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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간 퇴근 못한 소아과 선배…"차마 같이 있자고 후배들에게 말할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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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4회 작성일 24-02-2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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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빅5’ 임상강사 A씨, 통화에서 “후배들의 선택도 쉽지 않았을 것”

닷새간 퇴근 못한 소아과 선배…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뉴스

정부와 의료계의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강 대 강’ 대치 속에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으면서, 병원을 떠난 후배 전공의들을 보는 전임의들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환자 곁에 머물러야 한다는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후배들의 선택을 이해하는 ‘양가감정’이 일어나면서다. 문제의 극적인 해결로 언젠가 현장에 돌아올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부탁에 ‘아무 말을 할 수가 없다’는 탄식만 내뱉을 뿐이다.

국내 ‘빅5’ 병원 중 한 곳의 소아청소년과 임상강사전임의로 있는 A씨는 27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정부가 오답일 수도 있는 길로 나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데 다들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직서를 내고 나가는 전공의들의 마음선택도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된다”며 “의대 증원에 아예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난 일주일 중 닷새를 퇴근하지 못한 채 병원에서만 지내온 A씨는 최근 세계일보의 통화 요청에 ‘격무로 몸이 좋지 않은데 내일 연락드려도 되나’라거나 통화 예정 시각 직전에도 ‘갑자기 일이 생겨서 두 시간 정도 후에 전화할 수 있을 것 같다’ 등 메시지를 보내와 촌각을 다투는 최근 의료 현장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했다.

A씨는 “정부는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지만, 이번 의대 증원 발표 후를 보면 필수의료과에 소속된 전공의들이 더 난리가 났다”며 “인기과 전공의들은 별로 병원에서 안 나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크다”고 주장했다.

전공의 시절의 고민을 선배로서 이해하던 와중에 ‘집단행동’ 성격 움직임까지 일어나자, 차마 A씨는 “‘우리와 같이 남아 있자’는 말을 전공의 후배들에게 할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필수의료과가 ‘낙수과’로 불리는 현실을 언급한 A씨는 “‘소아과 오픈런’이 과연 의사가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오픈런’이라는 말이 없었던 20년 전보다 의사는 늘었고 그때보다 아동인구는 줄었다”고 강조했다. 결국 필수의료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근본 문제이고, 단순히 증원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A씨는 “항아리에 구멍이 났는데 메울 생각을 안 하고 오히려 물을 더 부으려 하니 문제가 해결되나”라며 “잘 생각해보면 ‘항아리’ 크기는 더 작아졌다”고 표현했다. 그는 “크기가 작아진 항아리의 물이 왜 계속 없어질까”라며 “구멍이 계속 뚫려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공의를 아무리 많이 뽑아도 대학병원에서 전문의를 고용하지 않으면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고용의 문제’ 등도 의대 증원과 동시에 생각해보는 자세가 정부에 필요하다고 A씨는 부연했다.

이쯤에서 A씨는 2022년 보건복지부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등의 현장 간담회를 떠올렸다. 붕괴 위기에 몰린 소아과 진료 등 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대책을 의료계와 마련하고 의대 정원 확충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던 보도자료가 나오기 직전의 일이었다. 당시 자리에서 복지부 측 관계자가 ‘정부는 절대 소아과를 포기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는 A씨는 “그 말의 진심을 믿기는 하지만, 지금의 방법을 보면 ‘의도’ 하나만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공의들의 스승이자 의사인 의대 교수들은 자신들의 대표성을 부각하면서 정부와 의사 사이의 ‘가교’이자 ‘중재자’가 되겠다고 나섰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현 의료 비상사태를 해결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뿐만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교수협의회도 의대 가운데 가장 먼저 비대위를 꾸린 뒤 정부와 대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27일에는 전국 40개 의대 학장단체가 대학이 수용할 수 있는 의대 증원 규모를 350명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로 밝히면서 정부와의 대화의 문을 슬며시 여는 움직임도 보였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이저 플레이스 센트럴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등 의료계 현안을 논의했다. 전국에서 25개 의대 학장이 참석해 3시간가량 진행된 회의에서 학장들은 대학들이 수용할 수 있는 의대 증원 규모는 350명이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KAMC는 정부의 2000명 의대증원 규모 발표 전부터 적정 증원 규모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감축했던 350명 정도가 적절하다고 밝혀온 터라, 단순히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을 제시한 건 아니다.

KAMC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후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의대생 동맹휴학 등 병원은 물론 의대에서도 혼란이 벌어지자 이 사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증원 규모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의대 교육을 맡는 스승이자, 선배 의사로서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KAMC는 각 의대가 증원 수요조사 결과를 무리하게 제출했다고 시인하면서 재고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지난 22일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에 2025학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수요를 3월4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도 제출 기한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인 신찬수 KAMC 이사장은 회의 후 “학장님들은 2025학년도 입시에서 수용할 수 있는 증원 규모는 350명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각 학교 학장님이 학생들이랑 소통하고 있지만, 정부와 소통이 끊어졌다”며 “중재를 하려면 문이 열려야 하는데 아직은 문이 닫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휴학한 학생들이 유급당하지 않도록 최장 3월16일쯤까지 개강일을 늦춰주는 것 정도”라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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