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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열풍? 90%가 영세사업자이자 불안한 노동자"[한판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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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집기 작성일 24-03-22 08:02 조회 8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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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밥 먹다가, 울컥. 음식으로 사람 얘기하고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담았던 내면의 슬픔, 기억에 대한 글 대선 당선한 DJ에 질문 못 던진 자신 보며 기자직 떠나 지하에 살던 가난, 절실했던 밥과 사람들에 대한 기록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FM 98.1 18:00~19:3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
■ 대담 : 박찬일 셰프 박재홍의>
▶ 알립니다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박재홍의>

◇ 박재홍gt; 여러분, 식사를 하셨나요? 오늘 하루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한번 기억해 보시면 누가 먹었는지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만날 분은 먹는 얘기를 통해 내가 살아왔던 삶과 한 시대를 말하고 싶었다라면서 그걸 또 글로 풀어낸 분이세요. 밥 먹다가, 울컥, 제가 책을 갖고 왔는데. 밥 먹다가, 울컥의 저자이신 박찬일 셰프를 모시고 말씀 나누겠습니다. 셰프님 어서 오십시오.

◆ 박찬일gt; 안녕하세요.

◇ 박재홍gt; 저희 방송이 지금 저녁 생방송이어서 지금 한창. 원래는 영업을 하셔야 될 텐데 나와주셨습니다.

◆ 박찬일gt; 출연료로… 많이 주신다고 해서.

◇ 박재홍gt; 그랬나요? PD가 심각하게. 예, 알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 잠깐 인사 나눠주시죠.

◆ 박찬일gt; 반갑습니다, 박찬일입니다.

◇ 박재홍gt; 우리 셰프님 이력을 제가 보니까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셨더군요.

◆ 박찬일gt; 졸업은 못 했고 다녔습니다.

◇ 박재홍gt; 다니시고 기자도 하셨죠?

◆ 박찬일gt; 저희 어머니가 알면 큰일납니다. 졸업을 못 해서. 잡지 기자를 좀 하다가 6년 정도 한 것 같습니다. 하다가 먹는 일 하면 굶지는 않겠다 싶어서 옛날에 왜 먹는 장사 하면 안 굶는다고 했잖아요. 요리 배우러 외국에 잠깐 갔다 와서.

◆ 진중권gt; 이탈리아는 얼마 정도 다녀오셨습니까?

◆ 박찬일gt; 다 한 건 2년 반 정도 있었습니다. 북쪽에서 학교 다니고 시칠리 가서 있었죠.

◆ 진중권gt; 거기 마피아 본거지 아닙니까?

◆ 박찬일gt; 맞습니다. 마피아는 못 봤어요. 웃음

◇ 박재홍gt; 다행입니다.

◆ 진중권gt; 다 미국으로 가죠.

◆ 박찬일gt; 주로 미국에 가있죠.

◆ 박성태gt; 파스타 연구하러?

◆ 박찬일gt; 연구는 아니고 그냥 기술을 배우러갔습니다. 파스타가 물론 중심이 되죠.

◆ 진중권gt; 파스타 면도 만드는 거예요?

◆ 박찬일gt; 만드는데 가보니까 요리사가 하는 건 좀 다르더라고요. 그러니까 우리는 대게 건면을 딱딱한 면을 삶아서 먹잖아요, 옛날에 잔치국수처럼. 그런데 우리나라로 치면 칼국수. 요리사는 칼국수를 만들어요. 그러니까 뭔가 손이 가야 그게 좀 고급 면이고 우리는 그런데 딱딱한 스파게티를 훨씬 좋아하죠. 문화가 많이 달라요.

◇ 박재홍gt; 책에 쓰신 거 보면 이탈리아에서 공부하시고 요리 배우실 때 스파게티랑 송아지 고기만 너무 많이 먹어서 질리셨다고.

◆ 박찬일gt; 송아지 고기가 싸고 간단하니까 한국에서 되게 고급요리인데 거기는 되게 싸요.

◇ 박재홍gt; 그래요?

