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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껍질 일반쓰레기로 버렸다가 과태료 10만원…"기준 헷갈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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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7회 작성일 24-02-18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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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나래31씨는 지난해 3월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귤껍질을 버렸다가 과태료 10만원을 물었다. 귤껍질은 일반쓰레기인 코코넛·파인애플 껍질 등과 달리 부드러워 음식물로 분류되는데, 일반쓰레기로 잘못 버렸다는 것이다. 종량제 봉투에 이름을 쓰는 게 아닌데도, 구청은 쓰레기 주인을 찾아냈다. 김씨는 “구청 직원이 집 밖에 내놓은 종량제봉투를 뒤져 집 주소를 찾아냈다고 해 황당했다”면서 “시민들이 자주 잘못 버리는 쓰레기는 홍보나 안내를 더 적극적으로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음식물쓰레기 기준’이 헷갈리는 건 김씨만이 아니다. 포털 검색창에 ‘귤껍질’을 입력하면, 곧장 ‘귤껍질 일반쓰레기’, ‘귤껍질 분리수거’ 등의 연관검색어가 나온다. ‘딱딱한 과일 껍질은 무조건 일반쓰레기’라고 외우기도 모호하다. 수박껍질은 딱딱하지만 잘게 다져서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1995년 1월1일 전국적으로 도입된 ‘쓰레기 종량제’는 30년 가까운 역사에도, 집집마다 매번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혼란이 이어진다. 실제 환경부 ‘전국폐기물통계조사’2022년를 보면, 종량제봉투에 잘못 섞여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이 5년 새 30%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음식물쓰레기가 제대로 버려진 규모분리배출량는 약 15% 줄었다.



서울 중구의 음식물 종량제봉투 디자인 개편 전후 모습. 배출 금지 품목 안내가 글에서 그림으로 바뀌었다. 중구청 제공


지방자치단체들도 시민들의 혼선을 막으려 종량제봉투에 버리면 안되는 음식물쓰레기 등의 품목을 그림으로 그려 가독성을 높이는 추세다. 바뀐 봉투에는 계란껍질, 티백, 씨앗류 등에 가위표X가 쳐진 그림이 글자 대신 자리하는 식이다. 18일 한겨레가 서울 25개 자치구를 전수조사한 결과, 그림을 넣어 종량제봉투 디자인을 바꾼 곳은 중구·종로구·양천구 등 10곳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종량제봉투를 개편한 강남구청 관계자는 “개편 이후 종량제봉투에 버려선 안 되는 품목을 문의하는 전화가 줄어든 편”이라고 말했다. 광진구·동작구·마포구·서초구·중랑구 등 5곳은 개편을 진행 중이다. 나머지 10곳은 개편을 검토만 한 상황이거나 아예 바꿀 계획이 없다고 했다.



전국 지역마다 똑같은 그림을 그린 종량제봉투를 배포하면 되지 않을까. 문제는 지역마다 음식물쓰레기의 기준이 다른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일반쓰레기로 규정한 닭뼈, 생선뼈, 양파껍질, 마늘껍질이 강원 춘천에서는 음식물쓰레기다. 바나나껍질의 경우 서울에서는 음식물쓰레기로, 전북 군산에서는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 관계자는 “폐기물 관리는 지자체 소관 업무라 정부에서 통일된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 폐기물관리법에도 어디까지 음식물쓰레기고, 어디까지 일반쓰레긴지 열거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종량제봉투 대신 ‘음식물쓰레기 분쇄기디스포저’를 쓰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디스포저는 음식물쓰레기를 갈아 하수구로 흘려 보내는 장치다. 원칙적으로는 불법이지만, 분쇄된 음식물찌꺼기의 20% 미만만 하수도에 배출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현행 규제를 완화해 가정에서 적극적으로 쓰자는 이야기다. ‘디스포저 규제 완화’는 윤석열 정부의 환경 공약이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에 환경부가 시범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디스포저가 기존 종량제봉투 배출 시스템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환경부의 ‘주방용 오물분쇄기 제도 개선방안 연구’2020년 논문을 보면, 현행 종량제봉투 시스템이 디스포저를 사용하는 것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낮게 나타났다. 하수구로 음식물을 흘려보내면, 비가 올 때 수질오염 물질이 하천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국내 하수처리장은 음식물찌꺼기가 들어오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게 아니기에, 디스포저를 확대 설치할 경우 하수처리장의 과부하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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