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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차 학습지 교사 ㅂ씨는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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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집기 작성일 24-01-11 08:05 조회 4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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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일자리가 없거나 생활비가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특고가 된 이들도 부지기수로 늘고 있다. 2023년 1월5일 서울 시내에서 이동하는 배달 라이더의 모습. 연합뉴스


“수입이 불규칙한 게 제일 큰 것 같아요. 불안정한 상태. 그러니까 작년까지는 꾸준해서 제가 예상을 할 수 있었는데 올해 1월에 갑자기 일이 없으니까 ‘당장 다음 달에 어떻게 하지?’ 진짜 이렇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달에 좀 놀란 상태에요.”



40대 후반 여성 ㅇ씨는 3년 경력 프리랜서 번역가다. 그는 노후에 국민연금으로 200만원을 받길 바라지만, 현재 상태로는 턱없는 꿈이다. 7년째 보험료 납부를 연기한 납부예외자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수입이 불규칙하고 “소득이 너무 적은” 탓이다. 예전에 직장 생활을 한 경력이 있어 그나마 85개월의 납부 실적이 있다. ㅇ씨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이 정도로는 노후에 연금을 못 받으니 120개월최소가입 기간 10년을 채우라”고 권고 받았다. 그는 “여유 되면 넣어야지”하면서도 “못 내고 지금까지 왔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ㅇ씨는 최소가입 기간을 채우지 못해 정작 연금을 받을 수 없다.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를 더한 일시금을 받을 뿐이다.



ㅇ씨처럼 자영업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사업주에 종속된 불안정 저소득 노동자,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대다수는 대표적인 연금 취약계층이다.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란 직업적 특성을 지닌 데다, 국민연금 제도가 이들을 온전히 포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회사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면서도 불안정한 노동과 저소득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미가입자거나 납부예외자로 존재한다.



가입하더라도 회사사용자가 보험료 절반을 부담하는 통상의 노동자와는 달리 본인이 보험료를 내야 하는 탓에, 대체로 낮은 보험료를 내는 지역가입자이기 십상이다. 학습지 교사, 퀵서비스 기사, 보험설계사, 레미콘 기사, 프리랜서 번역자뿐 아니라 근년 들어 급속히 는 스마트폰 기반의 배달기사 등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들이다.



학술지 <비판사회정책> 최신호에 실린 경기대 주은선 교수사회복지학의 논문 ‘특수형태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상태 다양성’이란 논문을 보면, 특고에게 국민연금은 여전히 법적으로만 의무가입 제도일 뿐이다. 주 교수는 이 논문에서 지난 2020년 12월에서 2021년 5월 사이에 인터뷰한 특고 9명의 사례를 들어 이들이 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는지, 가입하더라도 왜 지역가입자나 납부예외자로 머무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비판사회정책>



자료: 주은선 경기대 교수2024


30대 초반의 여성 성악가인 ㅈ씨는 ㅇ씨와 달리 숫제 지금껏 국민연금 가입 이력 자체가 없다. 20년 이상 퀵서비스 기사로 일한 ㄴ씨와 15년간 종사한 또 다른 학습지 교사 ㅂ씨도 마찬가지다. 이들처럼 상당수 특고에게 국민연금은 노후와 무관한 제도이다. 실상 정부는 1999년부터 ‘전 국민연금 시대’를 열었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연금은 여전히 전 ‘국민’의 연금이 아니다. 18~59살 인구의 약 41%는 국민연금의 실질적 혜택 밖연금사각지대에 있는데, 이들 속에 다수의 ‘특고’가 있는 것이다.



특고의 가장 많은 연금 가입 유형은 지역가입자다. 특고는 계약 형식만 자영업자일 뿐 사실상 소득의 대부분을 사용자에게 의존하고 업무가 종속되는 ‘근로자성’을 갖고 있지만, 현행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대체로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보험료 전액을 당사자가 부담한다.



