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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차고지 팔고 먹튀?…버스회사 산 사모펀드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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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6회 작성일 23-06-2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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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영제 버스 삼킨 사모펀드]

수익 높이려 차고지 매각 추진

사모펀드 그리니치 투자제안서

“차고지 3곳 매각해 442억 배당”

공시지가 128억 차고지 개발 계획

오세훈 시장에 보고, 보조금 요구

차파트너스 “아이디어 제안했을뿐”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차고지가 있는 준공영제 버스회사를 사들인 뒤 차고지를 팔거나 통폐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인천 서구 가좌동에 있는 버스 차고지 모습. 3개의 버스회사가 모여 함께 쓰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차고지가 있는 준공영제 버스회사를 사들인 뒤 차고지를 팔거나 통폐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주택가에 둘러싸인 서울 강북구 수유동 동아운수 차고지 모습. 차파트너스가 이 차고지에 6층짜리 복합상가형 차고지 개발을 추진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준공영제 버스회사를 인수한 사모펀드 운용사가 이익 극대화를 위해 차고지를 매각한 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을 받아 공영 차고지를 임차해 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차고지에는 복합상가형 개발 계획을 세우고 서울시에 건설 보조금 지원까지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모펀드가 버스 준공영제의 이점을 악용해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겨레> 가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사모펀드 운용사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과 그리니치프라이빗에쿼티그리니치의 투자제안서와 성과보고서, 지자체 공문 등을 입수해 분석해보니, 그리니치는 인수한 버스회사의 차고지를 전부 매각한 뒤 이렇게 번 돈을 배당하거나 버스회사를 추가로 인수해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때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차파트너스 또한 서울시로부터 건설 보조금을 받아 버스회사가 보유한 차고지에 6층짜리 복합상가형 차고지를 개발한 뒤 엑시트할 계획을 세웠다. 차파트너스는 서울·인천·대전의 준공영제 시내버스 회사 17곳을 운영하고 있고, 그리니치는 이 가운데 선진운수를 차파트너스와 함께 경영하고 있다.

먼저 그리니치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사모펀드 투자제안서에서 서울 시내버스 1위 업체인 선진운수 인수에 따른 목표 수익률을 ‘투자금의 연 11.2% 배당’, ‘엑시트 시점 최종 수익률 12.2%’라고 밝혔다. 그리니치는 이를 위해 선진운수가 보유한 차고지 매각 계획을 세웠다. 선진운수는 서울 은평구에 4069㎡1230평,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 4535㎡1371평의 차고지를 보유하고 있다. 은평구 차고지는 감정평가액이 311억5100만원, 일산서구 차고지는 63억5천만원이다. 선진운수는 고양시 덕양구에도 주유소 땅 3059㎡925평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가 추진하는 창릉신도시 개발예정지구에 포함됐다. 그리니치가 예상한 토지 수용가는 66억9천만원이다.

그리니치는 이 세곳을 매각해 얻은 현금 442억원을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그리니치는 이 현금 442억원으로 버스회사 3곳을 추가로 인수해 대형화하고 이 버스회사들을 동반 매각하면 엑시트 시점 최종 수익률을 22.2%까지 올릴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리니치는 실제로 2022년 선진운수를 인수한 뒤 차파트너스에 지분 일부를 떼어주고 공동 경영을 맡겼다. 차파트너스 소유 버스회사와 동반 매각을 노린 것이다. 그리니치는 지난해 9월 임시 사원총회에서 엑시트 계획과 관련해 “차파트너스의 엑시트 시점에 선진운수도 동반 매각을 도모할 수 있고, 거래의 대형화로 추가 프리미엄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리니치는 은평구와 일산서구 차고지 매각을 위해 임차해 쓸 수 있는 대체 차고지 확보에 나섰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차고지 확보는 사업자의 의무 사항이다. 그리니치는 선진운수를 통해 지난해 4월과 11월 고양시와 엘에이치에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으로서 기능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내 △창릉신도시 개발 공사 동안 덕양구 주유소 용지를 대체할 임시 차고지 제공 △창릉신도시 내 신규 공영 차고지에 대체 차고지 및 충전소 시설 제공 등을 요구했다. 창릉신도시에 새로 만들어질 공영 차고지 면적은 2만8867㎡8732평인데, 그리니치는 이 가운데 34%에 이르는 9900㎡2994평를 대체 차고지로 빌릴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리니치가 고양시와 엘에이치에 수용당하는 주유소 용지 면적 3059㎡의 3.2배나 되는 대체 차고지를 요구한 건 이곳에 은평구와 일산서구 차고지에 주차하는 버스들까지 몰아넣고 이 땅을 팔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은평구와 일산서구 차고지를 종점으로 쓰던 버스들의 노선을 조정하거나 종점과 차고지가 다른 상태로 운영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버스 노선이 조정되면 배차 간격도 달라질 수 있어 시민들과 버스기사들의 불편함이 커진다. 시민의 필요가 아니라 사모펀드의 이익 추구를 위해 노선을 조정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김채만 경기연구원 모빌리티연구실 실장은 “버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기반 시설이 잘되어 있어야 하는데, 차고지로 가는 거리가 길어지면 관련 비용이 증가하게 되고, 더 많이 이동해야 하는 버스기사들의 쉬는 시간이 줄어드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리니치는 고양시와 엘에이치에 집요하게 대체 차고지를 요구했다. 엘에이치 관계자는 <한겨레> 와 한 통화에서 “고양시와 협의해 차고지를 할당받는 게 맞다고 알려줘도 계속 찾아왔다”고 말했다. 고양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도 “선진운수는 공영 차고지를 사용하고 싶다고 공문을 보낸 유일한 업체”라고 말했다.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창릉신도시 공영 차고지 확보를 위해 사모펀드가 가장 먼저 나섰다는 의미다.

