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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 애호박은 사치…"국밥 하나를 두 끼에 나눠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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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집기 작성일 24-03-15 06:05 조회 7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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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은씨가 최근 장 본 품목들을 한겨레에 전해왔다. 본인 제공.


“그나마 1만원 언저리 음식 중 양 많은 국밥을 포장해다가 둘로 나눠요. 그러면 하루 두끼가 해결되니까요.”



대학교 3학년 곽경은21씨가 요즘 하루 끼니를 해결하는 법을 설명했다. 음식소분에 반찬 나눔, 임박몰 쇼핑, 블로그 체험단까지. 고물가 앞에 ‘끼니 사수 대작전’을 벌이는 자취생은 곽씨만이 아니다. 2022년 1월 이후 특히 식재료13.4%와 외식비음식서비스·12.6%를 중심으로 이뤄진 물가 상승은 여느 시민에게나 고통스럽다.



다만 학업과 병행하는 최저임금 수준의 아르바이트나 용돈 정도가 소득 전부인 데다, 소비 지출 가운데 식재료나 외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자취하는 청년’의 고민은 한층 짙다. ‘먹는 것’에 관한 한 전반적인 오름세라 애써 찾아낸 대안들 또한 어딘지 부실하다. 14일 한겨레가 자취생들에게 ‘고물가 시대의 끼니’를 물은 이유다.



‘국밥 소분으로 하루 두끼’를 실천하는 곽씨가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지난해와 같이 80만원이다. 월·수·금 학교 수업을 몰아 듣고, 화요일과 목요일에 학원 화상 강의 아르바이트를 해 한 달 50만원을 번다. 여기에 부모님께서 주시는 용돈 30만원이 더해진다. 곽씨는 “대부분 아르바이트는 최저임금만큼 올랐고, 지금 일하는 곳은 원래 최저임금보다 좀 더 줬는데 그 상태로 올해도 유지됐다”고 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2.5% 오른 9860원이다.



영화나 아이돌 콘서트 관람 같은 문화생활을 줄였지만, 그래도 한 달 소득 80만원으로 고물가 시대 하루 두끼 해결은 난제였다. “학교 앞 7~8천원 하던 식당이 거의 없어지고, 그 자리에 새로 생겨난 곳들은 다 만원 초중반대 ‘프리미엄’ 식당들로 바뀌었어요. 직접 해먹으려 해도 마트에 가니 작년에 600원 하던 오이가 2500원하더라고요. 식재료는 1년이 아니라 한 달 단위로 오르는 것 같아요.”



오이값은 지난 1월 ‘전월’ 대비 20%, 2월에는 9.3% 올랐다. 하루 두끼를 해결해 주는 1만원 국밥 포장보다 나을 게 없었다. 곽씨의 가장 최근 장바구니에는 과자 한 봉지, 우유, 커피 정도 간식만 담겼다.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일대에 붙은 원룸 홍보물.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먹는 양을 조절하는 게 아니라면 ‘노력’이 필요하다. 이예림25씨는 “올해부터 블로그 체험단으로 1주일 한 번 외식하고 있다”고 했다. 가게들에서 무료 식사권을 받는 대신 블로그에 식당 소개를 올려준다. 이씨는 “진짜 아르바이트처럼 진지하게 임하고 있어 엑셀 파일로 정리도 해뒀는데, 올해 들어서 외식비 38만원을 블로그 체험단으로 아꼈다”고 했다.



직장에 다니다 대학 생활을 시작한 지아무개31씨는 배달 음식을 포기하며 ‘배달의 민족 VIP’의 지위를 내려놨다. 쿠팡 또한 이용하지 않는다. 새로 찾아낸 장터는 ‘임박몰’이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누리집이다. 이씨는 “물가 탓에 욜로에서 알뜰살뜰로 주변 분위기가 바뀌긴 했다”면서도 “여유 있는 친구들은 나처럼 씀씀이가 줄지 않아 물가 앞에 양극화를 느낀다”고 했다.



물가인상은 △품목별 지출 비중 △소득 수준 △대체재 유무에 따라 계층별로 차별적인 피해를 안긴다. 청년 1인 가구는 노인 가구와 함께 외식과 식료품 등 먹는 데 쓰는 지출 비중이 특히 높다.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를 보면, 29살 이하 1인 가구의 지출 30% 정도가 식비였다. 먹는 것의 값이 오르면 이를 대체할 방식을 찾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데, 문제는 그마저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로스쿨 준비생 김아무개25씨는 “이미 견뎌내고 있는 일상적 긴축상태”마저 배반당했다는 느낌에 종종 화가 난다고 했다. “과일은 원래도 비싸서 잘 못 먹었으니 참을 수 있어요. 그런데 애호박마저 이렇게 비싼 건 진짜 너무합니다.”



김씨는 지난해까지 1주일에 3~4일은 식당에서 밥 먹던 습관을 바꿔 “최근 외식 횟수 주 0회”를 달성했다. 친구와 서로 다른 반찬을 만들어 나눠 먹기 시작했는데, 애호박 등 기본 야채가 너무 비싸 부담스럽다고 했다. 1천원대에 살 수 있었던 애호박의 1개 가격은 최근 3천원을 훌쩍 넘겼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인상은 대체재의 여부, 계층에 따라 미치는 피해가 다르다는 인식이 우선 필요하다”며 “일차적으로 대체품을 찾아 지원하거나 중간 비용을 낮추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근본적으론 인플레이션에 따라 피해가 큰 취약계층의 소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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