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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율이 심장 이식받은 아이 잘 자란다 편지, 수백번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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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60회 작성일 24-02-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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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 뇌사로 심장·신장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간 네 살 전소율

키즈카페서 예기치 못한 사고

두 달 집중 치료 끝 의식불명

폐암 투병하던 엄마도 세상 떠

딸의 뇌사 판정 소식 접한 아빠

어린 생명 살리기 위해 기증결심

“이식받은 아이 심장이 뛰는 한

우리 딸도 살아있을거라 믿어”


“이식 받은 아이의 심장이 뛰는 동안, 우리 딸 소율이도 아직 살아있는 거라고 믿어요.”

7일 문화일보와 인터뷰한 장기기증자 유족 전기섭46 씨는 지난 2021년 떠난 딸을 회상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전 씨에게 딸 소율이는 문자 그대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였다. 2017년 전 씨 부부는 난임을 이겨내고 결혼 3년 만에 소율이라는 천사를 만났다. 아름다운 옥 소, 옥 무늬 율. 6월의 탄생석 ‘옥’을 두 번이나 넣어 지은, 옥구슬처럼 맑은 눈망울을 가진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소율이는 노래와 춤을, 특히 발레리나 흉내내는 것을 좋아했다. 놀이터에 한 번 가면 그네를 2시간 동안 밀어줘야 할 만큼 에너지도 넘쳤다.

재앙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2019년 평소 자주 가던 키즈카페에서 소율이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물에 빠졌고, 심정지가 왔다. 곧장 입원한 병원에서 두 달 동안의 집중치료 끝에도 소율이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의사로부턴 “뇌 기능이 정상 상태의 10% 수준으로 저하됐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두 살의 소율이는 병원과 집을 오가며 고된 치료를 이어갔다.

비극은 날로 깊이를 더해갔다.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던 엄마가 소율이를 두고 먼저 하늘로 떠났다. 그러던 중 수술을 앞두고 있던 소율이에겐 두 번째 심정지가 일어났다. 병원에선 뇌 기능이 5%밖에 남지 않은 사실상의 뇌사상태라고 전했다. 스스로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는 소율이는 침대에서 코에 연결된 튜브를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길어야 한두 달”이라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던 절망의 순간, 전 씨는 소율이를 간호하면서 마주쳤던 수많은 환아들을 떠올렸다. 깊은 고민 끝에 소율이의 심장과 신장을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어떻게 아이를 두 번 죽일 수 있냐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소율이의 존재가 세상에서 영원히 지워지게 내버려둘 순 없었다. 전 씨는 “소율이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 이대로 한 줌 재가 되는 것보다 장기를 기증해 다른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021년 10월 28일, 장장 2년 동안 병상에 갇혀있던 네 살의 소율이는 3명의 아이에게 심장과 신장을 나눠주곤 엄마의 곁으로 떠났다.

장기기증 이후 전 씨는 애타게 기다리던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소율이의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가 거부반응 없이 무럭무럭 자라 뒤늦은 돌잔치를 하고, 건강하게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전에는 장기 매매 등의 부작용을 우려해 유가족과 이식인 간 소통이 일절 금지됐지만, 2021년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한 익명 교류는 가능해졌다.

이식인의 부모는 “돌잡이 때 아이가 따님과 같은 판사봉을 잡았다”면서 “기사에 소개된 소율이의 사진을 휴대전화에 담아두고 다니면서 한시도 잊지 않으려고 한다”는 진심을 전했다. 하늘에서 소율이가 보내준 선물로 느껴져 편지를 수백 번 다시 읽었다는 전 씨는 소율이의 온기가 여전히 세상에 남아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언젠가 다시 한 번 아빠 딸로 태어나 주면, 몇 만 번이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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