◆ 박찬일gt; 예, 간단하게 시칠리 사람들이 원래 이렇게 푸짐하게 먹고 그런 게 없고 좀 거칠게 먹는 편이었던 같아요.

◆ 진중권gt; 그러니까 스파게티하고 파스타는 무슨 의미 차이가 나나요?

◆ 박찬일gt; 스파게티는 파스타의 한 종류인 거죠. 그런데 거기서도 물론 많이 먹는 종류인데 한국처럼 일방적이지는 않죠.

◆ 진중권gt; 왜냐하면 우리 때는 그냥 스파게티라고 그랬는데 요즘은 다 파스타라고 부르더라고요.

◆ 박찬일gt; 스파게티가 파스타의 한 종류.

◆ 진중권gt; 그렇구나.

◇ 박재홍gt; 저희가 요리와 음식에는 문외한이라고 생각하고 답변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너무 기초적인 질문을…

◆ 박성태gt; 혹시 몰라서 그러는데 파스타의 어떤 종류인지 차이가 있는지. 왜 그것만 특별하게 스파게티라고 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 박찬일gt; 그 모양을 가지고 설명하는 거예요. 스파게티는 줄이라는 뜻이거든요. 그러니까 모양 갖고. 예를 들면 용수철이랑 나비, 심지어 신부님 목의 가시 이런 것도 있어요. 약간 종교적으로 야유하는 거죠. 구교가 옛날에 가톨릭이 약간 민중들과 유머러스한 관계가 있었잖아요. 돈 까밀로 앤드 페포니Don Camillo and Peppone 이런 게 있었잖아요. 그런 관계를 상징하기도 하고 되게 재미있는 파스타가 많이 있죠. 그게 대게 물리적으로 의미가 다 있어요. 소스를 얼마나 잘 붙이느냐, 설계를 가지고 있어요. 파스타에 보면 진짜 만져보면 매끈하지가 않아요. 거칠거칠해요. 소스를 찰싹찰싹 붙이려고. 줄이 가 있는 것도 많아요.

◆ 박성태gt; 소스가 잘 흡수되게끔 그렇게 한 거군요.

◆ 박찬일gt; 그렇게 다 계획이 되어 있는 거고. 그러니까 우리나라 칼국수 같은 거. 칼국수 우리나라 할머니들 보면 국가에서 그걸로 지정 안 해 주잖아요, 서민 요리로 되어 있어서. 그런데 이태리 같은 경우에는 예를 들어 사르데냐라고 섬이 큰 게 있거든요. 거기에 손으로 뽑는 면이 있어요. 수타면 뽑는 할머니가 계신데 세 분인가가 인간문화재로 지정이 됐고 돌아가셔서 후계자 뽑고 난리가 나요. 그런 아티장Artisan, 장인이라고 하잖아요, 불어로 아르티자날레Artisanale라고 하는데 그런 사람 지정해서 도시에서 그걸 광고해서 홍보해서 도시가 융성하고 그런 것도 있어요.

◆ 진중권gt; 제가 유학 시절에 이탈리아 친구 집에 가서 밥을 먹은 적이 있거든요. 우리는 소스가 남으면 그냥 남겨두는데, 자장면 소스처럼. 그런데 그 집 아버님이 빵을 잘라서 이걸 다 해서 완전히 접시를 하얗게 먹는데 저는 배가 너무 불러서 못 뺏거든요. 그런데 그게 예의가 아니라고 들었거든요. 실제로 그렇게 먹나요?

◆ 박찬일gt; 완전히 싹싹 닦아 먹는 게 있어요, 스카페르타? 그렇게 제가 들은 것 같아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행주질 한다, 그렇게 하는 게 있고. 당연히 왜냐하면 숟가락이나 우리처럼 밥 비벼먹는 게 아니니까 빵을 가지고 그 역할을 대신 하는 거죠. 그러니까 소스가 아까우니까. 그런데 우리처럼. 우리 파스타 한 그릇의 소스 양이면 그 나라 사람들은 한 3인분은 될 거예요. 소스가 별로 없어요. 면에 붙을 정도만 살짝. 그게 우리하고 문화가 사실 많이 다르죠.

