡을 하며 뛰어나와 아들의 시신을 그의 공부방으로 운구해다 안치했다.”

‘12·12 쿠데타와 나’ 298쪽



장 전 사령관은 ‘김한길과 사람들’에서 당시 상황을 전하며 “오늘날까지 제 가슴에 수만 개의 못이 돼 있다”고 토로했다. 아들을 용인 공원묘지에 묻은 그는 “다만 이제 남은 인생은 더부살이 인생으로서 우리 일가 3대를 망쳐 놓은 12·12 쿠데타를 저주하면서 불쌍한 외동딸 하나를 위해 모든 괴로움을 참고 살아갈 것을 내자와 함께 굳게 다짐하고, 아들을 차디찬 무덤 속에 남겨둔 채 발길을 억지로 돌렸다”고 책에 썼다.

③신군부 제안 일자리 받아들인 심경은

장 전 사령관의 과거가 재조명되며 일부에선 그의 이력 중 하나인 ‘한국증권전산 사장대표이사’1982~1989년에 의구심을 표한다. 한국증권전산현재 코스콤은 증권거래소 자회사로 각 증권회사의 전산 업무를 공동 처리하는 회사로 당시에는 공기업이었다. 반란군 세력이 내민 손을 사실상 잡은 것인데 반란군에 맞선 ‘참군인’으로 평가할 수 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그는 생전에 어떤 생각을 한 것일까. 그가 남긴 기록을 옮겨본다.



아들을 묻고 2, 3일이 지난 2월 15일,생각지도 않은 이한동 민정당 총재 비서실장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위로의 말을 하고 나서 집안에 그냥 있으면 속만 상할 테니 직장에 나가서 근무를 하면 어느 정도 슬픔도 잊고 집안일도 수습할 수 있을 테니 직장에 나가보라고 권유했다.

퍽이나 후덕한 인상에다 자상한 위로와 권유였고 또한 서로 간에 아무런 맺힘이 없는 그에게 퍽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풍지박산풍비박산이 나버린 집안의 이 꼴이 누구 탓인가를 생각하니 울화가 울컥 치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가족들의 권유, 그리고 솔직히 그 당시 나로서는 직장이라도 나가는 것이 최선의 길인 것 같아 그 권유에 따르기로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주선해 주려고 하는 직장은 대단한 국영기업체도 아니고, 얼마 전에 새로 설립된 회사로서 증권회사의 전산업무를 처리하는 조그만 용역회사의 사장 자리다. 나는 1주일 이상 고민하던 끝에 가족회의의 결과에 따르기로 하고 2월25일 여의도에 있는 한국증권전산회사에 첫 출근을 했다.

‘12·12 쿠데타와 나’ 303~304쪽

※민정당민주정의당은 신군부가 창당한 정당, 이한동은 신군부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



아들의 죽음을 잊고, 무너진 가정의 생계를 꾸리기 위해 일자리 제안을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고 볼 수 있지만, 같이 신군부와 맞섰던 정병주 특전사령관·김진기 육군 헌병감 등이 회유를 거부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1993년 7월 19일 전두환·노태우 등 34명을 반란 및 내란죄 혐의로 대검에 고소하며 신군부 세력을 끝내 용서하지 않았다. ‘12·12 쿠데타와 나’와 ‘김한길과 사람들’ 방송 등에서 “국민들이 12·12와 같은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쿠데타의 진상을 알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이 1995년에 출연한 토크쇼 ‘김한길과 사람들’ 방송 영상. MBC 뉴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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