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수술 기다리는 동안 힘들게 버티고 있었는데 혹시 수술이 밀릴까 봐 심란하다"
"차라리 밥그릇이 걱정된다고 솔직히 얘기하면 납득이 가죠.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의사단체들이 집단행동을 예고하면서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설 연휴 기간에 만난 시민들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파업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사들의 파업은 의료공백으로 이어지고 피해는 환자들의 몫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도 있지만 점점 고령화될 인구 구조를 생각하면 우선 의사 숫자부터 늘리는 게 시급하다"며 "부작용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 의사 측 주장은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한모씨47·남는 "길게 보면 의대 증원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파업하는 의사들도 이해는 가지만 요즘 경기도 안 좋고 다들 힘든 시기인데 꼭 이럴 때 파업까지 해야 하나 싶다"고 걱정했다.
같은 곳에서 만난 백모씨79·여도 "의대 증원에는 당연히 찬성한다"면서도 "우리나라는 많이 뽑아도 인기과에만 몰리는 게 문제라고 하는데 파업에 앞서 그런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 서비스의 질이 저하할 것이라는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최씨는 "성적이 높다고 무조건 실력이 좋은 의사가 되는 것도 아닌데 무슨 근거로 의료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며 "임상 경험이나 교육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2024.2.1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총파업으로 인한 의료 공백을 우려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의사들간 충돌만 이어지다가 애먼 환자들만 피해를 볼 것 같다, 국민 생명을 인질로 파업하는 것 아니냐 등 파업을 규탄하는 반응이 많았다.
실제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수술 일정이 뒤로 미뤄질까 불안해하는 환자들이 줄을 지었다. 한 암 환자 카페 회원은 "수술 기다리는 동안 힘들게 버티고 있었는데 혹시 수술이 밀릴까 봐 심란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2월 말 수술을 앞두고 식단도 미리 조절하고 있는 중"이라며 "하루빨리 수술해야 이러다가 입원도 못 하는 건 아닌지 심란하다"고 적었다.
또 다른 카페 회원도 "큰맘 먹고 수술을 결정했는데 의사 파업으로 수술이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에 공감하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의사들의 수도권과 일부 전공과목에 대한 선호가 지속되는 한 큰 효과가 없을 거라는 의미다.
이른바 빅5 병원 중 한 곳에서 근무하는 C씨는 "의사 머릿수를 늘린다고 의료 서비스 질이 대단히 개선될지는 모르겠다"며 "똑같이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싶어 한다면 지방의료 궤멸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정모씨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정씨는 "지방에 거주하는 노인이 많은 만큼 어떻게 의사들을 지역으로 보낼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외과나 소아청소년과 같은 경우 일이 힘들어 의사들이 기피한다고 들었다"며 "기피과에 지원하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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