◇ 박재홍gt; 약간 짜게 먹고 그런 측면이 있어서 그런 건가요?

◆ 박찬일gt; 글쎄요. 우리나라는 그런 면은 짜장면이 일종의 표준인데 소스가 좀 많잖아요.

◇ 박재홍gt; 그렇죠, 그렇죠, 흥건하게.

◆ 박찬일gt; 거기는 간짜장? 간짜장 소스가 좀 적잖아요. 그렇게 좀 먹는 문화의 차이 같아요.

◇ 박재홍gt; 셰프님이 요리사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댓글로 굉장히 많이 질문이 올라와서.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DJ 집에서 밥을 먹은 게 직업을 바꾼 계기가 됐다?

◆ 박찬일gt; 그게 시사IN에 얘기하다가 그렇게 된 건데. 그게 요리사가 된 계기가 아니고 영향을 주긴 했던 것 같아요. 기자질?

◇ 박재홍gt; 언론인의 일로써…?

◆ 박성태gt; 기자를 그만두게 된 계기가 그거였군요?

◆ 박찬일gt; 기자 일은 이건 할 게 못돼라는 게. 그전부터 별로 적성에 맞지… 기자는 사실 글 잘 쓰는 게 기자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잖아요. 기자는 훨씬 도전적이고 권력의 심복에 대해서 공격할 수 있고 목숨도 걸어야 하고 그런 게 좀 있잖아요. 그런데 글은 사실 데스크에서 써줘도 되지 않습니까, 특종만 해 오면.

그런데 DJ가 선거 당선됐을 때 제가 뭔가 촉이 있었는지 거기 댁에 자택에 간 거예요. 그런데 아침에 들어가니까 그때는 경호팀이 출동 안 한 거죠. 가서 거기에 식객들이 있어요. 정치인들 식객 있잖아요. 나가서 막 돌아다니시는 분들 있고 댁에서 그냥 결과 보면서 기다리는 식객들이 있어요. 그 사이에 앉아 있으니까 누군지 몰랐던 거예요, 일개 잡지 기자인데 알겠습니까?

앉아서 주는 밥 먹고 떡 주면 떡 먹고 과일 먹고 앉아 있는데 심야가 되니까 DJ가 당선이 확실시 돼서 인사하고 들어오신 거예요. 그러면 거기서 어떻게 되냐면 바로 아침에 기사를 쓰게 된다면 월간지니까 물론 아침에 송고가 되지는 않겠지만 제가 어쨌든 최초로 당선 후 인터뷰한 사람으로 될 수 있는 거죠.
김대중 대통령이 25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앞 광장에서 열린 제 15대 대통령취임식장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1998.2.25  본사자료<저작권자 ⓒ 2002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span class=김대중 대통령이 25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앞 광장에서 열린 제 15대 대통령취임식장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1998.2.25 본사자료 <저작권자 ⓒ 2002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연합뉴스 저작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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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태gt; 안에 있었으니까요.

◇ 박재홍gt; 기다리고 있었어요.

◆ 박찬일gt; 어쩌다 보니까 식구가 됐던 거예요.

◆ 박성태gt; 마치 관계자인 양 안에 계셨던 거죠.

◆ 박찬일gt; 2층에 침실로 올라가는 입구에 쓱 들어오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입구 거실에 소파가 있잖아요. 거기 앉아 있으니까 비서 되는 청년들 많잖아요. 그런 사람이 일부로 봤던 거죠. 이러고 올라가시는데 제가 거기다 대고 사진을 찍거나 카메라도 있었거든요.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왜냐하면 완전히 모든 에너지를 유세와 그 긴 유세, 연세가 있었잖아요. 거기 다 쏟아붓고 들어왔는데 제가 말을 못 붙이겠더라고요. 완전히 인간으로서 완벽한 제로의 상태?

◇ 박재홍gt; 번아웃.

◆ 박찬일gt; 번아웃.

