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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귀갓길 여성 목 잡고 끌고가더니…" A급 수배범 잡은 신입 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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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0회 작성일 24-03-1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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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 제2기동대 우범석 순경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2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지난달 6일 남성이 여성의 뒷목을 잡고 골목길로 이동한 뒤 수차례 폭행을 가했다. /영상=독자제공

"젊은 여자가 골목길에 피 흘리고 쓰러져 있어요."

지난달 6일 오전 7시40분쯤. 부산 서부경찰서 충무지구대에 112신고가 접수됐다. 부산시 서구 초장동 한 골목길에 젊은 여성이 얼굴에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다는 내용이었다. 길을 지나가던 시민이 여성을 발견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사람은 우범석 순경을 비롯한 4명. 5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이들은 주변 상황부터 살폈다. 여성은 골목길 입구에 쓰러져 있었고 주변 바닥에는 피로 추정되는 혈흔이 흩뿌려져 있었다.

탈부착되는 모자도 피의자 패딩에서 떨어졌고 피해자가 착용하던 안경 역시 부서진 상태였다. 피해 여성의 오른쪽 눈은 심하게 부었고 입 안에는 피가 가득 고여 있었다. 아랫니도 소실됐다.

우 순경은 바닥에 쓰러진 여성을 깨워 자초지종을 물었다. 피해 여성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가던 길이었는데 자신이 왜 바닥에 누워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여성은 인근 병원에 이송됐으며 전치 8주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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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한 남성이 여성의 뒷목을 누른 채로 길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그 새벽 골목길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우 순경은 인근 가게를 돌며 골목길을 비추는 CCTV폐쇄회로TV 영상을 확보했다. 그는 지구대에서 팀원들과 영상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이날 오전 5시17분쯤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피해 여성 뒤에 몰래 따라붙더니 뒷목을 조르고 좁은 골목길 쪽으로 이동했다.

남성은 여성의 얼굴을 여러 차례 주먹으로 때렸다. 발로 얼굴을 밟고 걷어차기도 했다. 계속해서 폭행을 가하던 남성은 잠시 자리를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와 여성의 얼굴을 폭행했다. 그리고는 여성이 가지고 있던 가방을 빼앗아 막다른 길로 도주했다. 여성은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2시간 동안 그 자리에 쓰러져 있었다.

우 순경은 지구대로 돌아온 뒤 생각에 잠겼다. 남성이 막다른 골목길로 도주한 게 이상했다. 그는 "저도 근처에 살다 보니 그 쪽 지리에 밝은 편이었다"며 "왜 남성이 그쪽으로 지나갔는지 어떻게 현장을 빠져나갔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우 순경은 선배에게 요청해 다시 한번 현장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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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순경이 현장에서 발견한 혈흔이 묻은 휴대폰 케이스. /사진=독자제공

골목길 일대를 40분 넘게 수색했다. 이곳저곳 둘러보던 중 사건 현장에서 약 130m 떨어진 화단 쪽에서 혈흔이 묻은 피의자의 휴대폰과 휴대폰 케이스를 발견했다. 피의자 휴대폰 카카오톡 사진을 보니 CCTV 속 범인과 유사했다.

여러가지 생각에 잠긴 그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범인의 여자친구로 추정되는 사람이었다. 우 순경은 경찰이란 사실을 숨긴 채 분실 휴대폰을 전달하겠다며 여자친구와 약속 장소를 정했다.

여성은 당황한 얼굴로 모르는 사람이라고 발뺌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사진을 보여주며 추궁하자 말끝을 흐리며 인정했다. 형사과는 이날 오후 2시쯤 피의자가 부산역 근처 공중전화로 여자친구에게 전화한 사실을 알아냈다. 위치를 추적해 112 신고 접수 9시간 만에 범인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는 40대 남성으로 강도·강간을 저지른 전과 14범이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는 A급 수배범이기도 했다. 그는 술을 마셔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남성을 강도 살인 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남성은 범행을 저지르기 전 편의점에 들러 흉기를 구입했다.



8개월 차 신입 경찰… 끝까지 현장을 지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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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 제2기동대 우범석 순경. /사진=독자제공

우 순경은 현재 부산경찰청 제2기동대에서 근무 중이다. 8개월 차 풋풋한 신입 경찰이기도 하다. 우 순경은 지구대에서 일한 지 7개월 만에 이번 사건을 해결했다.

우 순경은 "지구대는 초동 조치가 원칙이긴 하나 권한을 넘지 않은 선에서 끝까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당시엔 범인이 막다른 골목길로 들어가서 근처에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담배를 피러 한 번쯤 밖에 나오지 않겠느냐는 심정으로 포기하지 않고 현장에 나갔다"고 말했다.

우 순경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경찰을 꿈꿨다. 평소에도 불의를 보면 주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한다. 그의 목표는 포기하지 않는 용감한 경찰관이다. 그는 "신임 순경이다 보니 선배들보다 노하우나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며 "다양한 경험으로 역량을 키워서 꽃을 피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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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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