40대 후반에 20년 경력의 학습지 교사 ㄱ씨가 그런 경우다. 경제적으로는 물론 조직적으로도 사실상 회사에 종속된 노동자이지만 그는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가 아니기에 월 6만원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오롯이 홀로 낸다. 같은 업체의 정규직들은 회사가 보험료의 절반을 내주는데, ㄱ씨에겐 회사가 아무런 보험료 부담을 지지 않는 현실이 다소 억울하다. “예를 들어 사업주하고 저하고 반반 부담하는 제도로 운영이 된다면…저항감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온전히 내가 그걸 다 부담해야 한다면 당장 현금이 없으니까 많이 부담스러워요.” 이런 부담으로 인해 15년 경력을 지닌 30대 후반의 또 다른 학습지 교사 ㅂ씨는 국민연금에 가입조차 하지 않았다. ㅂ씨는 “15년 동안 이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하라는 대로 하고 살았는데도 책임져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홀로 보험료를 낸다는 사실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에 아예 연금에 가입하지 않는 ‘원치 않은 선택’을 한 것이다.



물론 업종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사업장 가입자도 더러 있다. 주 교수가 접한 9명의 특고 가운데 27년 경력의 50대 후반 레미콘 기사 ㄹ씨가 그런 경우다. 해마다 도급계약을 맺어 일하는 ㄹ씨가 사업장 가입자가 된 배경에는 한때 정규직 노동자로 일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회사의 방침에 의해 불안정한 특고가 됐다. 회사는 그에게 회사 차량을 7~8년 할부로 인수하게 하면서 ‘신분’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원래 근무하던 회사에서 이전과 같은 일을 하며, 여전히 차량에는 회사 마크를 달고 다니지만, 사업자등록을 한 ‘유사 자영업자’가 된 것이다.



그런 그도 연금이 노후대책이 될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금 저희가 납부하는 금액으로는 나중에 받는 연금이 36만원쯤… 그 금액으로는 턱도 없잖아요.” 그의 말대로 수입이 불안정해 보험료8만5천원가 적고, 그렇다 보니 노후 연금액이 작을 수밖에 없다.



주 교수가 구체적 사례로 보여준 특고에 대한 국민연금의 ‘취약한 보장성’ 문제는 그동안 여러 전문가에 의해 꾸준히 지적됐다. 개선방향으로 “사업장 가입자로 가입할 수 있는 길을 넓히는 것”이 지속해서 제시됐지만, 연금개혁의 표류 등 여러 이유로 실질적 진전은 매우 미흡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고는 플랫폼 노동의 확산으로 지속해서 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보면, 특고 종사자는 2015년 12월 41만551명에서 2020년 12월 64만5212명으로 늘었다. 이들의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 현황2020년 12월 기준을 보면 직종별 편차가 큰데, 화물차주5.2%, 택배 기사6.6%, 골프장 캐디7.6%, 방문점검원7.4% 등의 경우엔 여전히 10%에 미치지 못한다. 대출모집인30.7%, 퀵서비스 기사23.3%, 보험설계사23%, 신용카드 모집인22.2%이 그나마 높은 편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 들어 이뤄진 연금개혁 논의에서 정부는 물론 국회에서조차 이런 특고의 사정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향후 국회 공론화 과정 등에서는 주요 의제로 다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은선 교수는 논문에서 “우선 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인, 택배 기사 등 종속성은 물론 관계의 전속성이 큰 업종에서 사업자의 책임을 부과하는 접근이 가능하다”며 “근본적으로는 국민연금제도에서 근로기준법의 근로자 기준을 준용하고 있는 사업장 가입자의 규정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용자가 연금보험료를 책임지는” 노동자의 대상을 “기존의 전형적 노사관계를 넘어” 노동시장의 변화와 다양화된 노무제공관계에 맞춰 특고까지 넓혀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창곤 선임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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