◆ 진중권gt; 기자를 못하실 분이었네요… 웃음

◆ 박찬일gt;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아니, 당장 드러누우신다 그래도.

◇ 박재홍gt; 잠깐만요, 잠깐 일어나 보세요.

◆ 박찬일gt; 여쭤봐야 되는 게 기자잖아요, 사실. 그건 기자의 책무라고 저는 사회적인 독자들과의 약속이라고 생각하는데. 돌아가시거나 위험한 상황 아니면 여쭤봐야죠. 그런데 그거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죄송해서. 그래서 다음 날 국장한테 얘기 안 했어요.

◇ 박재홍gt; 그 현장에 있었다는 거?

◆ 박찬일gt; 네, 있었다는 거. 얘기하면 큰일 나죠.

◆ 진중권gt; 요리하실 분이네요.

◆ 박찬일gt; 그만둬야 되겠다 생각했죠.

◆ 박성태gt; 요즘은 꼭 그렇게 안 해도 됩니다. 그냥 대신 나중에 그때 너무 피곤해 보이셔서 제가 안 물어봤어요 하면. 더 친한 취재원으로 되는 건데.

◆ 박찬일gt; 쌩기자는 2층 침대에 미리 누워있을지도 몰라요.

◇ 박재홍gt; 웃음 미리 가서.

◆ 박찬일gt; 너, 누구야? 웃음

◇ 박재홍gt; 잠입 취재. 마지막 질문 하나 드릴게요 이러면서. 이번에 내신 책이 밥 먹다가, 울컥입니다. 제목에 울컥이 들어갔어요. 이게 또 뭔가 우리 셰프님의 어떤 인간적인 면을 알 수 있는 제목 같기도 한데.

◆ 박찬일gt; 밥 먹다 울컥해서 알고 보니까 역류성 식도염이었다, 이런 농담을 제가 지어낸 적이 있는데. 목이 울컥하면 편도에 문제가 있는 경우라고 생각하는데. 상당수는 역류성 식도염이더라고요.

◆ 진중권gt; 그런데 왜 그쪽으로 이야기가 갑니까? 의학적으로 갑니까?

◆ 박찬일gt; 의사는 아니지만 제가 그렇게 오랫동안 10년간 목에 뭐가 걸린 느낌이 있어서 이비인후과를 그렇게 다녔는데 치료가 안 되는 거예요.

◇ 박재홍gt; 아나운서들도 울컥 많이 해요.

◆ 박찬일gt; 닥터가 보시더니 괜찮은데, 괜찮은데? 계속 그러시는 거예요. 아니, 아픈데 괜찮다니 이게 뭐야. 내과에 우연히 갔는데 역류성 식도염이 있다는 거예요. 깜짝 놀랐죠. 그 약을 투약을 받았더니 그 증상이 치료가 되더라고요.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실은 우리가.

◆ 박성태gt; 울컥에서 지금.

◆ 진중권gt; 밥 먹다 울컥하는 장면들 있잖아요, 영화를 봐도. 그걸 기대했는데!

◆ 박찬일gt; 울컥하는 게 제가 되게 감정적이고 좀 약하고. 그러니까 김대중 선생님 살아생전에 그 특종을 못할 만큼 약한 사람이거든요. 마음도 약하고 좀 바보 같아요. 그래서 그런 게 좀 밥 먹다 울컥하는 걸 감정 과잉이 좀 잘 돼요. 옛날에 밥 먹으면서… 그러니까 그건 밥 먹다 울컥하는 건 정서의 문제기도 하지만 실제로 밥이 절실할 때 그런 상황이 벌어지거든요. 가난하게 자라서 그런 경우가 두 가지 경우가 책에 같이 써 있는 거죠. 밥이 모자라서 울컥한 거. 또 모자란 밥을 나눠먹고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사람의 감정이 격해지는 상황들을 못 잊어서 쓰게 된 거죠.

◇ 박재홍gt; 저는 이게 무슨 요리 얘기인 줄 알았더니 우리 셰프님이 사람들과 만나서 했던 기억을 바탕으로 그 사람과의 기억 장면 그리고 음식 얘기 이렇게 해서.

