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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동물원] 한낱 개새X였던 이 짐승, 어떻게 괴수의 반열에 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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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집기 작성일 24-01-10 00:01 조회 5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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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코요테, 대도시 근교까지 진출하며 반려동물 최대 위협으로 떠올라
늑대나 곰보다 약하지만 초강력 적응력으로 북미 전역에 퍼져
늑대 및 개와 교배하며 혼종 만들어내며 새로운 방식으로 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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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첫인상은 호감과는 거리가 멉니다. 늑대와 비슷하게 생긴 듯 하지만 터무니없이 왜소합니다. 비슷한 덩치의 여우가 갖고 있는 총총한 기운 대신 음험한 기운이 풍기죠. 썩어문드러져가는 사체를 찾아 헤매는 모습에서 죽음의 냄새가 풍깁니다. 덩치 큰 사슴 앞에서 꼬리를 바짝 세우고 도망가듯 지나갈때는 비굴함이 피어오릅니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온갖 부정적이고 불쾌한 감정들을 뭉뚱그려 그 기운으로 개의 형상을 빚어낸 것 같아요.

늑대와 닮은 모습이 많은 코요테의 얼굴. 실제로 둘은 교배가 가능한 근연종이다./Texas Aamp;M University

늑대와 닮은 모습이 많은 코요테의 얼굴. 실제로 둘은 교배가 가능한 근연종이다./Texas Aamp;M University

아메리카 대륙 생태계의 터줏대감 코요테 얘기입니다. 회색곰과 퓨마, 울버린 등 저마다의 카리스마로 무장한 이 지역 최고의 맹수들 틈을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수 없는 미미한 존재감과 찌질한 이미지로 그저 ‘한낱 들개새X’정도로 치부되던 코요테가 요즘 만들어내고 있는 반전이 화제입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적응력으로 자연 생태계에 안착한 뒤 인간 생태계까지 넘나들며 미국인들을 떨게 하고 있는 거예요. 코요테의 전성기가 만개한 느낌이랄까요. 코요테의 위력적 존재감을 알려주는 최신 뉴스가 들려왔습니다.

입을 쩍 벌린 코요테의 모습./Indiana Department of Natural Resources

입을 쩍 벌린 코요테의 모습./Indiana Department of Natural Resources

대형 항공사 보잉의 공장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워싱턴주 시애틀 근교 도시 에버렛에서 지난주 일어난 일입니다. 도심의 활기가 넘치던 오전 10시. 개와 산책을 즐기던 개주인이 비명을 지릅니다. 눈앞에서 번개처럼 나타난 코요테가 순식간에 애견을 덮쳤습니다. 전형적인 포식자의 자세대로 애견의 목덜미를 물고 질주하는 코요테를 개주인은 온힘을 다해 달려갔습니다. 캥 캥 캥캥캥~ 코요테의 강력한 턱에 물린 애견이 처절하게 울부짖는 가운데, 주인의 눈에 불을 켜고 코요테에게 달려듭니다. 아마도 이렇게 외쳤을지 몰라요. “당장 내 개 내려놓으라고 이 개새X야!”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인간의 육탄습격에 당황했는지 코요테는 먹잇감이 될 수도 있었던 개를 버려두고 쏜살같이 도망쳤습니다. 구사일생으로 개는 목숨을 건졌지만, 후유증은 제법 오래 갈 수도 있겠어요.

정면을 날카롭게 응시하고 있는 코요테 얼굴./Washignton Department of Fish and Wildlife

정면을 날카롭게 응시하고 있는 코요테 얼굴./Washignton Department of Fish and Wildlife

이 사건을 계기로 에버렛 경찰서는 일대에 ‘코요테 주의보’를 발령했어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캥 캥 캥’소리를 내며 반려견이나 반려고양이가 목덜미를 코요테의 날카로운 이빨에 물린 채 산송장이 돼서 질질 끌려가 비참하게 견생 또는 묘생을 마감하고 있을 겁니다. 산에서 교외로, 교외에서 다시 도심까지 진출해 자신들의 터전을 넓혀가고 있는 코요테에게 반려동물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은 없을 테니까요. 코요테는 갯과이기 때문에 반려견을 잡아먹는 건 일종의 동족포식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종종 기적은 일어납니다. 얼마 전 화제가 된 동영상Rio Del Rio Facebook을 보실까요? 반려견이 코요테에게 물려가는 순간 용감한 반려고양이가 달려들어 구해내는 장면입니다.

코요테의 습성에 대해 조금 자세히 알아볼까요? 다 자란 머리몸통길이는 1.25m로 동급 갯과 맹수로 종종 비교되는 아프리카의 재칼보다는 월등히 큽니다. 썩은 짐승 사체나 음식물 쓰레기를 탐하는 스케빈저로 알려졌지만, 토끼·다람쥐·도마뱀·메뚜기 등 싱싱한 육고기들도 즐겨 먹습니다. 평원을 내달릴때는 시속 65㎞까지 속도를 낼 수 있으니 제법 육상선수 기질도 다분해요. 여러마리가 무리를 지어 덩치 큰 사슴을 쓰러뜨리는 일도 이따금 있기는 해요. 하지만 덩치가 작다보니 이놈 자체가 퓨마나 늑대의 저녁식단에 오르는 일도 드물지 않게 일어납니다.

