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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람 보이면 꺅꺅…문 닫은 동물원, 앵무새는 미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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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9회 작성일 24-02-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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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대구 수성구 실내 테마파크동물원에서 전시 중인 유황앵무. 이 앵무는 좁은 전시장을 맴돌거나 머리를 계속 흔들면서 울음소리를 내는 등 심각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다. 김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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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업 중인 어두컴컴한 동물원은 좁은 전시장만 밝은 조명을 비추고 있었다. ‘콜로세움’이란 팻말이 붙은 전시장 한 칸에서 유황앵무 한 마리가 3.3㎡도 안 되는 공간을 쉴 새 없이 오가며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유리창 밖에 사람이 나타나면 행동은 더 심해졌다. 깃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털이 듬성듬성 빠져있었고,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는 듯 머리를 빠른 속도로 흔들었다. 전시장 내에는 횃대나 물그릇, 먹이통이 없었다. 김정호 청주동물원 의료팀장이 전시장에 들어가자 앵무는 그의 어깨에 올라 친근감을 표했다. 동물원 전체가 떠나가라 큰 소리로 ‘꺅꺅’ 울어대던 앵무는 김정호 팀장의 어깨 위에 앉자 울음을 멈췄다. 김 팀장은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은 적이 있는 개체 같다. 아마 동물체험에 이용됐던 친구 같다”고 했다. 진료를 마치고 전시장에서 사람이 빠져나오자 앵무는 다시 큰 소리로 울고 빠른 속도로 같은 자리를 오갔다.



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팀장동물원수족관수의사회 의료봉사단장이 전시장에서 유황앵무를 살펴보고 있다. 김지숙 기자


지난 23일 한국동물원수족관수의사회수의사회가 현재 휴업 중인 대구시 수성구의 실내 테마파크동물원에 의료 봉사 나섰다. 수의사회는 지난달 11일 동물원과 수족관의 동물 진료 발전, 동물 치료·연구 등을 위해 결성됐는데, 전날 경남 김해의 부경동물원을 찾은 데 이어 같은 사업주가 운영 중인 이곳을 찾았다.



23일 대구 수성구의 한 실내 테마파크동물원에서 백사자가 전시장 밖으로 사람이 나타나자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한국동물원수족관수의사회 의료봉사단은 코뿔새, 금강앵무 등의 동물의 진료를 진행했다. 김지숙 기자


지난해 5월부터 경영난으로 휴업하고 있는 이 동물원에는 현재 백사자, 사막여우, 긴팔원숭이, 대머리황새, 앵무 등 22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동물원 사업주는 이곳 외에도 부경동물원을 함께 운영했으나, 지난해 두 곳 모두 운영이 어려워져 문을 닫았다. 동물들에게 최소한의 먹이만 급여하고 있다. 부경동물원의 경우 열악한 환경이 논란이 된 뒤 사자 ‘바람이’가 청주동물원으로 구조됐으나 동물원에 남아있던 백호랑이, 표범이 최근 잇따라 사망해 동물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후 부경동물원의 동물 대다수가 이곳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5월부터 휴업 중인 대구 수성구 실내 테마파크동물원에는 현재 220여 마리 동물이 사육되고 있다. 김지숙 기자


복합쇼핑몰 지하에 있는 이 동물원은 입구에서부터 동물의 분변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수의사회 수의사들과 수의대생 봉사자들과 현장에 들어가자, 관리인 1명이 분주히 동물의 먹이를 챙기고 있었다. 관람객이 끊긴 실내는 전시장 내부 조명만 유지하고 있었다. 이날 함께 동물원을 찾은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현재 이곳은 임대료, 전기·수도요금을 제대로 못 내서 최소한의 전력만 공급받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빈 전시장도 많지만 약 4300㎡1300평 규모의 실내전시장 곳곳에는 여전히 다양한 동물들이 생활하고 있었다. 수의사회는 이날 동물원 사업주가 진료를 허락한 동물을 우선하여 건강을 살폈다. 첫 진료 대상은 부리가 부러진 코뿔새와 안과 질환을 앓고 있는 올빼미 등이었다. 엑스레이 촬영을 진행한 코뿔새는 부리 사이의 염증으로 내과 진료가 필요했다. 한쪽 눈을 실명한 올빼미도 안과 수의사의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복부와 다리에 외상이 발견된 백사자 수컷왼쪽과 부리가 잘린 코뿔새. 김지숙 기자


두 동물 이외에도 이상 행동을 보이거나 외상이 눈에 띄는 동물들이 여럿이었다. 두 마리의 백사자 중 수컷 사자는 복부와 다리에 붉은 상처가 드러나 있었고, 걸을 때 왼쪽 다리를 절룩이는 모습을 보였다. 수의사회 의료봉사단 단장을 맡은 김정호 팀장은 “상처의 위치 등을 보면 스트레스로 인한 자해 흔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질병 이외에도 동물들은 정형 행동갇힌 동물이 목적 없이 맴돌거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나 위협 행동을 보였다. 새끼를 품에 안은 긴팔원숭이는 전시장 밖으로 사람이 나타나자, 나무 뒤로 숨거나 등을 돌려 새끼를 숨겼다. 동시에 수컷 원숭이는 유리창으로 날아와 세게 치면서 공격적인 행동을 반복했다.



지난해 5월부터 휴업 중인 대구 수성구 실내 테마파크동물원에는 현재 220여 마리 동물이 사육되고 있다. 전시장 한 칸에는 개 2마리가 지내고 있었다. 김지숙 기자




지난해 5월부터 휴업 중인 대구 수성구 실내 테마파크동물원에는 현재 220여 마리 동물이 사육되고 있다. 전시장 한쪽의 울타리 안에서 발견된 자카스펭귄. 김지숙 기자


동물원에 남은 220여 마리 동물들은 올해 안에 이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애라 대표는 “동물원 사업주가 내년 초 경북에 완공되는 한 법인의 동물원으로 동물들을 모두 기증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22일 부경동물원 검진 때 심장 기능에 이상을 보인 백호랑이와 ‘바람이의 딸’인 암사자, 라쿤 등은 진료봉사 이후 청주동물원으로의 위탁 보호를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정호 진료팀장은 “현재 환경부가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 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형 동물의 수용에는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다. 기존 공영동물원은 이렇게 갈 곳을 잃은 동물들을 위한 보호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면서 “대구 테마파크동물원 동물들도 제대로 된 돌봄이 이뤄질 때까지 사업주와 관계기관이 지속해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23일 대구 수성구 실내 테마파크동물원에서 전시 중인 유황앵무. 이 앵무는 좁은 전시장을 맴돌거나 머리를 계속 흔들면서 울음소리를 내는 등 심각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다. 김지숙 기자


대구/글·사진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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