그리니치의 이런 움직임에 서울시는 무력했다. 서울시는 <한겨레> 에 “버스회사가 협의 없이 차고지를 일방적으로 매각하면 평가를 통해 벌점을 부여한다”진선영 서울시 버스정책팀장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가 운영하는 버스 준공영제에는 버스회사의 차고지 비용도 이미 재정 지원금에 포함돼 있다. 차고지가 없는 회사는 공영·민영 차고지 임차료를, 차고지가 있는 회사는 관리비 명목으로 재정을 지원한다. 그러니 이윤 극대화가 목표인 사모펀드 입장에선 차고지를 매각하고 대체 차고지를 빌려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차고지 보유 의무만 규정할 뿐, 매각 제한과 관련한 조항은 없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노선 설정의 기본이 되는 차고지는 버스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이기에 지자체가 개별 차고지에 재정 지원과 융자, 세제 혜택을 준다”며 “사모펀드가 차고지를 손쉽게 매각할 수 있는 재산 정도로 취급하면 공공이 다시 차고지를 마련해야 해 이익을 사유화하고 비용을 전가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한은행 등 기관 투자자들은 그리니치가 선진운수 인수를 위해 만든 105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180억원을 투자한 과학기술인공제회는 내부 투자 검토 보고서에서 ‘그리니치가 2022년 3월부터 2026년 3월까지 매해 8~15%를 투자자들에게 현금 배당하고, 엑시트 시점인 2027년 3월에 선진운수 지분을 1548억원에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그리니치는 선진운수 인수 첫해 77억원을 배당했고, 투자자들은 2022년 한해에만 투자금의 10%를 배당받았다. 유경준 의원은 “차파트너스가 인천의 버스회사 차고지 매각 자금을 배당한 사례와 같이 앞으로도 사모펀드가 버스회사가 소유한 부동산을 개발하거나 매각해 수익은 배당한 뒤 대체 차고지는 지자체에 요구하는 패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파트너스가 제작해 서울시 고위 공무원들을 통해 지난해 4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보고된 ‘미래형 스마트 버스 차고지 복합개발 사업제안서’ 갈무리. 차파트너스가 추진한 6층 복합상가형 차고지 조감도가 담겨 있다.


차고지를 이용해 수익 추구에 열을 올린 건 차파트너스도 마찬가지였다. 차파트너스는 2020년 서울 시내버스 2위 업체인 동아운수를 사들인 뒤 이 회사가 보유한 서울 수유동 차고지에 복합상가형 차고지를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차파트너스가 지난해 10월 투자자인 한국투자증권에 보낸 2022년 상반기 운영실적 보고에는 “차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소유한 버스회사들 부동산 개발의 본격 추진에 앞서, 파일럿 프로젝트시범 사업로 동아운수 수유동 차고지 개발을 추진 중”이라며 “서울시와 차고지 개발 지원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5760㎡1742평의 수유동 차고지는 공시지가만 128억7500여만원에 이른다.

차파트너스의 이 계획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도 보고됐다. <한겨레> 가 유경준 의원을 통해 서울시에서 받은 ‘도시교통실 현안업무 보고’ 문건을 보면, 지난해 4월4일 서울시 도시교통실장과 버스정책과장은 오 시장에게 ‘버스 차고지를 활용한 주차장 입체복합화’ 안건을 제출했다. 이 자리에는 차파트너스가 제작한 ‘미래형 스마트 버스 차고지 복합개발 사업제안서’도 함께 제출됐다. 차파트너스는 제안서에서 상부층2~6층의 주민편의시설·수익시설 도입, 하부층지상 1층~지하 2층 차고지 지하화를 위해 각종 인허가는 물론 건설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모펀드가 서울시 고위 공무원들을 통해 개발 사업제안서를 서울시장에게 제출하면서 개발을 위한 재정 지원까지 요구한 것이다.

차파트너스는 지난 16일 <한겨레> 에 보내온 서면 답변에서 “버스회사 인수 시 차고지는 주요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문서로 남아 있는 기록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차파트너스는 2021년 8월25일 한화손해보험을 만나 “서울 동아운수와 인천 송도버스가 자가 차고지를 보유 중이며 향후 개발 계획은 있으나 인허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기본 가정에는 반영하지 않았다”면서도 “차고지 부지 개발이 진행되면 큰 업사이드이윤 상승 여력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실사를 마친 한화손해보험은 버스회사 인수 작업에 200억원의 대출금을 댔다. 차파트너스가 보유한 서울의 버스회사 6곳 가운데 한국비알티BRT를 제외한 5곳이 차고지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인 점도 차파트너스의 해명과 어긋난다.

차파트너스는 차고지 매각과 개발 우려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김석원 차파트너스 상무는 <한겨레> 와 만나 “보유한 버스회사의 차고지를 매각한 사례는 없다”며 “서울시나 인천시 모두 공영 차고지가 턱없이 부족해 복합 차고지를 민간 사업자가 추진해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이어 ‘민간 개발에 서울시가 왜 건설 보조금을 제공해야 하나’라는 질문에는 “민간 차고지 개발을 활성화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보조금이 있어야 사업성이 나오기에 건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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