◆ 박찬일gt; 저 개인의 고통, 이제 쓰지 않으면 한번 털고 가야 되겠다. 쓰고 났더니 어머니가 엄청나게 화를 내셨죠.

◇ 박재홍gt; 어머니가 뭐라고.

◆ 박찬일gt; 왜냐하면 가정의 곤란을, 가난을 차마 창피한 얘기를 썼거든요. 그래서 그걸 제가 숨겼는데 저희 식구가 그걸 갖다 주셨죠. 책을 갖다주는 바람에 알게 되신 거죠. 그냥 연세 많으니까 포기하시더라고요.

◆ 진중권gt; 어릴 때는 오히려 굶으며 자랐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게 굶으며 자랄 수 있는 환경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을 거 같거든요. 그래도 우리가 경제 성장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 박찬일gt; 누가 저보고 45년생인 줄 알았다는 거예요. 해방 세대. 그런데 도시 빈민으로 자랐는데 도시 빈민이 농촌은. 저희 때는 농촌, 어촌은 밥을 안 굶었어요, 대부분. 왜냐하면 가까운 데 다 친인척들이 있고. 뭐라도 싸래기라도 있잖아요. 그래서 굶지는 않을 수 있었는데 돈이 없죠.

그런데 도시는 돈을 만지기는 좀 나았을지는 모르겠지만 밥을… 왜냐하면 도시에서는 누가 밥을 굶는지 모르거든요. 그런 사회가 훨씬 연대가 없잖아요. 느슨하고 고립돼 있고 또 익명적이잖아요. 그래서 지금도 도시에서 보면 굶다 돌아가신 분들이 생기잖아요.

◆ 진중권gt; 가끔요.

◆ 박찬일gt; 그래서 관청에서 주민센터 같은 데서 주기적으로 전화잖아요. 그런 상황이 왜 벌어지냐면 농촌에서는 거의 김 씨 자 하면서 지나가면서 다 확인하잖아요. 도시는 그게 안 되는… 제가 도시에서 살아보니까 느꼈죠. 제가 제일 지금도 기억… 기생충 개봉했을 때 반지하 생활하는 거 사람들이 놀라는 거 보고 공감하는 거 봤는데. 저는 반지하가 아니라 완전 지하에서 살았거든요. 그게 법적으로 반지하가 나중에 양성화됐는데 양성화되는 조건이 햇빛이 얼마라도 들어야 된다는 게 조건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주거지로 허가가 안 되고. 그런데 불법으로 지하에 햇빛이 안 들어오는 데도 임대를 해 줬어요, 방을 꾸며서. 그러니까 마치 그런 데부터 도시 빈민으로 살았기 때문에 굶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익숙했죠. 그러니까 양껏 못 먹는 일은 늘 있었고 그게 제가 마지막 세대가 아닌가 싶어요, 대도시 기준으로.
◇ 박재홍gt; 그래서 책에 어린 시절 아버지, 군대 이야기 또 노포 사장님들. 식당 공사를 함께했던 중국 동포 찐쩐룽 아저씨 이야기, 굉장히 뭐랄까요, 수많은 사람들과의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어떻게 이거 다 기억하시고.

◆ 박찬일gt; 그런 게 제가 책에다 반추한다는 얘기를 썼는데 반추하면 영양가라도 있지만 그게 자꾸 쓸데없는 생각이 자꾸 저를 지배하는 거예요.

◇ 박재홍gt; 쓸데없는 생각이요?

◆ 박찬일gt; 그런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머리가 좋아서 기억하는 게 아니라 그런 문제적 상황들은 잊지를 못하는 거죠.

◇ 박재홍gt; 약간의 일종의 트라우마 이런 건가요?

◆ 박찬일gt; 네, 그거 트라우마 같아요. 그래서 실제로 제가 그런 트라우마를 많이 겪고 그러는데. 그게 안 잊혀지니까 또 기억의 과장이라는 것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과장은 아니고 잊지 못하니까 머릿속에 잘 있어요. 그러니까 쓰니까 좀 해원이 되더라고요. 한풀이가 되는 것 같아요, 써버리니까 속이 좀 시원해요.

