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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 아이 1200달러에 팔려"…박정희 면담 요구한 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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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5회 작성일 24-02-1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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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5월2일 주한 벨기에 반호버Vanhove 영사는 대한민국 보건사회부 부녀아동국장을 만나 한국아이가 불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다. 자료 국가기록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1970~1990년대 한국 아이의 국외입양 과정에서 벌어진 입양기관의 불법행위 및 한국 정부의 공모·묵인 의혹을 밝히기 위한 대규모 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1970년대 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입양을 대가로 돈을 주고받는 입양기관 행태에 항의하며 개선을 촉구한 대화가 담긴 문건이 확인됐다.



당시 한국 정부는 ‘민간 차원의 문제’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는데, 불법 해외입양이 만연하게 된 배경에 한국 정부의 ‘묵인’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문서로 평가된다.



12일 한겨레가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입수한 1974~1981년 외무부 작성 ‘고아 국외입양’ 관련 대화록 문건을 보면, 당시 벨기에 정부가 불법 브로커 개입 등 한국 아동 해외입양을 둘러싼 문제를 수차례 제기했으나 한국 정부가 묵인한 정황이 여럿 확인된다. 다급해진 벨기에 정부는 박정희 대통령 면담까지 요청했다.





“한국 대사들에게 충고했는데 아무 조처도 없다”





1978년 5월1일, 주한 벨기에 영사 반호버Vanhove는 한국 외무부 구주유럽국장을 만나 “홀트양자회홀트아동복지회와 관련을 맺고 일하는 레바논 태생의 본Born이란 여자가 1인당 800~1200달러를 받고 한국 고아들을 벨기에에 팔고 있다”며 사안이 시급하니 박정희 대통령을 만나 이런 얘기를 전하겠다고 말한다. 벨기에는 1970년대 후반까지 미국·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에 이은 최다 한국아 입양 국가였다.





입양 대가로 돈이 오가면 아동매매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벨기에 정부는 이를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반호버 영사는 구주국장에게 “지난해에도 보건사회부 국장을 만나 이 문제를 말씀드렸는데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브로커의 개입을 중단하도록 주벨기에 한국 대사들에게도 충고했는데 아무 조처도 없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관료가 입양 수수료 나눠 먹는다는 의심도 언급





입양 관련 커미션은 당시 국내법상으로도 불법이었다. 1977년 제정된 입양특례법 시행령은 ‘입양알선기관이 양친 될 자로부터 입양알선에 소요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실비 보전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면담에서 반호버 영사는 한국 정부 고위 관료가 입양 수수료를 나눠 먹고 있다는 벨기에 내의 소문도 언급했다. 민간업체와 정부 간 모종의 카르텔이 있는 것 아니냐는 압박이었다.



구주국장은 “담당인 보건사회부 부녀아동국장을 만나 얘기해보시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 면담 1년 전인 1977년 6월27일 반호버 영사는 이미 보건사회부 부녀아동국장을 만나 비슷한 요지로 항의한 바 있다. 별다른 조처가 이뤄지지 않자 1년 뒤 보건사회부가 아닌 외무부를 찾아간 것인데, 다시 보건사회부로 되돌려보낸 것이다.



이튿날 반호버 영사를 만난 보사부 부녀아동국장은 “고아 입양 문제는 민간 레벨의 사업이다. 한국 정부가 관여하고 있지 않다. 만약 수수료를 받는 브로커가 있다면 그건 벨기에 문제”라고 답했다.



1978년 5월2일 벨기에 영사가 대한민국 보건사회부 사무실에서 부녀아동국장을 만나 전달한 한국인 해외입양 관련 대화록. 이 자리에서 부녀아동국장은 “고아 입양 문제는 민간 레벨의 사업이고 벨기에의 문제”라며 책임을 피하듯 답변했다. 자료 국가기록원


이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국외입양은 더욱 확대됐다. 지난해 보도된 1988년 보건사회부 작성 청와대 보고 문건을 보면 “4개 입양기관이 양부모로부터 아동 1인당 입양수수료 1450달러와 항공료를 받고 있으며, 양육비 외에도 3천달러에서 4천달러의 알선비를 추가로 받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가 ‘입양사업 제도 개선을 위한 기관장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회의에서는 ‘입양알선기관에서 수익금으로 막대한 부동산을 취득하고 있다’, ‘엄청난 판공비로 낭비하고 있다’, ‘양부모로부터 사례비로 많은 돈을 받고 있다’ 등의 내용이 나온다.



1980년대 홀트에서 근무했던 노혜련 숭실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한국 정부는 입양 수요가 컸던 북유럽 국가를 상대로 아이들을 외교에 활용하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77년 벨기에로 입양된 융 피에렌스47는 “당시 한국 정부가 입양 행태의 잘못된 관행에 눈을 감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이런 부주의가 수만명의 아이들과 가족, 양부모들에게 끼친 피해는 상당하다. 한국 정부가 필요한 조처를 했다면 나 같은 입양아들이 친부모로부터 떨어져 지구 반대편 나라로 끌려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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