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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가구 500만 시대의 그늘…매년 10만마리 버려진다 [슬기로운 반려생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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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회 작성일 24-03-08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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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기동물 6년째 10만마리 이상
보호소 1곳당 평균 474마리 관리 포화
민간은 운영비 부담 더 커…41.4% 사비
입양 중요성에도 여전히 펫숍 구매 많아
2020년 18.6%→2023년 24%로 증가

반려가구 500만 시대의 그늘…매년 10만마리 버려진다 [슬기로운 반려생활 ⑤]

사비로 유기동물보호소를 설립해 20년째 운영 중인 배우 이용녀 /사진=변성현 기자


"키우던 동물 혹은 구조한 동물을 맡아달라는 연락이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 옵니다. DM, 카톡, 문자 알림이 수시로 울리죠. 어렵다고 하면 대뜸 욕하는 사람도 있어요. 입양처가 구해질 때까지만 봐주기로 했다가 1년이 넘도록 찾아가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입양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물어보면 갑자기 그게 내 개냐?고 화를 내기도 한다니까요."

올해로 약 20년째 유기동물보호소를 운영하는 배우 이용녀68 씨의 말이다.

경기도 포천시의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가다 보니 개 70마리, 고양이 20마리가 생활하고 있는 마당 딸린 집이 나왔다. 마당 주위에는 손수 작업한 철제 펜스가 여러 겹 덧대어 둘려 있었고, 거실과 방에는 추위를 막을 푹신한 이불이 빼곡하게 깔려 있었다. 지붕 아래 설치된 2층 공간으로 올라가니 캣타워에서 고양이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씨가 반려동물 100여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는 사설 보호소의 모습이다.

홀로 이곳을 지키고 있는 이씨는 아침 7시 개들의 뽀뽀 세례에 눈을 뜬다. 집 안에 있는 배변 패드를 교체하고 사료를 챙겨준 뒤 뒷마당에 있는 견사를 청소한다. 여기에 이불 세탁, 일부 개들의 털 정리, 목욕까지 시키고 나면 이미 해는 떨어지고 만다. 그는 "난 인생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고통을 감내하며 지내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동물보호는 상식"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KB금융그룹이 발간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2022년 말 기준 약 500만 가구를 돌파했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은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명품 옷을 입고 산책하는 반려견의 모습을 보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때가 됐다. 그런데 여전히 한편에서는 동물의 생사를 건 분투를 벌이고 있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 500만 시대의 그늘, 바로 유기동물 문제다.

2017년 전국 유기동물 수가 첫 10만마리를 돌파한 이후 5년째 11~13만마리 선을 유지 중이다. 보호소 1개소 당 평균 관리 개체수는 2018년 406마리에서 2022년 474마리로 늘었다. /그래픽=김수영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매년 발표하는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유기동물 수는 2017년 처음 10만 마리를 돌파한 이후 줄곧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12만1077마리로 폭증한 데 이어 2019년 13만5791마리까지 증가했다. 이후 2020년 13만401마리, 2021년 11만8273마리, 2022년 11만3440마리였다.

반면 보호소 수는 5년 연속 감소했다. 2018년 298개였던 보호소는 2022년 239개로 줄어들었다. 유기동물 수를 보호소 수로 나누어 단순 계산해 보면, 2018년 평균 406마리 수준이었던 보호소 한 곳당 관리 동물 개체수가 2022년 474마리로 증가했다. 운영비는 294억8000만원으로 2018년200억4000만원 대비 무려 100억 가량 늘었지만, 결국 물리적인 포화 상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호 공간·지원 부족 등의 문제로 시보호소에서는 유기동물의 법정 공고 기간 10일이 지나면 안락사를 시행하게 된다. 민간보호소에서 안락사 위기에 처한 동물을 데려가 입양 때까지 보호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역시 한계에 달했다.

2022년 민간동물시설 실태조사에 따르면 총 95개소에서 1만1281마리를 보호 중인 것으로 추정됐다. 한 군데당 평균 119마리를 보호하고 있다는 뜻이다. 보호동물 한 마리당 들어가는 비용은 연평균 175만원관리비 82만원·인건비 45만원·시설유지비 30만원 등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운영비의 41.1%가 개인 자부담으로 충당되고 있었다.

정부는 민간보호시설이 동물 구조·보호·입양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지난해 민간동물보호시설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단속보다는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골자다. 동물권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개를 가축에서 제외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민간동물보호시설이 가축사육제한구역에 설치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또 400마리 이상의 동물을 보호하고 있는 보호소를 대상으로 신고제를 도입, 시설 개선 등을 지원하는데 이는 2025년 100~400마리, 2026년 20~100마리 수용 보호소로 점차 범위를 확대한다.

이용녀 씨는 "민간 보호소마다 제일 힘든 게 돈 문제다. 가축사육제한구역에 있으면 불법에 해당해 신고당하고, 옮기느라 고생한다. 나도 포천으로 오기 전까지 늘 재개발이 확정된 곳에서 공사 직전까지 살다가 쫓겨나곤 했다"면서 "유기견이라고 해서 반려동물이 아니고 가축이 되는 거냐. 절대 아니다. 이 문제가 해결됐다는 게 가장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화는 올 초 국회를 통과한 개식용금지법이다. 이는 동물권의 오랜 바람이었다. 정부 추산 전국 개 농장에 있는 식용견은 52만마리로 현재 이 개들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추가적인 유기를 줄이기 위한 동물단체들의 고민이 깊은 상태다.

