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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성범죄자들 사는데 밤에 파출소 문 닫으면 어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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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집기 작성일 24-02-14 04:11 조회 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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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윤희근표 효율화에 치안 공백
2∼3곳 묶어 한 곳만 집중 관리
인력 빠진 주택가는 불안 호소

서울 광진구 중곡2파출소가 지난 6일 불이 환하게 켜진 채로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유리문에는 현재 112 순찰근무 중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지난 6일 오후 9시쯤 서울 광진구 중곡4파출소. 굳게 잠긴 문 너머로 햄버거를 먹고 있는 경찰관 5명의 모습이 보였다. 취재진이 문을 두드리자 한 경찰관이 파출소에서 나왔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쉬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파출소 내부에 환하게 불은 켜져 있는데, 정작 치안 업무는 수행하지 않고 있던 것이다.

이는 경찰이 지난해 9월부터 전국 12개 경찰서에 시범 도입한 ‘중심지역관서’ 제도가 낳은 풍경이다. 경찰은 지난해 발생한 무차별적인 칼부림 등 이상동기 범죄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해당 제도를 고안했다. 지구대·파출소 2곳 또는 3곳을 묶어 대표 격인 1곳을 중심지역관서로 지정해 집중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범죄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에 인력을 몰아주는 것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서 이 제도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경찰 인력이 빠진 소외 지역의 치안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광진경찰서 산하 중곡2~4파출소처럼 경찰이 치안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판단한 파출소나 지구대의 경우 이른바 취약시간대인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신고나 민원을 받지 않는다. 아예 문이 잠겨 있는 경우도 많다. 가끔 중요 지역 순찰을 마친 경찰관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용도로만 해당 지구대·파출소를 쓰고 있다.

그 시간대에 중곡2~4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은 중심지역관서인 중곡1파출소를 중심으로 순찰 활동을 한다. 4파출소 근처에서 범죄가 발생해도 신고는 1파출소로 해야 한다. 해당 파출소에 상주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자연히 현장 대응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긴급 사태 발생 시 일종의 피난처 기능을 하던 지구대나 파출소가 닫혀 있으면 범죄 피해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6일 중곡4동에 중곡4파출소를 기존대로 유지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텅 빈 파출소 주변 지역 주민은 불안을 호소한다. 중곡3동은 다세대주택이 촘촘하게 몰려 있는 곳이다. 취재진이 지난 6일 오후 10시쯤 이 지역을 돌아본 결과 듬성듬성 설치된 가로등만이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길을 밝히고 있었다.

중곡3동에서 40년 넘게 거주한 안미혜61씨는 13일 “중곡3동에선 과거에 살인사건도 있었고 지금도 성범죄자들이 살고 있다. 파출소가 축소 운영되는 것은 주민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한모54씨도 “경찰에 길 잃은 노인을 인계하는 신고를 자주 하고 있는데 지난달의 경우 경찰관 출동이 평소보다 10분 이상 늦었다”며 “두 딸의 엄마로서 불안감이 크다. 파출소가 기존처럼 운영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2012년 8월 성범죄자 서진환55이 전자발찌를 차고 주거지에 무단 침입해 30대 여성을 무참히 살해했다. 이 사건 이후 지역주민 2000여명의 서명운동으로 2013년 2월 중곡3파출소가 만들어졌다. 현재도 파출소 관할 지역에 성범죄자 3명이 거주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8개 시·도경찰청 산하 12개 경찰서에 중심지역관서 제도를 시범운영 중이다.

서울의 경우 중곡2~4파출소 이외에도 마포경찰서 산하 공덕·서강지구대와 연남·상암·망원파출소가 평일 야간과 주말에 상황 근무를 하지 않는다. 중랑경찰서 산하 면목본동·면목삼팔파출소도 마찬가지다. 대신 해당 파출소와 지구대 소속 인력은 각각 용강·홍익·월드컵지구대와 용마지구대로 배치되고 있다. 시범사업을 통해 평일 야간과 주말에 자리를 비운 채 인력을 다른 곳에 몰아주고 있는 전국의 파출소와 지구대는 총 21곳에 달한다.

서울 광진구 중곡3동 중곡사거리에서 지난 6일 오후 10시 가로등 한 개가 어두운 골목길을 밝히고 있다. 김용현 기자

경찰청은 효율적 인력·장비·예산 운영을 위해 중심지역관서 제도 도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고 건수가 더 많은 중심지역관서 인근을 기준으로 하면 도보 순찰 인력은 더 늘게 된다”며 “도심권은 경찰력의 밀도가 높기 때문에 치안 공백은 과한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오는 4월 30일까지 해당 제도를 시범운영한 뒤 전국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심지역관서 제도를 운영하는 마포경찰서 소속 지구대의 한 경찰관은 “제도 시행 이전과 달리 야간 순찰 시엔 파출소가 비는데 이때 성폭행 같은 범죄를 피해 사람이 뛰어 들어올 수 있어 불안한 마음이 있다”며 “최근 순찰을 나간 사이 닫힌 파출소 문에서 비상 알림이 와서 급하게 뛰어갔는데 단순 분실물 신고자여서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를 확대하기 전에 면밀한 지역 치안 분석을 거치는 등 공론화 작업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체계적인 분석과 중장기적인 치안 수요에 대한 예측 없이 갑자기 제도가 시행되면 취약한 지역에서 경찰 인력이 빠져나갈 수 있다”며 “면밀한 검토 속에 효율적인 인력 배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력을 특정 지역에 집중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박외병 동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특정 관서에 인력을 집중한다고 범죄 예방에 무조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늘어난 경찰 인력의 쏠림 현상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최근 5년간 경찰 전체 인력은 10%1만2656명가량 증가했다. 다만 전체 인원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지역 경찰 인력은 고작 0.5%인 237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사 경찰과 기동대 인력만 확대한 결과다.

글·사진=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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