◆ 박성태gt; 예를 들면 말씀하신 내용 중에 이거 마음에 남아서 약간 부담도 되고 나를 괴롭혔는데 써서 어떻게 보면 말씀하신 대로 해원이 됐다, 이런 사례가 있습니까?

◆ 박찬일gt; 책에 썼지만 먹는 얘기인데 책에서 예를 들면 집주인이… 그 집주인도 변두리 동네에 작은 슬라브 건물을 갖고 있는 사람. 무슨 부자는 아니죠. 그런데 저희들이 월세를 못 내니까 사실 쫓아낸 건데 쫓아내도 안 나가니까 갈 데가 없잖아요. 그런 주거 문제가 지금도 해결이 안 되고 그때는 더 심했죠. 그러니까 쫓아내기 위해서 뭔가 겁박을 해야 되잖아요. 오함마라고 그러죠, 옛날에. 일본말이죠. 해머를 든 작업원을 불러서 벽을 깐 거예요, 그냥. 부엌의 벽을, 바깥과 접해 있는.

저 학교 갔다 왔는데 거기가 뻥 뚫려 있더라고요. 그래서 보니까 시멘트 가루가 우르르우르르 부엌 집기에 쏟아져 있어요. 어머니는 마침 뭐 때문인지 돈을 구하러 가셨는지 안 계셨는데. 배고프잖아요. 밥솥이 있는데 그거 밥솥 뚜껑을 여니까 시멘트 가루가 쏟아지는 거예요. 그래도 밥이 고프니까 그걸 먹었는데 시멘트 가루 냄새가 나고 가루가 씹히는 거예요. 그걸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집주인의 만행이 아니라, 그러니까 왜 그런 삶을 그때는 우리는 왜 그렇게 살아야 되지라고 원초적인 질문을 던졌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그걸 잊지 못하고 저 구석에 계속 있지 않았나 싶어요.

◇ 박재홍gt; 1장에 보면 만두에 진심인 분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저는 거기서 보면 중국 동포들이 한국에 와서 충격받은 것 중에 하나가 만두소에 만두에 당면이 들어가는 거 충격받는지.

◆ 박찬일gt; 그다음에 고춧가루 초간장 찍어 먹는 거에 충격 받고.

◇ 박재홍gt; 그래요? 왜 충격이지?

◆ 박찬일gt; 중국에서는 안 그렇게 먹으니까. 식초 찍어 먹거나 간장에 먹거나 그냥 맨입에 먹거나.

◆ 진중권gt; 당면의 당 자가 원래 당나라 당 자 아닌가요?

◆ 박찬일gt; 중국이라는 뜻이죠. 중국에서 온 면이라는. 그건 당면은 식사예요. 우리처럼 국수의 일종이지 그걸 왜 잘라서 만두에 넣느냐, 이해를 못 하는 거죠. 그러니까 한국에서 시작된 거예요.

◆ 진중권gt; 그러니까 우리 개념으로 하면 밥을 쪄서 만두 안에 넣는 이런 느낌.

◆ 박찬일gt; 그러니까 그 양반 얘기가 신발 신고 구두 왜 신어요 그런. 그러니까 면에다 또 뭘 싸서 먹으니까 이상한 거죠. 그건 그쪽 관습의 차이니까 서로 이해되고, 재미있게 이해했는데 제가 그분들을 유심히 본 건 식당에 최하위 노동을 떠받친 사람들이 조선족 동포였거든요. 지금도 상당히 그런 면이 있고 그분들이 과거 제가 요리 시작할 때와 달리 상당히 사회적으로 살기 좀 나아져서 다른 직업으로 이동을 많이 했지만 여전히 계세요. 그러니까 그분들 사는 거에 대해서 좀 눈여겨 보게 돼요. 그러니까 노동에 대해서 그분들 좀 대우 안 해 주고 그런 것들. 그런 걸 유심히 보고 그 아저씨들하고 소주 마시고 그러면서 얘기도 많이 듣고. 그런데 항상 경계하죠. 한국인들이 잘해 주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거죠.