전국동물활동가연대 대표로서 개 식용 반대 목소리를 내왔던 이 씨는 "법만 통과된 거지 숙제가 남아있다"면서 "공식적으로는 52만마리라지만 이건 법적으로 허가가 난 농장의 개만 따진 수치다. 아직도 불법인 곳이 많아서 비공식적으로는 200만마리까지 내다본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부터라도 그 개들이 새끼를 낳을 수 없도록 암수를 갈라놔야 한다. 3년 후 안락사하게 된다면 개체수가 더 늘어나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든다. 전국 농장에 있는 개들의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암수를 갈라놓는 게 급선무다. 그게 향후 세금을 덜 나가게 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도중 이용녀 씨는 지난해 4월 김건희 여사를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김 여사가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과 가졌던 오찬 자리다.

"농림부에서 밥 먹자고 연락이 와서 갔죠. 김건희 여사가 본인은 대통령 부인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말하는 건 아주 간단명료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동물 문제는 해결하겠다는 것. 가뜩이나 본인은 욕을 많이 먹는데 동물 얘기까지 하면 더 욕먹을 걸 알지만 얻어맞아도 상관없고 이미 각오가 돼 있다고 하더군요. 다만 대표도, 장관도 아니라 나설 순 없다면서 동물단체 대표님들이 앞서서 뛰어준다면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집밥 먹고 싶은데…"개 10kg만 넘어도 입양 선호도 뚝"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동물책방 정글핌피의 모습 /사진=핌피바이러스 제공


"동물을 유기하지 않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잘 데려오는 것입니다."
"펫숍에서 동물을 구매하면 결국 불법 번식장이 활성화할 수밖에 없죠."
"입양 문화가 자리 잡아야 구조 활동도 활발히 이뤄질 수 있어요."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입을 모아 유기동물 생태계의 순환고리를 언급했다.

활동가 A씨는 "반려동물 가구 수 증가와 유기, 입양까지 이 모든 게 연결돼 있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지면 덩달아 유기도 증가하고, 펫숍 구매가 줄고 입양이 활발해지면 반대로 유기가 줄게 된다. 결국 동물 문제는 단편적으로 일부분만 놓고 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활동가 B씨도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동물 문제는 각 부분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법·제도 개선과 함께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입양 문화 정착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시너지가 난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3 반려동물 인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입양 경로는 지인에게 무료로 분양받음이 41.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펫숍에서 구입함24%, 지자체 및 민간 동물보호시설8.9%, 지인에게 유료로 분양받음8.7% 순이었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동물권의 외침이 무색하게 펫숍 구매 비율이 높았다. 2020년 18.6%였던 펫숍 구매 비중은 지난해 24%까지 늘었다.

펫숍에서 반려동물을 구입하는 비율이 2022년 기준 24%로 여전히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2018년과 비교하면 5.4% 증가했다. /그래픽=김수영 기자


유실·유기동물 입양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정작 결과는 미미한 상황. 입양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는 어린 동물을 키우고 싶은데 유실·유기동물은 보통 성견이나 연령이 높은 경우가 많다, 입양 방법이나 절차 등을 잘 모른다, 질병·행동 문제 등이 있을 것 같다, 마음에 드는 품종이 없을 것 같다 등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장신재 핌피바이러스 대표는 "한국에서는 강아지가 10kg만 넘어도 임시보호 가기가 어려워진다. 조금만 강아지가 커도 선호도가 확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소형 품종견만 선호하는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 결국 이런 게 펫숍, 불법 번식장과도 연결된 거다.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밝혔다.

장신재 대표 /사진=핌피바이러스 제공



핌피바이러스는 유기동물 임시보호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있는 임시보호 중개 플랫폼이다. 전문가들은 유기동물을 입양 전까지 돌보는 임시보호는 두 가지의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열악한 환경에 놓인 유기동물의 생명을 살리고, 이후 사회화를 도와 입양률 증대에 기여한다고 했다. 입양으로 가는 디딤돌이자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장 대표는 "보호소에 있는 반려동물들보다 임보처에 있는 친구들이 입양을 빨리 간다. 동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니 순조롭게 진행될 확률이 높다. 임시보호가 늘면 사망률은 줄고 입양률은 늘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까지 500여마리의 동물들이 핌피바이러스를 통해 집밥을 먹게 됐다. 임보처를 찾는 책임자는 개인·단체를 모두 포함해 약 100곳이 등록돼 있다. 꾸준히 여러 곳에서 핌피의 문을 두드리고 있고, 많은 이들이 본인의 집으로 아이들을 품어가고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안락사가 있는 시보호소에서 구조해온 아이들의 임보처, 입양처를 찾으러 오는 단체가 많다"고 설명했다.

"앞장서서 좋은 일을 해주시는 분들이라 오히려 지원받아야 하는 대상이잖아요. 저희가 수수료를 부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많은 분이 쉽게 임시보호를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임시보호 관련 강의, 단체 봉사활동, 임시보호 셰어하우스 1차 워크숍 등 활동 모습 /사진=핌피바이러스 제공


한경닷컴 심층기획 슬기로운 반려생활 6, 7회는 주말9, 10일 아침 9시에 게재합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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