코요테가 방금 사냥한 쥐를 물고 가고 있다./Presidio Government

코요테가 방금 사냥한 쥐를 물고 가고 있다./Presidio Government

인간과의 역사는 애증으로 점철돼있어요. 유럽에서 건너온 개척민들에게 가축을 노리는 코요테는 박멸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늘 해악을 끼치는 건 아니었어요. 곡물 생산에 타격을 입히는 쥐들의 천적이기도 했거든요. 드넓은 초원과 울창한 숲이 개간되고 인간들의 건축물로 들어서는 도시 개발과정은 대다수의 동물들에게는 절멸로 가는 고속도로였어요. 곰·퓨마·울버린·늑대 등 많은 포식자들이 터전을 잃고 깊은 산속으로 밀려났습니다. 그런데 코요테는 정반대였습니다. 곰 같은 파워도, 퓨마 같은 순발력도, 늑대 같은 조직력도 없는 이 찌질한 들개는 오히려 전례없는 전성기를 맞았어요.

코요테가 마치 늑대처럼 위를 보고 울부짖고 있다./Washington Department of Fish and Wildlife

코요테가 마치 늑대처럼 위를 보고 울부짖고 있다./Washington Department of Fish and Wildlife

적당히 달릴 수 있고, 적당히 숨기 잘 하고, 적당히 사납고, 적당히 비굴한, 적당한 생존력이 강력한 무기가 된 겁니다. 그 결과 이제 코요테는 옐로스톤이나 요세미티 같은 심산유곡부터 옥수수가 넘실대는 대평원은 물론 뉴욕·시카고·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의 마천루 부근까지 어슬렁대는 유비쿼터스 맹수가 된 것입니다. 코요테가 새끼 사슴을 끈질기게 공략하다가 모성본능을 발휘한 어미 사슴의 저항에 포기하는 동영상Met Daan Animals Facebook 한 번 보실까요?

코요테는 어쩌면 아메리카의 맹수중에서 유일하게 인간의 세력 확장을 이겨낸 짐승일지도 모르겠어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놈들은 인간의 파죽지세에 주눅들지 않은 차원을 넘어서 이제 인간에게 군림하기 시작했습니다. 갯과 맹수로 도시와 교외 곳곳을 다니면서 광견병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시작한 것은 불길한 전조에 불과합니다. 도시화와 산업화 열풍을 오히려 서식지 확장의 기회로 활용한 놈들은 이제 차원이 다른 방식으로 번성하면서 인간을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설치류를 사냥하려는 듯 평원에서 뛰어오르는 코요테./Michigan Department of Natural Resources

설치류를 사냥하려는 듯 평원에서 뛰어오르는 코요테./Michigan Department of Natural Resources

그 수단은 바로 ‘흘레’입니다. 갯과인 놈들은 사람이 키우는 개, 그리고 야생의 늑대와 눈빛을 교환하고 살을 부비고 몸을 부둥키며 한몸이 되어 뒹굴기 시작했습니다. 도시의 골목에서, 공원의 길섶에서, 달빛이 흐르는 강둑에서, 깊은 숲속에서 수많은 코요테들이 늑대와 개와 한 몸이 돼 자신의 DNA를 뿌리고, 한편으로는 또 받아들입니다. 그런 과정속에 새로운 혼종이 만들어집니다. 바로 코이독coydog·코요테와 개의 잡종과 코이울프coywolf·코요테와 늑대의 잡종입니다. 물론 모든 흘레가 바로 임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정한 패턴으로 흘레-gt;출산-gt;성장-gt;흘레의 패턴이 이어지면서 강한 종자가 살아남고 대를 이어가면서 단일한 형태의 혈통이 구축되어갑니다.

코요테가 평원을 달리고 있다./Indiana Department of National Resources

코요테가 평원을 달리고 있다./Indiana Department of National Resources

그 대표적인 사례가 ‘동부 코요테eastern coyote’라는 정식명칭까지 부여된 코이울프죠. 이놈들의 정체를 미국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이 소개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에요. 놈들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19년이예요. 활발한 개간으로 숲이 황폐화되면서 서식지를 잃고 물리적 공간에서 마주하게 된 늑대와 코요테들이 암수컷들이 이성에 본능적으로 끌리면서 진득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꼬리와 꼬리를 맞댑니다. 이 과정에 울타리를 벗어나 도베르만이나 셰퍼드처럼 덩치 큰 개들까지 합세해 몸을 뒤섞었습니다. 이렇게 개판으로 몸을 뒤섞는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약자는 도태되고 강자는 살아남았어요.

코요테가 늑대와 비슷한 동작으로 위를 보고 울부짖고 있다./Sonoma County Regional Parks

코요테가 늑대와 비슷한 동작으로 위를 보고 울부짖고 있다./Sonoma County Regional Parks

그 결과 만들어진 놈들의 생김새는 이렇습니다. 여느 코요테보다 다리는 길쭉하고, 턱은 쩍 벌어졌으며, 귀는 작달막합니다. 꼬리는 덥수룩하고요. 울음소리를 낼 때 전반부는 ‘아우우우’하는 늑대의 그것이고 후반부는 ‘캥캥’하는 코요테의 울부짖음으로 마무리합니다. 늑대의 지구력과 사회적 지능, 코요테의 환경적응력과 끈질김, 인간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개의 유전적 특징이 융합됩니다. 놈들의 똥에서는 항상 일정한 비율로 늑대와 코요테와 개의 유전자가 검출된다고 해요.

코요테와 늑대의 교배종인 코이울프. 동부 코요테라는 명칭으로도 불린다./National Parks Services

코요테와 늑대의 교배종인 코이울프. 동부 코요테라는 명칭으로도 불린다./National Parks Services

이렇게 만들어진 코이울프는 지금 미국과 캐나다의 동부의 도시와 숲에 골고루 분포하며 최고 포식자이면서 가축 사냥꾼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긴 안목으로 봤을 때 교잡을 통한 코요테의 진화과정은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훗날 또 어떤 신종 하이브리드가 출현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아주 먼 훗날이 되면 코요테는 하고 많은 짐승들 중에 유일하게 인간을 정복하고 굴복시킨 역대급 괴수로 기록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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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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