◇ 박재홍gt; 그래요?

◆ 박찬일gt; 그래서 그런 얘기들. 지금 제가 지금 청년들이 보면 살기 힘들고 또 막 위기에 몰리고 이런 상황들 겪으면서 또 인종적인 그런 문제에 대해서 되게 예민해지는 거 많이 봤거든요. 특히 중국이나 조선족 동포에 대한. 그게 왜 영화에서도 그런 것들이 나오면서 희화되면서 그런 거 볼 때마다 제가 무슨 사회 알지도 못하지만 저는 같이 일해 보고 그 사람들 알거든요. 그런 거 하나도 아닌 사람인데, 괜찮은 분들이고 그분들이 왜 저 친구들이 이렇게 혐오에 가까운 말을 던지는 분들 있잖아요. 그럴 때 약간 저는 슬퍼지는 거죠.

제가 되게 그때 일하는 아주머니들 얘기 썼거든요. 참모 설거지 하는 아주머니들 쓰는데 악력이 저보다 센. 설거지를 하도 하다 보니까. 그런데 제가 들었던 어리석은 질문이 지금도 기억이 나요. 중국인… 저도 그렇게 생각했던 거예요. 한족은 좀 사람들이 안 좋죠? 제가 그렇게 물어본 거예요. 그랬더니 되게 이상한 표정으로 보더니 좋은 사람은 좋고 안 좋은 사람은 안 좋죠 거기서 제가 큰 충격을 받았어요.

◇ 박재홍gt; 무의식 속에 툭 던진 말인데.

◆ 박찬일gt; 제가 크게 반성했죠. 세상에 모든 사람은 그렇잖아요.

◇ 박재홍gt; 좋은 사람 있고 안 좋은 사람 있는 거죠.

◆ 박찬일gt; 그렇죠. 그건 미국에서도 그렇잖아요. 어떤 특정 인종에 대해서 그런 얘기 많이 나오고. 우리가 정말 어리석은 생각하고 사는구나. 제가 그 아주머니한테 크게 한 번 맞았죠.

◇ 박재홍gt; 또 요리하는 노동자의 고충도 책에 좀 많이 쓰셨던 것 같은데 어떤 말씀을 나누고 싶었던 건가요?

◆ 박찬일gt; 요리사들이 셰프들.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죠. 주방장이라고 불러도 되고 요리사 다 좋은 말인데. 그게 TV에 나오는 사람들. 저처럼 혜택 받은 사람들. 그런데 실제로는 되게 가혹한 노동 환경이. 또 어떻게 보면 생활인이고 노동자잖아요. 그런데 과잉으로 보는 것도 이상한 거고. 물론 그걸 예술로 해석하고 그런 분들도 있어요. 자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죠.

그런데 그게 요리사, 셰프들은 멋있는 일을 아티스트처럼 하는 것도 좀 과잉이고. 또 그분들을 또 너무 심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다고만 보는 것도 좀 웃기고. 또 어떤 사람은 노동현장에 가서 빵 하는 노동자들이 기계에 껴서 죽어도 우리는 무관심하고. 산업재해… 제가 신문에 한 10년도 넘게 요리 노동자들의 폐 문제를 제기했거든요. 굽거나 배기가 잘 안 돼서. 그런데 산재 인정이 안 됐거든요. 그런데 최초로 산재 인정이 된 게 공공급식 그러니까 중학교에서 여성 조리원이 요리사가 인정받았어요. 왜? 공공 현장에 있었잖아요. 그분은 오래 근무해서 증인이 있었어요. 그리고 팬이 고장이 났어요, 그 식당에. 그러니까 명백한 증거가 있어서 처음으로 요리 노동자로서. 다른 그런 데는 산재가 나오잖아요, 판정이. 그런데 요리사로서는 그때 처음 그분이 받았죠. 지금까지 열세 분인가 네 분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리사들의 그런 건강 문제도 상당히 많죠. 손목이나 인대, 무릎, 허리 그런 건 이미 많이 문제가 됐죠.

◆ 박성태gt; 사실 우리나라가 고기 구워서 먹는 그것도 숯불에 또는 연탄에 구워서 먹는 데가 많아서 말씀하신 대로 거기 있는 요리하는 음식점에 있는 노동자들은 그 위험에 계속 처해 있는 거잖아요. 우리가 잘 모르지만 사실 노포에 운치 있다고 하지만 연기들이 사실은 있네요.

◆ 박찬일gt; 그런 것들 우리가 뭐 한번 사회적으로 다뤄볼 문제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 박성태gt; 전반적으로 저는 우리나라가 사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무조건 명문대 가서 좋은 기업에 들어가서 또는 판검사나 의사 이런 것만 있었는데. 어떤 장인을 인정하게 된 가장 첫 번째 사례가 저는 요리사. 지금 뭐 젊은 친구들이 어떤 요리하고 싶어,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사실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좋아지고 환경도 좋아지고 실제로 조금 느끼십니까? 오래 전에 시작하셨으니까.

◆ 박찬일gt; 그런데 과거보다는 좋아졌지만 그래도 요리사들이 일하는 직장은 90% 이상이 영세 매장.

◆ 박성태gt; 일부 유명 요리사들만 그럼 좀 좋고.

◆ 박찬일gt; 그분들은 사실 탤런트를 발휘하는 거지 요리사의 직업을 대변하지는 않거든요, 사실은. 그런데 그런 건 당연히 오락으로써 그런 걸 즐기고 그분들이 거기에 일하고 그런 거 좋죠. 그래서 관심을 갖고 다 좋은데 실제로는 영세한 데 일하니까 굉장히 불안하죠. 그런 게 좀 현실인 것 같습니다.

◆ 진중권gt; 음식 얘기도 좀 하죠.

◇ 박재홍gt; 음식 얘기 좀 해 주세요. 숙연해졌어요.

◆ 진중권gt; 요즘 뷔페가 없어졌어요. 왜 그런 겁니까?

◆ 박찬일gt; 뷔페는 옛날에 함바집이라고 있었잖아요. 함바가 영어 같기도 한데 그게 일본말이거든요. 함이 밥이라는 뜻이이고 바는 장소여서 함바, 밥 먹는 곳이죠. 식당이란 뜻인데 지금도 함바, 함바하잖아요. 함바라고 붙이면 왠지 밥맛 좋게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이런 것도 있어요. 이런 말 하면, 그 아줌마 밥집 갔는데 솜씨 좋다 그러면 그 아줌마 함바집 출신이야, 그런 말 지금도 써요. 그게 거친 노동 현장에서 밥했던 기술이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지금도 큰 현장은 건설 급식이라 그러고 거기도 밥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거기에 뇌물 주고 막 그랬었잖아요. 돈이 얼마나 많이 남으면 그런 회사들이 막 들어가요. 왜냐하면 지금 공사는 상상 못하게 크거든요. 아파트 5000세대 이러면 그거 함바집이 아니에요. 그런데 함바집 가면. 제가 옛날에 친구 함바집에 갔는데 그 먼지 날리는 데서 판넬 짜맞춰서 그런 생각이 나서 책에 썼는데 그 노동자들의 현장 보면서 와, 진짜 건설 현장 일할 게 못된다. 그런 생각을 어릴 때 느꼈었거든요. 찌개 푸고. 그런데 것들. 밥이 되게 슬플 때가 되게 많은 거죠. 그런 걸 조금 느끼게 됩니다.

◇ 박재홍gt; 오늘 박찬일 셰프님 모시고 봄에 먹으면 좋을 여러 가지 음식 얘기 해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다 됐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모셔야 할 것 같은데.

◆ 진중권gt; 음식 얘기 못했어.

◇ 박재홍gt; 너무 안타깝습니다. 일단 오늘 여기까지. 밥 먹다가 울컥의 저자인 박찬일 셰프를 만나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찬일gt; 안녕히 계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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